"원로와 후임, 교회 속 사랑의 가시적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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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와 후임, 교회 속 사랑의 가시적인 관계"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7.02.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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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목윤, 지난 16일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 발표회 개최

A교회의 담임목사는 정년은퇴를 하며 원로목사로 추대됐고, 청빙위원회를 통해 후임목사가 새 담임목사로 청빙됐다. 그러나 이 두 목회자는 각각 다른 목회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 원로목사의 사역이 교회 성도들을 보살피는 일에 중점을 뒀다면, 후임목사는 사회선교에 초점을 두고 있었던 것.

자신과 다른 목회사역을 펼치는 후임목사의 목회 사역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 원로목사는, 시무장로 및 일부 교인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교회 내에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를 지지하는 두 세력이 형성돼 갈등이 빚어졌고, 결국 후임목사는 교회를 사임하게 됐다.

▲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를 주제로 발표회를 열고, 한국교회 내 원로목사와 후임목사간의 관계에 대해 정립했다.

한국교회 내에서 세대교체로 발생하는 갈등은 더 이상 피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이미 여러 교회에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간의 갈등으로 충돌하는 일이 우후죽순 일어나고 있다.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위원장:전병금 목사)는 원로목사의 담임목사 사이에서 생기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발표회를 개최했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를 주제로 열린 발표회에는 김승호 교수(영남신학대학교)가 기조발표로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관계’를 분석하고 사례를 제시했다. 이어 백장흠 원로목사(한우리교회)와 손인웅 원로목사(덕수교회), 강준모 목사(남성교회), 최성은 목사(남서울교회)가 각각의 위치에서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올바른 관계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같은 관계?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관계를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로 비유하는 말이 있다. 그만큼 서로의 관계가 어렵고 껄끄럽다는 뜻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백장흠 목사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간의 갈등 문제가 심각해지면 교회가 분열되거나, 목회자가 교회를 떠나게 되는 사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백 목사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는 원인을 △원로목사든 후임목사든 교회의 주인이 자신인 것 마냥 행동하기 때문이며 △원로와 후임의 목회 사역의 잘잘못을 사람의 기준으로 평가하고 △서로가 경쟁자라는 의식을 갖고 있으며 △청빙의 과정이 청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백장흠 목사는 “교회는 목회자가 아닌 예수님이 주인이심을 기억해야 한다”며 “원로목회는 ‘내가 심혈을 기울여 오늘의 교회가 세워졌다’고 자만하지 말고 후임목사 역시 ‘내가 교회 주권자로 부임했으니 주인된 것이다, 내 마음대로 소신껏 하겠다’라는 생각을 가져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로의 사역이 옳고 그르다는 것을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원로목사든 후임목사든 자신은 하나님의 일을 하러 온 하나님의 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권면했다. 또 백 목사는 “하나님의 사역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맡기신 교회를 섬기는 일을 하는 것”이라며 “서로 경쟁심을 가지고 혼자하려 하지 말고, 더불어서 협력하며 사역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장흠 목사는 “교회에서 후임자를 청빙할 때 △원로에게 잘 대우하겠다는 약속을 받거나 △선임규정을 무시한 채 정치적인 기준을 중시하는 일 △원로와 장로간의 균형을 깨고 둘 중 한쪽의 의견으로 집중되는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며 “후임목사를 청빙할 때는 순수성을 유지한 채 청렴한 과정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목윤은 백장흠 목사와 손인웅 목사, 강준모 목사, 최성은 목사가 각각 발제자로 나서 원로목사의 목소리와 후임목사의 목소리를 들었다. 또한 김승호 교수가 원로목사와 후임목사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기조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모세와 여호수아처럼 계승해야
현재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는 최성은 목사는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는 불화와 갈등으로 피차 괴로워하며 교회를 어렵게 하거나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두 목회자는 가족처럼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줄을 믿고 서로 돕고 의지하며 한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로목사와 후임목사는 교회의 평안을 이뤄야 함을 강조하며 리더십 전승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최 목사는 첫번째로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는 서로가 사랑과 존경의 대상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의 생애와 사역을 귀하게 여기고 그가 목회했던 방법이나 제도를 조급하게 바꾸려하기 보다는 사역의 가치를 인정하고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한다”며 “후임목사는 전임목사의 목회 토양 위에서 서서히 자신의 비전을 심고, 자신의 목회적 철학과 비전을 당회로부터 서서히 공유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그는 또 원로목사에 대해서는 “후임목사는 주님을 위해 헌신할 신실한 후배라고 여기며 영적인 아들로 품어야 한다”며 “교회가 세워 온 역사 위에 새로운 목회 철학과 양육이 잘 접목될 수 있도록 후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은 목사는 두 번째로 “원로목사와 후임목사는 결국 한 길을 가는 사람들”이라며 “필요한 사안에 목회적 조언이 오가는 사이가 돼야한다”고 설명했다.

원로목사에게 ‘담임목사의 길’은 이미 한 평생을 걸어온 길이지만, 후임목사는 이제 걸어야 하는 길이다. 후임목사에게는 ‘담임목사의 길’에 대한 정보가 없지만 원로목사보다 젊기 때문에 명석한 판단력과 강인한 추진력을 지니고 있다. 반면 원로목사는 오랜 시간동안 사역하면서 쌓아온 경험적 지식이 있다.

최 목사는 “후임목사는 원로목사의 노련한 경험을 참고해 조언을 구할 수 있으며, 원로목사는 담임목사에게 전적인 지지와 기도 가운데 조언해줄 것”을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원로목사와 후임목사 사이에 따뜻한 위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최 목사는 “원로목사에게 가장 힘든 것은 은퇴 후 찾아오는 고독과 사역의 단절로 인한 우울감”이라며 “이런 원로목사의 고충을 들어줄 수 있는 자는 후임목사”라고 말했다.

최성은 목사는 원로목사가 겪고 있는 우울감은 교인들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으며, 은퇴한 교회에게 자신을 위한 기도도 요청할 수 없고, 심지어 은퇴목사가 예배드릴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임을 지적했다.

최 목사는 “후임목사는 은퇴한 이후에도 원로목사를 심리적, 제도적으로 위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후임목사가 원로목사를 위로하고 평생의 목회적 노고를 인정할 때, 교회 전체의 질서가 설립되며 세대를 뛰어넘어서도 이어지는 아름다운 화음을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성은 목사는 모세가 40년간의 여정을 끝내고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리더십을 전수하는 모습을 설명하며 “모세와 여호수아의 모습은 목회자의 은퇴와 지도력이 어떻게 연속적으로 계승돼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하나님이 세우신 교회 속에서 원로목사와 후임목사가 서로 주님의 은혜 안에서 사랑하는 모습을 보일 때, 세상과 다른 하나님 나라의 질서가 세워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발표회에 앞서 드려진 예배는 전병금 목사(강남교회)의 인도로 진행됐으며 박경조 주교가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설교했다.

박경조 주교는 "교회 내에서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배타적인 사상이 교회의 연합을 막고 있다"며 "목회자들은 교회를 사유화하거나 이해득실의 도구로 사용하지 말고 연합과 일치를 강조하신 예수님과 제자들처럼 사역해야 한다"고 말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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