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법 준수해야 VS 땅 끝까지 복음전파” 팽팽한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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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법 준수해야 VS 땅 끝까지 복음전파” 팽팽한 대립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7.02.15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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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해외 선교사 추방, 바람직한 선교 어떻게 할까

      중국 및 이슬람 국가 등에서 사역하던 선교사들 구금 및 추방당해

      선교계, 법적인 테두리와 믿음 사이에서 지혜롭게 사역할 것 강조

▲ 해외로 파송된 선교사들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선교 사역을 논할 것인가, 혹은 믿음 안에서 사역을 논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선교계는 지혜롭고 순결하게 사역하며, 동시에 안전하고 합법적인 다양한 선교방법을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해외 선교 사역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달 중국 및 파키스탄, 요르단 등 여러 나라에서 현지법을 어긴 것으로 판단된 선교사들이 구금 및 강제 추방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교회를 향해 ‘현지법을 준수’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또한 외교부는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위기관리재단 등 20여개 선교단체 대표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외교부는 해외 선교지 상황을 소개하고 국내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이 현지법과 관습을 존중해줄 것을 요청했다. 


해외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에게 ‘현지법 준수’는 딜레마다. 성경에서 예수님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지상명령을 내리셨다. 당시 복음을 전하는 것은 불법이었으나 사도들은 지상명령을 따르기 위해 감옥에 들어가거나, 재판을 받고, 심지어 목숨을 내놓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21세기 선교사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과거 목숨을 건 사도들처럼 오직 믿음으로 복음을 전할 것인가, 아니면 현지법을 준수하며 조심스럽게 사역을 펼칠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다. 믿음과 법칙 사이에서 발생하는 논쟁,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단기선교, 가능한 합법적으로
선교 사역의 형태는 크게 기간을 기준으로 구분 지을 수 있다. 짧은 기간 동안 다녀오는 단기선교와 현지에서 오랜 기간 사역하는 장기선교로 나뉜다. 특히 단기선교를 향한 한국교회의 열정은 교회 안팎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이 되면 교회에서는 청소년부터 중장년의 성도들까지 단기선교 사역에 동참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봉사 사역, 혹은 지역 탐방 등의 목적을 가지고 1~2주 동안 해외 선교를 떠난다.


그러나 단기선교 팀은 다른 선교사들에 비해 사역 준비 기간이 짧기 때문에 현지의 문화, 언어, 법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간혹 현지의 법을 준수하지 않거나, 전도 행위가 금지된 국가를 방문해 전도지를 나눠주다 적발돼 구금되거나 추방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선교사들은 단기선교를 할땐, 현지법을 준수하며 안전한 사역에 중점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션파트너스 한철호 선교사는 “대부분의 단기선교 팀들은 현지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굳이 이들이 방문한 국가의 법을 어겨가며 사역하거나, 무작정 그들의 땅에서 전도지를 나눠주며 복음을 전하는 행동은 오히려 반감을 살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 선교사는 “한국교회 선교의 문제점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사역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교는 현지에서 무엇이 필요한 지를 파악하고 그 필요에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의 신앙 만족으로 인한 선교가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으로 그 나라를 섬기고 존중하는 겸손한 태도로 사역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전략지역, 지혜롭고 순전하게 사역해야
외교부에 따르면 해외에서 우리 국민이 연루된 사건·사고는 2015년 기준으로 14,000여 건으로 집계됐다. 이중 100여 건이 선교사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외교부는 지난달 파키스탄에서 사역하던 선교사가, 현지 국가의 허가를 받은 후 방문해야 하는 지역을 허가 없이 방문했다가 구금된 사례를 공개하며 한국교회 선교사들에게 “반드시 현지법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선교사들이 현지법을 어긴다면 국가적인 입장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상대 국가의 법을 어긴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곤란에 처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상대 국가에 당당히 국민의 보호를 요구하기 어려운 부분이며, 결국에는 차후 동일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선교사들이 현지법을 준수하면서 사역한다면, 복음이 전파되지 못하는 지역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법을 지키고자 선교사가 그 지역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부 선교단체는 복음을 접하지 못한 미전도종족을 가장 먼저 전도할 대상으로 삼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개척하는 사역에 집중하기도 한다. 이들은 주로 현지법의 제한에도 굴복하지 않고 오로지 믿음으로 복음을 전파하겠다는 성향이 강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교사들은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한’ 사역을 권면했다. KWMA 직전 사무총장인 한정국 목사는 합법적인 선교의 대안으로 ‘비즈니스 선교’를 제안했다.

의료, 교육, 태권도 등 전문적인 분야의 직종을 가지고, 그 부분에 해당되는 비자를 발급받은 후, 현지에서 해당 분야 직종으로 생활하면서 주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역 방법은 각자가 담당한 분야에서 활동하면서 현지인들과 접촉점을 이룰 수 있다.

또 전도지를 굳이 전달하지 않아도 현지인을 말씀으로 양육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는 곧 그들 가운데서 선교운동이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정국 목사는 “선교사들은 해외에서 사역할 때 ‘내가 다 하겠다’는 욕심을 버릴 필요가 있다”며 “선교사들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현지에 있는 목사, 전도사 등과 접촉하며 그들을 양육해, 현지인들이 자립적으로 전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권면했다.

우리나라에 복음이 들어올 때도 선교사들이 한국인 리더를 세워 복음을 전하게 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130여 년 전 한국을 방문한 해외 선교사들 중 본인이 직접 전도 사역을 펼친 이들이 있는 반면, 한국인에게 세례를 베풀며 그들이 자신의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선교사들도 있었다. 

이대행 선교사는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선교 사역을 논할 것인가, 혹은 믿음 안에서 사역을 논할 것인가의 두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선교 사역에 딜레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선교사는 “선교사들 사이에서 ‘어느 지역이든지 복음을 위해 목숨 걸고 사역하겠다’는 이들로 인해 선교 전체의 큰 그림을 망가뜨리는 일이 될 수도 있는 반면, 전체의 큰 그림을 중요시하다보니 정작 선교사 개인이 한 발자국 떼는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결국 선교사가 어느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선교방식이 결정되겠지만, 보다 지혜로운 선교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산권이나 이슬람권 국가를 선교할 때 있어서 보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다양한 선교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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