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픈 곳, 그곳으로 몸이 움직인다!
상태바
가장 아픈 곳, 그곳으로 몸이 움직인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7.02.14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몸의중심/정세훈 시집/삶창

‘몸의 중심은 생각하는 뇌가 아니다. 숨 쉬는 폐가 아니다. 피 끓는 심장이 아니다. 아픈 곳!…그곳으로 온몸이 움직인다.’

정세훈의 여덟 번째 시집 ‘몸의 중심’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애끓는 이야기를 담은 뚜렷한 노동시집이다. 노동에 대한 시인의 시적 해석은 시인이 청소년시절부터 몸에 밴 노동자적 감성형식을 통해 담아낸다.

제3자의 관찰자적 시점에서 노동의 현실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겪은 노동체험들이 그의 시에 꿈틀대고 있다. 시인 자신이 고된 노동으로 병마를 얻고, 힘겨운 시기를 보냈기에 이러한 통렬한 인식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 강력한 예는 표제작인 ‘몸의중심’에서 드러난다. 시인에게 ‘몸의 중심’은 바로 ‘아픈 곳’이자 ‘상처난 곳’이다. 바로 이 상처난 곳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이번 시집의 주제이며, 정세훈 시인이 노동자의 처치와 노동의 가치를 위해 싸우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의 시집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처럼, 이 사회의 가장 낮은 곳 노동자와 민중과 호흡하길 바라며 쓰였다.

실제로 정세훈 시인은 “예수는 세상으로부터 멸시와 천대, 핍박을 받고 있던 낮은 자와 힘없는 자, 가난한 자 등 민중과 항상 동행하며 호흡하고 그들을 사랑했다”며, “내 시도 항상 민중의 삶과 동행하며 그들의 삶을 사랑하길, 어떠한 형태의 몸이 되고 옷을 입든 정신과 가슴만은 그들과 함께 호흡하길 바라며 시를 썼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의 노동운동은 노동조합이 법제화된 이후 대기업 노동조합이 이를 주도하는 움직임에 있다. 그 결과 노동자의 계층화가 형성됐으며, 대기업 노조는 ‘귀족 노동자’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조직과 경제적 힘을 과시하는 상류 노동자가 됐다.

이와 관련해 정 시인은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현상이지만, 참으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며 “이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데는 혈안이 돼 있지만, 중소기업, 하청, 비정규직, 일용직 등의 중·하류 노동자들은 대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이제 노동자들도 자신보다 더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에게 보다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며, “진정한 ‘운동’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 또는 공공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가 가난한 청년의 죽음과 청년 실업문제 등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그의 시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했다.

손 앵커는 “우리 사회의 아픈 곳, 세상이 보듬어야 하고 또한 살펴야 할 사람들 대신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 여기는 이들은 지금도 자신이 제일 아프다면서 소리를 지르는 중”이라며, 한국사회의 그릇된 노동현실을 지적했다.

한편 정세훈 시인은 1955년 충남 홍성에서 출생했으며, 열악한 소규모 공장에서 소년 노동자로 시작해 노동자 생활을 하던 중 1989년 ‘노동해방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 ‘맑은 하늘을 보면’ ‘저별을 버리지 말아야지’ ‘부평 4공단 여공’ 외 다수가 있다. 현재 리얼리스트100 상임위원과 인천민예총이사장, 한국작가회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