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행정명령, “테러위협 차단” VS “이방인은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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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 행정명령, “테러위협 차단” VS “이방인은 나그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2.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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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反이민정책 들여다보기
▲ 백악관 홈페이지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우리 함께 다시 한번 위대한 미국을 만들자”는 문구가 게시돼 있다. ‘위대한 미국’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이다.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 서명
美 안팎에서 반발…기독교 단체들 반대성명 잇따라

지난달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를 상징하는 반이민정책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라크, 이란,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등 7개국 국민의 미국 비자발급 및 입국을 90일간 일시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는 뉴스가 발표되자 전 세계에 엄청난 후폭풍이 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리스트의 미국 잠입을 차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강한 증오감을 부추겨 미국 안보가 더 위협받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명령 대상 국가들뿐 아니라 국제단체, 난민지원 NGO, 종교단체, 일반기업, 유명인사들까지 나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 LA 연방법원 등은 행정명령의 적용을 중단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의지를 굽히지 않은 채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연방대법원으로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라는 점에서 더 충격적인 일이다. 트럼프의 부모 모두 이민자 출신이며, 자신의 아내도 불법이민자 출신인데 정책을 밀어붙이는 그의 의도가 궁금하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청교도들이 유럽을 떠나 세운 나라, 미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하나님이여 도와주소서” 선언하고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당일 전통에 따라 성경에 손을 얹고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다짐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고 모든 능력을 다해 미국의 헌법을 보전하고 수호할 것을 엄숙히 맹세한다”면서, 관례에 따라 “하나님이여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를 말하고 선서를 마쳤다. 

그러나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기독교계 안에서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책 자체가 하나님의 인도를 구한 크리스천이 시행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반이민 행정명령은 자국민 우선주의에서 더 나아가 유색인종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경계가 필요하다. 

당장 미국에 사는 이민자와 유학생 등 우리 국민들도 비상이다. 최근에는 한국계 할머니가 백인여성으로부터 길거리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 무작정 “백인 파워”(White Power)를 외치며 자행된 폭행은 최근 미국 사회에 백인 우월주의 현상이 심화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반이민 행정명령에 포함된 7개국 가운데 최근 가장 많은 테러리스트를 양산한 튀니지는 빠져있다. 아프가니스탄도 제외됐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극도의 고통 중에 있는 북한, 시리아 등을 포함한 난민조차도 120일간 입국금지(종교난민 제외) 후 심사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그 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 받으라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헐벗었을 때에 옷을 입혔고 병들었을 때에 돌보았고 옥에 갇혔을 때에 와서 보았느니라”(마태복음 25장 34~36절)

“나그네 되었을 때 영접하였거늘”
성경은 이방인을 홀대하지 말 것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은 친히 그 모범을 보이셨다. 레위기 19장에서도 거류민을 학대하지 말라고 했다. 
이 때문일까. 반이민 행정명령에 세계 기독교계 단체와 지도자들은 일제히 트럼프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당장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미국교회가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장로교(PCUSA) 소속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장로교조차 반이민 행정명령에 우려를 표명했다. 

J. 허버트 넬슨 사무총장은 교단 홈페이지에 “난민입국 금지 행정명령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무총장은 “반이민 행정명령은 오히려 박해와 내란 희생자들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합법적인 난민 입국절차에 의해 심사된 후에도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공항에 억류당하는 일도 있었다”면서 “반이민 행정명령은 정의를 상실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대했다. 

허버트 사무총장은 “미국에서 가장 큰 개혁교단 대표로서 대통령과 행정부에 행정명령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며 “장로교인은 세상에 난민처럼 오신 예수님에 대한 신앙고백 때문에 어떤 테러위협에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예수님의 오심을 환영한 것처럼 미국에 온 형제자매를 환영하고 살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연합감리교회(UMC)와 미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USA), 미국연합그리스도교회(UCC) 등 교단과 단체 대표들도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행정명령의 철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세계 128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은 “이방인을 사랑하고 환영하는 일에 우리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기독교 지도자와 목회자들은 성서적 이해를 깊게 하는 가운데 피난민들을 돕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원칙을 강조했다. 

세계 140개 교단이 모인 세계교회협의회(WCC), 1억명 교세의 루터교세계연맹(LWF), 에큐메니칼 교회 봉사단체 액트 얼라이언스(ACT Alliane)도 연대성명을 발표하고 “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더 큰 테러가 발생할 수 있을 것에 대해 염려한다”면서 난민을 보호하고 환영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책무라는 점을 확인했다. 

세 단체는 “미국이 난민을 보호했던 전통을 유지하고 국제법상 보호의무도 다해야 한다”면서 “반이민 정책으로 갈 곳 없는 난민이 늘고 부정적 영향이 다른 나라에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내 신망이 두터운 신학자로 알려진 듀크대 스탠리 하우어워스 교수도 워싱턴포스트 기고글을 통해 “기독교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잘못된 종교적 신념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는 국가와 하나님을 동시에 믿는 우상숭배자”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국우선”, 나치즘 전조현상?
미국의 강경기조가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가 경제침체 국면에 접어들면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횡행하는 분위기 속에 시간이 갈수록 국제사회에서 약소국이 목소리가 줄고 있다. 빈부격차는 확대되고 물질만능주의가 확산되는 등의 부작용은 전 세계 공통점이기도 하다.  

당장 우리 정부도 미국의 경제압력을 받기 시작했고, 국내 대표적 기업 ‘삼성’도 트럼프의 압박에 못 이겨 미국 내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황교안 국무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안보동맹을 확인하는 전화통화를 했지만, 취임 전부터 공짜 안보를 주장했던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추진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의 대북 강경기조가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반도 내 심각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유럽 주요 국가들과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이기적 정책기조에 합류할까 걱정이 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정책들이 경제공황 당시 등장한 전제주의 국가들의 초기모습과 유사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발언에서 나타난 인종차별 등 표현에서 나치시대 초기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데는 미국 내 보수 기독교계의 표심결집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편력, 언어폭력 등 윤리적 문제로 수없이 구설수에 오르내린 트럼프를 보수 기독교인들이 지지했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보수 기독교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던 데 대해서는 설명이 되는 부분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법관 인사, 교육정책 등 과정에서 비기독교적 영향요소가 많아 반힐러리 정서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웨스터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김선일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신앙은 나그네를 환대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미국 백인 중심 보수 기독교인들이 기득권에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복음주의권 지성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복음주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WCC 세계선교와전도위원회 금주섭 국장은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됐다며 우는 미국교회 지도자도 있었다. 디트리히 본 회퍼 목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강하게 저항했던 것처럼 분열과 갈등, 증오가 팽배하게 만드는 정책에 대해 교회가 나갈 방향을 바르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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