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교회 출신 목회자들, 이런 게 아쉽다”
상태바
“대형 교회 출신 목회자들, 이런 게 아쉽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7.02.03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천신대 조성돈 교수, “진짜 목회는 권토중래하다가 개척했을 때”

“제일 안타까운 분들은 대형 교회에서 부목사를 하다가 개척한 사람들이다. 대개 3년 버티면 무너진다. 진짜 목회는 권토중래하다가 새로 개척했을 때이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오히려 모두가 부러워하는 대형 교회 부목사. 하지만 혼자 독립해 교회를 개척하는 시점부터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우선 교회의 규모부터 달라지고, 목회 환경, 교회 구성원 등 모든 것이 바뀌는데 목회자의 인식은 요지부동.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가 이런 목회자들을 걱정하면서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애정 어린 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학교에서 입학을 위한 인터뷰를 하다 보면 재밌는 일이 꽤 많다고 글을 시작한 조 교수는, “제일 안타까운 분들은 대형 교회에서 부목사를 하다가 개척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경우 자신감은 충만하지만, 자신이 대형 교회 담임목사인 것으로 착각하는 우를 범한다고 지적했다.

# 나라고 저렇게 못할까?

많은 준비가 돼 있고, 대형 교회에서 프로그램도 충분히 익힌 데다 담임목사의 리더십도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경공부를 인도하거나 프로그램을 인도할 때면 순식간에 몇 백 명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서 큰 교회를 목회하는 담임목사가 대단해 보이지도 않고, 나아가 ‘나라고 저렇게 못할 소냐’ 하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목회자들은 남들과 달리 화려하게 출발한다. 교회에서 지원해 준 금액에서 최고로 뽑아서 교회당을 계약하고, 그리고 “곧 이 교회당이 넘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고민에 빠진다. 자신이 가진 자료와 대형 교회에서 보았던 행사와 프로그램들을 동네에 풀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조 교수는 우려했다.

하지만 이렇게 대형 교회 부목사를 하다가 개척을 시작했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은 교만이 가득 차 있다고 힐책했다. “자기가 대형 교회 담임목사인 걸로 착각한다”는 것. 그리고 막상 개척을 해보면 사람이 모이지 않고,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 낭패를 경험하게 되는 수순을 밟는 것이 대부분이다. 시골이나 동네 교회의 경우 목사를 종 부리듯 하고, 심지어 허드렛일까지 시키기도 하면서 서로 공감하고 교류하는데, 대형 교회 부목사 출신 목회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한 목사들 특징 중에 하나는 목사의 자존심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목사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사람들이 목사를 뭘로 보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저 교인들이 교회 오는 것으로 유세를 떤다. 목사를 종 부르듯 하고, 심지어 허드렛일을 하면서 자기를 부린다. 이거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하던 세상이다. 대형 교회에서는 목사 알기를 연예인 수준으로 보았는데 이 촌구석에서는 머슴 부리듯 한다.”

조 교수는 “대개 3년 버티면 무너진다”고 분석했다. 두 손 모두 들고 교회 내 놓고 실업자가 된다. 1년도 못 버틴 사람도 꽤 있다고 했다.

그러면 동료 목회자들이, 신학교 교수들이 이런 목회자들의 행동을 우려하는 이유는 뭘까. 조 교수는 면접을 볼 때 한 목사를 비슷한 이유로 떨어뜨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한 손에 꼽힐만한 초 대형 교회에서 부목사를 하다가 시골에 담임으로 온 사람. “전형적인 케이스에, 배우겠다기보다는 가르쳐주겠다는 의지가 더 커서 떨어뜨렸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조 교수는 몇 년 있다가 이 목사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서 다시 찾아왔다면서, “시골에서 쓴 맛 다 보고 목회를 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온 것”이라며 반색했다.

# 대개 3년 버티면 무너진다

진짜 목회는 뭘까. 조 교수는 ‘권토중래(捲土重來, 어떤 일에 실패한 뒤에 힘을 가다듬어 다시 그 일에 착수하는 것을 뜻하는 말)’하다가 새로 개척했을 때라고 규정했다. 이 때부터 목회자들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 사람이 귀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대형 교회를 축소해 놓은 목회가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을 돌아보고 세우는 목회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 생명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어놓을 정도의 복음을 향한 간절함이 생긴다. 그때부터 허황된 생각을 내려놓고 진정한 목회를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에 대한 반응은 적극적이었다. 333명이 공감했고, 40여 개의 댓글들이 달렸다. 그리고 31회 공유되기도 했다. 신00 씨는 “개척이나 작은 교회 담임으로 부임하는 대형 교회 출신 부목사들만이 아니라, 선교지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많이 나타난다”고 우려하며 공감했고, Jung 00 씨는 “대형 교회 출신으로서 더더욱 그렇다”면서 “나 역시 벗어나지 못하는...”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황00 씨는 “이런 깨달음이 빠르면 빠를수록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목회가 된다고 믿는다”고, 최00 시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그 간격을 인내와 믿음으로 견뎌가는 것이 목회의 지름길이라 생각된다”면서 “목회는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던질 수 있는 사람만이 그 길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