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자격 없다” vs 김노아 목사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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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자격 없다” vs 김노아 목사 “부당하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7.01.2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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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 속 한 치의 양보 없는 기싸움 예상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선거가 소송전으로 치달으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6일 성서총회 김노아 목사(구 김풍일)와 17일 이영훈 목사가 제22대 대표회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19일 열린 선거관리위원회 자격심사에서 ‘은퇴’를 이유로 김노아 목사의 후보등록을 기각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20일 김노아 목사 측은 기자회견을 열고 “난 은퇴한 적이 없다”며 사실관계 조사도 없이 후보 자격을 박탈한 한기총을 상대로 총회개최 금지 가처분 소송에 들어갔다. 오는 31일 열리는 제28회 정기총회까지 험난한 소송전이 예상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성서총회 김노아 목사가 지난 20일 선거중지가처분 소송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노아 목사 후보자격 있나, 없나?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길자연 목사)는 지난 19일 자격심사를 진행하면서 “김노아 목사는 현직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정관 규정에 따라 후보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근거로 제시한 선거관리규정 제2조 후보의 자격 3항에는 “피선거권은 소속교단 또는 소속단체의 추천을 받은 자로 한다.

단 교회 원로목사 및 은퇴자는 피선거권이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선관위는 “김노아 목사가 지난해 9월 24일 은퇴했기 때문에 피선거권이 없으며, 1억5천만 원에 이르는 등록비는 반환하겠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한 마디로 ‘해프닝’이다. 이대로 이영훈 목사는 대표회장에 단독 출마하고 박수로 추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20일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다. 김노아 목사 측에서 “은퇴한 적이 없다”고 밝힌 것.

김노아 목사가 속한 성서총회와 서울중앙노회, 세광중앙교회 관계자들은 20일 세광중앙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관위 결정에 불복하고 법적 소송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노아 목사는 이날 이영훈 목사를 향해 “왜 정정당당하게 겨루지 못하냐”며 “난 은퇴한 사실이 없음을 거듭 밝힌다”고 말했다. 


김노아 목사 측의 주장은 이렇다. 장로교 헌법에 의거해 은퇴는 노회에 청원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김노아 목사는 은퇴를 청원한 바도 없고 당회에서 은퇴를 결정한 바도 없다. 다만 담임목사직에 대해서만 이·취임예배를 드렸을 뿐이며 행정에 관한 업무를 분담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성서총회 헌법위원 박용순 장로는 “총회헌법 2장 6조 3~9항에 따르면 건강이 유지되는 한 정년이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우리 교단은 정년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노아 목사 측은 “지난해 9월 24일 행사는 이·취임이었을 뿐이고, 담임목사직을 이임했어도 은퇴청원을 하지 않았다면 은퇴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세광중앙교회가 속한 서울중앙노회 관계자는 “노회 역시 은퇴청원을 받은 적이 없다. 장로회의 경우 목사의 취임과 은퇴 모두 노회가 관장한다. 본 노회도 이와 동일하며, 성도 100명 이상의 교회에 대해서는 정년 규정을 아예 두지 않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목사 측은 또 “선관위에서 김노아 목사의 은퇴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며 “절차상 하자가 있고 부당하다는 생각에 법적 대응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선관위 결정에 대한 효력정지 및 선거중지 가처분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가처분 신청은 이날 즉각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사법부는 현직 총회장 자격으로 한기총 활동을 해온 김노아 목사가 ‘은퇴자’인지 아닌지 여부를 판단할 전망이다. 

선관위는 왜 ‘은퇴’로 자격을 판단했나?
김노아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등록을 마치자마자 언론들은 ‘이단성’에 대한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단성’이 아닌 ‘은퇴’로 자격을 판단했다. 왜 이단성은 참고 대상이 아니었을까? 

김노아 목사는 분명 ‘보혜사’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그런데 이단으로 규정된 곳은 한 곳도 없다. 다만 예장 통합 94회 총회 당시 ‘신천지 유사 교리’로 ‘예의주시’ 판정을 받았다. 당시 김노아 목사는 사과문을 발표하며 신학적 지식 부족을 시인하고 잘못을 사과했다.

이후 2013년 홍재철 대표회장 재임 당시 한기총에 가입했고, 공동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이영훈 대표회장 체제에서도 꾸준히 활동을 펼쳐왔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신천지대책위원장’으로 활동했다. 다시 말해, 김노아 목사에 대한 ‘이단성’을 핑계 삼게 되면, 한기총 스스로가 이단 옹호 혹은 교류에 해당될 수 있어 쉽게 단죄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세계 최대 교회 담임이자 건강한 신학으로 신뢰를 얻어온 이영훈 목사로서는 김노아 목사와 경선 자체가 부담이다. 한마디로 이겨도 망신스러운 싸움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이 목사는 한기총 개혁을 위해 일해 왔다.

개혁이 쉽지 않은 구조 속에서도 일부 기득권 세력을 정리하고 내부 정화에 힘썼다. 이번 정기총회를 앞두고는 ‘단독후보는 박수로 추대한다’는 조항을 새롭게 만들었다. 경선이 아닌 ‘추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경선 구도가 발생한 것이다. 


자격시비, 진흙탕 싸움 되나?
김노아 목사 측은 대표회장 선거 구조 자체가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입장이다. 선거관리위원회 구성부터 대표회장에게 권한이 있고, 그 대표회장이 후보로 출마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성서총회는 “이영훈 후보가 속한 교단 총무가 선관위원으로 참여하여 편파적 심의 및 결정을 하도록 했다”며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서총회는 이영훈 후보가 WCC 신학노선인 NCC회장을 역임했고, 한교연 바른신앙수호위원회에서 이단성 연구조사 대상자로 지목했으며, 선관위 구성이 편파적이고, 대표회장 연임을 이미 마쳐 후보자격이 없다며 선관위에 심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한기총은 “어떤 서류도 접수받은 바 없다”고 답변했다. 

성서총회는 또 이영훈 대표회장의 임기도 문제삼았다. “이영훈 목사는 정관 제19조 1항에 의거, 임기는 1년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다”며 “홍재철 목사의 잔여임기로 제20대와 21대 대표회장을 지난 이영훈 목사는 22대 후보로 출마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설 명절이 지나면 바로 한기총 정기총회다. 이날 가처분이 받아들여지면 선거 없는 총회를 치르고 대표회장 직무대행을 세우게 된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영훈 목사는 박수로 추대된다. 대표회장 추대 후에는 이영훈 목사가 구상한 한교총 로드맵을 이어갈 수 있다. 

대선정국 속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한기총 주도권 싸움이 사실상 시작됐다.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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