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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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페이크 뉴스’(가짜 뉴스) 주의보!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1.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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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시대, ‘진짜와 가짜’ 분별하는 신앙인 자세 필요하다"

지난 20일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하면서 임기를 시작했다. 거침없는 언어와 구설수로 대선가도 초반만 해도 당선 가능성은 낮게 예측됐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트럼프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민주당 힐러리 후보에게 앞선 표차로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다. 

당장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중심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전 세계가 트럼프의 돌출 행보에 우려 섞인 시선을 건네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선거제도의 차별성과 중저소득 백인들의 표심 집결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트럼프의 당선을 분석했다. 근래에는 미국 대선 과정에서 ‘페이크 뉴스’(fake news)가 그의 당선을 도왔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페이크 뉴스는 우리말로 하면 ‘가짜 뉴스’ 혹은 ‘흑색선전’과 같은 의미이다.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작년 미국 대선기간 페이스북에서 인용된 ‘가짜 뉴스’ 탑 5를 공개했다. 기사 조회수로 보면 정론지 기사들을 월등히 앞선다. 유권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1위는 ‘교황, 도널드 트럼프 지지선언’, 2위 ‘힐러리, ISIS에 무기 판매’, 3위 ‘힐러리 ISIS 이메일 유출’, 4위 ‘힐러리는 어떠한 공무를 할 자격 없다’, 5위 ‘힐러리 이메일 유출 발견한 FBI 요원, 시신으로’이었다. 

2017년 우리나라도 대선을 치른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대선 가능성도 열려 있어,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을 노리는 후보자들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우리나라 대선정국에서도 ‘페이크 뉴스’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결코 한국교회가 휘말려서는 안 될 부정적 현상이 될 것이다. 

美 트럼프 당선, ‘페이크 뉴스’ 영향
대선정국, 벌써 왜곡된 뉴스 유통돼

대권가도 ‘페이크 뉴스’ 심화될 듯
얼마 전 대권경쟁에 뛰어든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도 ‘페이크 뉴스’의 피해를 입었다. 선친 묘역을 참배한 반 총장의 이른바 ‘퇴주잔’ 사건이다. 묘소에 올린 퇴주잔을 뿌리지 않고 반 총장이 마셔버렸다는 것. 당일 포털사이트에는 ‘반기문 퇴주잔’이 계속 1위에 올라 있었다. 반 총장측은 당시 전체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악의적 편집이라며 강력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문 씨 성을 가진 주요 인물들이 모두 종북이라며 ‘나주 남평 문씨 빨갱이’ 소문에 휩싸였다. 극우매체의 보도도 있었다. 사실이 아닌 악의적 색깔 덧입히기였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페이크 뉴스’에 대한 대대적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지난 19일 ‘가짜뉴스’ 확산 방지 및 예방활동을 전개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가짜뉴스 생산자 등에 대해 공직선거법을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선관위는 “특정후보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공직선거법 250조에 의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가짜뉴스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사실 염려도 있다. 쏟아져 나오는 페이크 뉴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지, 자칫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점이다. 

기독교계 안 ‘페이크 뉴스’ 우려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페이크 뉴스’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교회도 가짜뉴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온라인 모임 안에서 페이크 뉴스가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기독교인들 안에서 여과 없이 의도된 거짓 정보들이 기사형식으로 유통되고 있는 사실이 취재과정에서 확인됐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의 서석구 변호사는 가짜 북한 로동신문을 인용해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고 변론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 변호사가 제시한 로동신문 헤드라인에는 “형제의 나라 호남 조선의 자랑스러운 혁명동지”, “김정은 동지의 명에 따라 적화통일의 횃불을 들었습네다”라고 돼 있었다. 명백한 ‘페이크 뉴스’이다.  

문제는 이런 악의적 가짜 뉴스는 최근 기독교인 온라인 모임에서 회자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95세 이희호 여사가 40세 이상 나이 차를 넘어 미국 힙합가수와 결혼한다는 해괴망칙한 내용까지 등장했다. 팩트 확인이 안 된 가짜 정보로 인한 폐해를 걱정하는 소신발언도 단체 채팅방에 등장했지만, 쏟아지는 가짜와 거짓에 비할 바가 아니다. 

특징을 보면 기독교 단체 채팅방에서는 주로 기성 언론매체 보도보다는 인터넷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나 블로그를 인용하거나 링크를 거는 경우가 상당수다. 공유된 가짜 정보 뒤에는 ‘아멘’, ‘기도하겠습니다’와 같은 댓글이 이어지기도 한다. 선거철이면 왜곡된 정보로 기독교 안에서는 몸살을 앓아왔다. 벌써부터 그러한 전조 현상도 등장했다. 

농촌에서 목회하는 C 목사는 최근 여러 차례 대선출마를 선언한 후보와 관련된 기사링크를 문자로 전송받았다. 전화번호를 검색해보니 기독교계 단체 중 하나였다. 물론 자신의 연락처를 전송한 바도 없다. 목회자들 연락처를 확보한 후 무차별 전송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사전 선거운동과 다를 바 없는 단체 행동이 불쾌하기만 했다.

한국교회, 무차별 ‘가짜 뉴스’ 주의 
사전 선거 운동 ‘동향’도 감지돼
이의용 교수, “교회 안 합리성 필요”

“정보를 판단할 합리적 사고가 중요”
한국교회 안에 왜곡된 정보가 무차별적으로 유통되는 구조에는 분명 큰 문제가 있다. 교계언론을 비롯해 기성언론이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왜일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잘 알려진 국민대 교수 이의용 장로(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를 지난 20일 만나 최근 ‘페이크 뉴스’ 현상에 대해 진단하고, 바람직한 교회 안 정보 소통구조에 대해 들어봤다. 

이 교수는 지금의 언론구조에서 가장 먼저 원인을 찾았다. 이 교수는 “기성언론들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지 못하고 광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균형적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됐다. 독자들 입장에서는 믿을만한 매체가 줄어들게 됐고, 이것이 결국 미디어 편식을 하게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디어 소비자들이 자신과 다른 생각을 멀리 하도록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사실 정보의 무차별적 왜곡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그렇다고 분별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교회 안에서도 다양한 정치적 성향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 합리적 판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잘 알려진 국민대 이의용 교수는 "왜곡되고 악의적인 뉴스를 제대로 분별할 수 능력을 크리스천들이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목회자들이 지나치게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거나 교회가 세상과 전혀 소통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젊은 세대든 나이 든 세대이든 자기 주관을 분명하게 세우지 못해 주변 영향을 지나치게 받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전해진 정보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이크 뉴스’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만연돼 있는 이유에 대해 검증단계가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이 교수의 지적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제대로 된 토론광장이 형성되지 않은 채 ‘페이크 뉴스’들이 퍼날라 지고 있다는 것. 보통 언론매체들은 정보를 검증하고 기사를 데스킹 한다. 하지만 ‘페이크 뉴스’에 중독된 독자들은 흥미 위주로 뉴스를 소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교수는 이런 현실에 “재미있으면 선이고 없으면 악이 되는 현상”이라고까지 혹평했다. 이는 최근 기독교계 안에서 소비되는 ‘페이크 뉴스’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의용 교수는 사람들이 ‘페이크 뉴스’를 생산하는 이유에 대해 확산효과를 기대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심리가 작용한다고도 분석했다. 

이런 때에 기독교계 매체들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까. 이 교수는 “교계매체들이 기독교 안의 뉴스만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돌아가는 사건과 현상들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해설하고 전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할 때 교인들이 교계지를 보고 기독교적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독교 복음의 본질 훼손되는 현실에서 교인들이 분별력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본지를 포함한 교계매체들이 균형있게 제대로 신앙적 가치를 담은  읽을 만한 기사들을 생산해 내야 할 사명이 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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