긷고 또 길어내도 여전히 ‘가득한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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긷고 또 길어내도 여전히 ‘가득한 은혜’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7.01.25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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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굵고 이미지가 강한 목회자들을 만나보면, 막상 여린 순 같은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다. 경기도 용인에서 튼실하게 목회해 온 반듯한 이미지, 그리고 어떤 때라도 성경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설교…. 정형화된 목회자의 틀이었고, 윤호균 목사(화광교회 담임)의 이미지 또한 그랬다.

# 96편의 감성 ‘에세이’

‘은혜를 긷다’(와웸퍼블)는 여린 내면의 모습을 보여주는 에세이. 목회자들이 쉽게 내놓는 설교집이 아니다. 매일 아침을 열면서 시작하는 묵상, 하루하루 만났던 일상의 소소함을 정리했다. 남편으로, 아버지로, 할아버지로, 그리고 목회자로 살아가는 저자의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작은 위로와 가벼운 미소로 다가설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 윤호균 목사의 에세이집 ‘은혜를 긷다’에는, 매일 아침을 열면서 시작하는 묵상, 하루하루 만났던 일상의 소소함들이 가득 담겨있다.

굵은 선 뒤에, 그리고 목회자라는 이름 속에 감추는 나약함도 숨김 없이 드러냈다. 윤 목사는 이것이 더 큰 은혜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반인들처럼 상처 받고, 낙심하며, 절망이라는 터널에 갇히기도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런 마음을 묵상과 글로 다독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마음은 교인들을 만나는 통로가 되고 사람들을 위로하는 토양이 됐다.

“약 한 시간 가량을 통화하며 그 젊은이에게 내 젊은 시절 이야기를 했다. 모든 것이 암울하여 캄캄하던 시절, 이 세상에 혼자만 낙오자 같았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청년의 아픈 가슴을 다독여주며 그 청년과 한 가지 약속을 했다.”<1부 ‘포근한 사랑의 은혜 – 길을 묻는 젊음에게’ 중에서>

글이 모여 1천여 편이 넘었다. ‘은혜를 긷다’에 담은 에세이는 모두 96편. 전체 네 파트로 나누어 ‘포근한 사랑의 은혜’, ‘열렬한 위로의 은혜’, ‘시원한 행복의 은혜’, ‘순백한 소명의 은혜’로 묶었다.

# 목회자로서의 ‘첫 마음’ 잃지 않기

아무리 여려도, 혹은 전혀 새로운 모습이어도 저자는 천상 목회자다. 사람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다르고, 목회자들에 대한 배려 또한 넓고 깊다.

윤 목사는 이미 몇 개의 교회를 개척했지만 아쉬운 마음 없이 다른 목회자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피 같은 자리이지만, 처음 교회를 개척한 서울 상계동에서 그랬고, 동탄 개척도 그랬다. 최근에는 용인시 보정동 지역 상가 건물을 무상으로 헌납해 목회자에게 교회를 개척하도록 했고, 3천2백여 평의 성산수양관 부지도 교회에 헌납했다. 지금은 미자립 교회 목회자 115명의 개인연금을 전액 지원하는데, 150명까지 늘인다는 계획이다.

이런 결정은 ‘첫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한 되돌아 봄이다.

“나의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출발점을 기억해야 한다. 그 처음을 기억하는 일이 변화를 알아가는 첫 발걸음인 것이다.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변했는가? 사람을 대하는 나의 마음이 변했는가? 물질에 대한 나의 가치가 변했는가? 하나님을 만나는 나의 시각이 변했는가? 사람이 어찌 세월의 흐름 속에 변하지 않고 오롯이 서 있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변하는 존재다. 온전치 못한 존재다. 그렇기에 매 순간, 매일을 기억하고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3부 ‘시원한 행복의 은혜 – 첫 마음’ 중에서>

# ‘약함’은 우리의 본질

이 정도면 ‘안정’과 ‘인정’으로 그의 목회가 설명될 수 있지만, 윤 목사는 ‘약함’이라는 단어를 들고 나온다. 그리고 “약함은 우리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잘 넘어지고, 잘 깨지며, 자주 잊어버리는 존재, 온전하지 못한 존재. 그러기에 예수를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약함의 본질은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운 성령으로만 덮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퍼내고 또 퍼내도, 긷고 또 길어도 마르지 않는 은혜의 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의 약함은 우리를 넘어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더 가까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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