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칼럼]나는 정말 잘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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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칼럼]나는 정말 잘 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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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1.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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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청소년을 믿음으로 키우는 빵과 기도-41

요즘 청소년들은 거의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지요. 그런데 뜻밖에도 주일학교 중학생으로부터 원고지 5장은 넘을 것 같은 긴 이메일이 도착했습니다. 나는 긴장한 채 메일을 읽기 시작했지요.

왜냐하면 요즘 청소년들의 일탈이 자주 일어나니까요. 하지만 편지를 다 읽은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가출, 임신, 자살처럼 극단적인 내용이 아니라서 그렇지요. 그러나 둑을 무너뜨리고 물바다를 이룰 것처럼 편지 안에는 한숨과 절망, 눈물이 넘실거렸습니다. 

“선생님. 나는 초등 3학년 때부터 주일학교를 다녔으니까 모두 합하면 7년이 넘어요. 그러니까 선생님을 만난 지도 7년, 예수님을 안 지도 7년이지요. 그런데 우리 집은 7년 동안 변한 게 없어요. 엄마 아빠는 아직도 교회에 안 다니고, 자동차도 안 바꿨고, 오히려 더 가난해진 것 같아요.

나는 키도 별로 안 컸고, 살 만 더 쪘고, 공부도 그냥 그래요. 아빠는 회사에 다니는데 이사급 정도 안 되면 그만 둬야 한 대요. 엄마도 직장을 다니지만 나이가 50이 넘으면 그만 둬야 할지 모른대요.

그래서 엄마는 별의 별 자격증을 다 따고 있어요. 초등학교 5학년인 남동생은 철이 없어서 24시간 로봇만 생각해요. 나는 하나님께 기도할 때마다(물론 교회에 올 때만 기도하지만...)  우리집을 잘 살게 해 줘서 내가 외국에 유학 가서 패션디자이너 공부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어요.

뭔 일인지 외할머니 아파서 수술하고 나면, 작은 아버지가 교통사고 당하고, 그 다음에는 친할아버지가 수술하시고... 엄마 말로는 우리집에 돈 잡아먹는 귀신이 있는 것 같대요, 그래서 나는 내가 앞으로 잘 살 것 같지 않아요.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요.

얼굴이 예뻐서 재벌 아들이랑 결혼할 것도 아니니까요. 선생님은 작가이니까 사람에 대해서 잘 아실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이렇게 천민으로 살다가 천민으로 죽어야 하나요?

임신이나 가출, 약물중독으로 인한 고통의 편지는 아니었으나 그에 못지않은 중압감에 나는 가슴이 턱 막히는 것 같았습니다. 이 학생이 특이한 케이스라서? 절대 아닙니다. 이런 생각으로 움츠러들고, 일찌감치 미래를 포기하고, 우울하게 또는 거칠게 사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편지를 받았다면 어떻게 상담해주시려는지요? 우리는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므로 당황부터 할 겁니다. 나 역시 그랬지요.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한 다음 다시 편지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와 나눌 이야기 실마리를 몇 개 찾았습니다.   

먼저 교회 올 때만 기도한다는 점, 두 번째는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라는 것, 세 번째는 외국 유학을 가고 싶어하는 점, 네 번째는 엄마아빠와 소통이 잘 되고 있다는 점, 다섯 번째는 이렇게 긴 글을 쓸 수 있고, 나에게 메일을 보내는 용기가 있다는 점, 마지막으로 그 깊이가 어떠하든 본인이 스스로 “예수님을 안 지도 7년이지요.”라고 무의식적으로 말한 점. 나는 이 6개의 실마리를 가지고 기도한 다음 학생을 만났지요.

이 적은 지면에 학생과의 대화를 다 적을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그 아이는 밝은 얼굴로 나와 함께 교회 카페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 아이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거룩한 습관’ 몇 가지를 지킬 것을 단단히 약속받고 그 습관이 학생의 삶에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 간섭하고, 관리하며, 참견해도 좋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물론 한 주, 한 달, 또는 석 달 만에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한 주, 한 달, 석 달을 넘어서서 6개월, 1년, 3년...으로 이어질지도 모르지요. 나도 날마다 몸부림치다 시피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몸부림친 만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보다 약한 자를 세워줄 수 있는 힘이 생긴 듯 합니다.  용기내어 나에게 솔직하게 고백하고 함께 손을 잡을 힘을 조금이나마 얻은 그 학생! 마치 십자가 하나 만을 의지하여 담대하게, 때로는 뻔뻔하게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우리 모습 같습니다.

빵과 기도
빵>>>
모든 불평, 불만족, 그리고 두려움은 사실 핑계일 수도 있다. 내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자는 앞만 바라보고 있기에 그럴 시간도 없다.

기도>>>느헤미야 6장에 두려움이란 말이 4번이나 나온다. 모두 외부에서 들어온다. 사람들의 말, 편지, 상황 등등. 그러나 느헤미야는 상황이 힘들고 두려움이 클수록 더욱 간절히  하나님께 기도하고, 열심히 성을 쌓는다. 더 열심히 쌓는다. 그리고 52일 만에 완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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