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없어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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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없어진 세상
  • 류춘배 목사
  • 승인 2017.01.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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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춘배 목사·정남중앙교회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보름을 넘어갔다. 우리는 어렸을 때 추운 겨울밤 안방에 둘러앉아 아버지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를 통해 꿈과 희망을 키웠다. 탈무드를 보면 인간의 지능과 꿈은 8세가 되면 자리를 잡고 자라기 시작한다고 한다. 영어로 이야기를 내러티브(narrative)라고 하는데 이 말은 시간과 공간 속에 일어나는 일들, 즉 이야기 ‘stories’ 라고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상상의 날개를 펴기 때문에 이야기(stories) 라는 말은 다시 생각한다(think)라는 말로 표현할 수도 있다. 또한 이야기란 단어의 어원을 보면 역사(history)라는 단어에서 비롯된 것을 알 수 있다. 역사는 진실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생각과 역사를 담은 이야기들 보다 뜬소문만 무성한 것 같다. 역사성이나 감동을 잃은 채 흥분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 교회 안에서도 갖가지 소문들이 들어와 질서를 어지럽히고 갈등을 야기시킨다. 얼마 전 이웃 교회 부목사를 만났다. 신년부흥회를 마쳤는데 2억원의 헌금이 나와 홈런을 쳤다는 것이다. 설교를 듣고 성도들이 흥분(?)하여 헌금에 힘썼다는 것이다.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년부흥회는 한 해를 시작하며 올해는 반드시 주님과 동행하며 경건에 힘쓰고 작은 예수님으로 살 것을 주님 앞에 다짐하는 거룩한 성회여야 하는데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이야기다운 이야기가 없어진 것이다.

오래 전 성결교회 풋내기 전도사가 시골교회 담임자로 부임하였다. 첫 주일설교라 긴장한 탓에 오병이어 말씀을 그만 5천개의 떡과 2천 마리의 물고기로 5명이 배불리 먹고 12광주리가 남았다고 설교를 했다. 그러자 시골교회 맹주(?) 역할을 하시는 영수님이 앞자리에 앉아 설교를 듣다가 ‘그건 나도 하겠다’라고 답하는 바람에 전도사가 정신을 차렸는데 이미 설교는 끝난 후였다. 결국 한 주 만에 교회를 떠나기로 하고 짐을 싸다가 시골교회 담임자로 간다고 부모님과 동기들에게 기도부탁을 다 했는데 이 무슨 창피인가 하는 생각에 다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주일을 맞았다.

지난주 설교를 다시 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떡 다섯 덩이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명이 먹었습니다’ 하고 마치면서 전도사가 앞자리 영수님께 물었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영수님이 웃으며 부드러운 얼굴로 ‘예, 지난 주일에 12광주리 남은 것으로 먹이면 됩니다’하고 대답하는 바람에 함께 호탕하게 웃으며 서로 감싸 안고 좋은 교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희망을 이야기하고 용기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나 혼자는 힘들지만 서로 손을 맞잡으면 얼마든지 주님 영광을 위해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다시 호탕한 웃음을 되찾자. 그리고 타인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비평과 비난은 보따리에 싸 두자. 이야기가 있는 가정, 이야기가 있는 부자 사이를 만들어 보자. 이야기가 있는 그리고 웃음꽃의 향기가 있는 교회를 만들어 보자. 목사님들도 웃으며 설교를 하자, 경직된 얼굴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표정으로 바꿔보자. 이제 역사의 주인이며 이야기의 주인공인 예수님을 이야기하자. 그리고 그 분을 본받고 닮아가자. 내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예수 믿는 사람이라 그렇게 달랐구나 하는 감동을 주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자. 올해는 분열과 갈등의 소문이 아닌 기쁨과 희망의 이야기, 역사의 주인공이며 생명이신 예수님 이야기가 더 많이 전파되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우리 모두 주님을 웃으시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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