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교사가 30년 동안 한국을 다시 찾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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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교사가 30년 동안 한국을 다시 찾지 않은 이유?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7.01.13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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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의돈 박사의 한국선교이야기/ 이정순 지음 / CLC

1884년부터 1994년까지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사역한 선교사는 2,956명.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등 귀에 익숙한 선교사들도 있지만, 상당수 선교사들은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이국 땅 한국에서 복음을 전하는 데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쳤다. 그리고 그 중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한 사람 계의돈 박사(1929~현재, Robert Louis Goette)가 있다. 

최근 백석대학교 기독교학부 이정순 교수(선교학)는 1960년 교육선교사로 미국 남장로교 파송을 받아 1987년까지 27년간 과학자이자 선교사로 활동했던 계의돈 박사의 족적을 책으로 엮었다. 책의 제목은 ‘과학자 계의돈 박사의 한국 선교이야기’이다. 

선교사들에 의해 설립된 한남대학교에서 평생을 봉직하며 캠퍼스 복음화와 우리나라 화학분야 발전을 위해 지대한 공헌을 했던 계의돈 박사의 삶이 자칫 묻혀버릴지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컸다. 이 교수는 12년 동안 계의돈 박사의 조교 겸 비서로 일해 누구보다 그를 잘 알고 있는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전기를 쓰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책은 계의돈 박사가 거쳐 간 흔적을 과대포장하지 않고 진솔하게 서술해가고 있다. 최대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책에는 계 박사가 미국에 공적으로 보낸 선교편지 100통과 관련된 내용들도 담겨 있다. 1960년 9월 24일 첫 선교편지부터 미국으로 영구 귀국하기 전 마지막으로 보낸 1986년 12월 22일자 편지까지. 지나치게 실증적이라고 저자도 우려할 정도다. 그래서 책은 계의돈 박사 한 개인의 삶과 교육자로서 공적, 선교사로서 헌신을 종합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이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9년 미국 플로리다에 머물고 있는 계의돈 박사에게 한국에 있는 학자들의 뜻을 모아 책을 쓰겠다는 의사를 타진했지만 본인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자신이 조명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오로지 예수님만 기억돼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굳건했다. 

실제 계 박사는 한남대학교를 떠난 후 여러 차례 한국에 초청됐지만 한반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역시 자신에 대한 칭찬과 존경을 거부하는 의미였다. 

계 박사는 그런 사람이었다. 새 옷을 사 입지 않는 근검절약, 복음 전파에 대한 투철한 사명과 실천, 이웃을 위한 나눔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됐던 1970년대 한남대에서 LTC·LTI 전도훈련을 했던 계의돈 박사와 제자들도 눈길을 끄는 순간이다. 

계의돈 박사의 삶에 대해 언급하면 그는 촉망받는 과학인재였다. 만 23세 8개월만에 플로리다대학교에서 유기화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당시 세계 최초로 나일론을 개발한 ‘듀퐁’사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경제적 여유까지 누리던 그가 자가용 경비행기 사고에서 극적으로 살아난 이후 선교사로 헌신하는 전기가 마련됐고, 낯선 한국에서 교육자로 살았다. 

그는 화학연구의 토대가 부족했던 동료교수와 후학들을 위해 미국의 자료들을 발을 벗고 구해왔다. 특히 1966년 국내 첫 자연과학연구소를 설치해 대학 내 연구소 설립의 길을 닦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에도 참여하는 등 우리나라 현대 과학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특히 계의돈 박사는 그리스도인 학자들조차 ‘진화론’을 당연하게 여기던 풍토 속에서 한국사회에 과학자로서 ‘창조론’을 본격적으로 외친 학자이다. 재직하던 한남대에서 ‘과학과 창조’ 과목을 개설해 당시 주목을 받았지만 우리에게는 이 같은 내용이 잘 전달되고 있지 않은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정순 교수가 내놓은 책은 향후 선교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책에서는 장신대 명예총장 서정운 박사, 한남대 전 대학원장 오승재 박사, 고신대 전 부총장 이상규 박사가 계의돈 박사와 직접 교분을 나눴던 기억을 회상하며 쓴 추천사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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