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간 8년… 캄보디아에서 발견한 “진짜 희망”

[인터뷰]기독 다큐 영화 ‘아이 엠 호프맨’ 감독 나현태 집사 손동준 기자l승인2017.01.10l수정2017.01.10 17:50l13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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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현태 집사는 무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이 엠 호프맨’ 제작을 위해 한국과 캄보디아를 수차례 왕복했다. 나 집사는 영화를 통해 관객 각자가 진정한 희망을 발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로 20년째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나현태 피디(서울광염교회 집사). ‘SBS 스페셜’과 ‘EBS 다큐프라임’ 등 주로 공중파 채널에서 굵직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그가 처음으로 기독영화 제작에 나섰다. 그가 무려 8년에 걸쳐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은 ‘아이 엠 호프맨’.

영화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희망학교’를 중심으로, 이 학교에 다니는 빈민촌 아이들과 학교를 섬기는 임만호 선교사 부부의 이야기가 담겼다. ‘아이 엠 호프맨’을 통해 나 집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서울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방송용 다큐로 시작한 ‘아이 엠 호프맨’

무려 8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사비를 털어가며 애지중지 만든 작품이다. “기사 좀 잘 써주세요” 같은 부탁을 할 법도 한데 “얘기가 안 된다 싶으면 억지로 기사화 할 필요 없다”며 오히려 한발 뺀다. 이런 고집스러움이 작품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여러 말로 수식하고 꾸미기보다 작품으로 승부하겠다는 장인정신마저 느껴졌다. 숙련된 도자기공이 화로 앞에서 작품을 부수고 다시 만들 듯이 그는 집요하게 작품에 천착해왔다. 상영회를 시작한 이후에도 추가 편집을 하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 나이로 48살인 그는 28살 때부터 줄곧 방송용 다큐멘터리만 만들어왔다. 그가 ‘아이 엠 호프맨’이라는 영화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였다.

지난 2008년, 그가 다니고 있는 서울 광염교회(담임:조현삼 목사)는 사이클론이 할퀴고 간 미얀마로 긴급구호를 나섰다. 당시 구호팀의 사역을 영상에 담기위해 동행했던 그는 담임목사로부터 연말을 겨냥해 기독교 다큐멘터리 한 편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가톨릭이나 타종교에 비해 TV에서 기독교 다큐멘터리를 보기 어려운 때였다. 기독교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기독교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마음을 먹고 캄보디아로 떠났다.

“당시 담임 목사님이 캄보디아 희망학교를 추천해주셨습니다. 가서 보니 희망학교 아이들을 중심으로 만들면 좋겠다 싶어서 방송용 다큐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08년 정권이 교체되면서 방송국 사장이 바뀌고, 아시아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불발이 된 거죠. 당시 나온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면 ‘칙칙한 아시아 이야기 말고 밝은 이야기를 하자’는 거였습니다. 진행되던 일을 멈추고 고민하다가 몇 년 후의 아이들 모습이 어떻게 변했는지 다시 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 영화로 전환하게 된 거죠.”

방송용 다큐멘터리가 본격적인 기독교 영화로 변신하게 된 순간이었다.

 

▲ 희망학교 교장 임만호 선교사는 루게릭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캄보디아를 향한 하나님의 사명을 위해 오늘도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

첫 번째 촬영본에는 희망학교에 다니는 빈민촌 아이들의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영화화가 결정되면서 부터는 자연스럽게 희망학교 교장인 임만호 선교사 내외의 이야기가 첨가됐다. 특히 2009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이후 온몸이 굳어가는 상황 속에서도 선교지를 지키는 임만호 선교사의 모습을 영상에 담기 시작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다고 했던가. 2012년 임만호 선교사의 큰 아들 요한 군이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영화에는 요한 군의 소천 후 열린 추모예배와 그를 기억하는 친구들의 인터뷰, 아들의 죽음에도 꿋꿋하게 선교지를 지키는 임 선교사 부부의 모습이 오롯이 담겼다.

나 집사는 편집 과정에서 ‘아버지의 마음’, 특히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어느 날 편집을 하다 나와서 집 주위를 산책하는데, 문득 선교사님의 마음이 와 닿더라고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로서 ‘대충 이럴 것이다’ 생각은 했지만 그날은 슬픔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하나님이 보내셔서 간 선교지에서 아들을 앞세워 보낸 아버지의 심정이 참 어려웠겠구나…더군다나 아이가 사고 당한 길을 지나다녀야만 하는 마음이 참담하게 느껴졌습니다. 보통 다큐멘터리 작업을 오래 하다보면 ‘감정이 메말랐구나’ 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데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눈물을 참 많이 흘렸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아들 예수님을 보내셔서 십자가에 매달아야 했던 아버지의 마음 말입니다.”

 

관객들에게 희망 전할 수 있길

영화의 제목 ‘아이 엠 호프맨’은 희망학교 아이들이 등하굣길에 모여서 함께 외치는 구호다. 나 집사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제목처럼 희망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빈민가에 살고 있지만 ‘내가 바로 희망의 사람’이라고 외치는 희망학교 아이들을 통해, 그리고 육체의 감옥에 갇히는 병 ‘루게릭’에 걸린 채 아들을 잃는 고통 속에서도 선교지에 희망을 심고 있는 임만호 선교사를 통해서 말이다.

나 집사는 우리 각자가 주어진 삶 속에서 ‘호프맨’으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영화를 통해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앙생활하기 편해진 우리의 삶에 새로운 도전이자 자극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삶이 편하면 게을러지고 나약해지기 쉽습니다. 특히 신앙이 그렇죠. 교회를 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는 평화롭게 교회를 다니잖아요. 그런데 캄보디아 아이들은 정말 치열하게 교회를 다닙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삶의 현장 속에서 신앙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는 먹고살기 편안해지니까 신앙생활에 나태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도 유럽도 마찬가지인데, 경제 발전과 함께 절박함은 떨어지는 것 같아요. 보시는 분들이 좀 더 치열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 치열한 삶의 현장 속에서도 신앙을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희망학교 아이들의 모습은 영화에 오롯이 담겼다.

극장 상영만이 목표 아냐… 찾아가 만날 것

나 집사는 현재 배급사 섭외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그러나 노력한 만큼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다. 대형 배급사 두 곳에서는 최근 거절의 의사를 표했고, 다른 한 곳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종교 다큐멘터리라 다루지 않는다는 게 거절 이유였지만 사실상 돈이 안 되기 때문에 거절당했을 거라고 나 집사는 말한다. 최근 들어 기독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조급해하지는 않는다. 배급사가 있어서 극장에 걸리면 좋기야 하겠지만 상영이 최종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역을 다니면서 상영회를 하거나 음원처럼 등록해서 포털을 통해 서비스하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절차의 차이는 있겠지만 다양한 루트로 관객과 만나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근 들어서는 신청하는 교회를 방문하는 상영회를 시작했다. 교회마다 웬만하면 프로젝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파일만 있으면 얼마든지 상영회가 가능하다. 일단 최소 100명을 기준으로 일인당 5천원의 적은 돈만 내면 찾아가는 상영회를 하겠다는 각오다. 교인 수가 200명을 넘더라도 최대 100만원까지만 받을 계획이다. 혹여 교인수가 적더라도 상영을 원한다면 협의를 통해 얼마든지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상영회를 해보니 유독 눈물을 흘리는 관객이 많았다고 한다. 영화를 다 본 뒤 “저 사람들도 각자 위치에서 저렇게 살아가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반응에 가장 기분이 좋다는 나현태 집사.

지금까지 하나님께서 20년간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한 것도 이 영화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그는 “영화를 만들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감당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손동준 기자  djson@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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