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하나님만 바라보며 ‘목숨 걸고’ 기도하는 사람들

신년 르포//금식기도로 새해를 맞이하는 ‘방주교회 금식기도원’ 김성해 기자l승인2017.01.04l수정2017.01.04 16:32l13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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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은 광야에서 40일 금식을 하셨다. 처절한 자기절제의 시간, 사탄은 그를 시험했다. 참아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유혹, 그것을 이겨내고 끝내 승리하셨던 예수. 예수님의 모범을 따르는 믿음의 사람들을 찾아 지난달 31일 오후 청량리역에서 충남 단양행 열차에 올랐다. 사람들이 매우 분주하게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단양역에서 내려서 다시 상진리에 위치한 방주교회를 찾아가는 버스를 탔다. 이내 도착한 방주교회는 출발 전 들었던 대로 작은 기도원을 겸하고 있었다. 특히 금식기도를 위해 교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방주교회 금식기도원. 최소 21일에서 40일까지 금식기도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2017년을 향한 기도제목을 듣고 싶었다.

무엇을 위해 그토록 기도할까. 그것도 곡기를 끊으면서까지. 일단 여러 궁금증을 뒤로하고 밤 11시 예배를 앞두고, 주변 경관을 둘러보면서 잠시 나만의 조용한 묵상시간을 가졌다. 

▲ 방주교회 금식기도원을 찾아온 성도들은 새해 첫 날에도 하나님만 바라보며 기도했다. 이들은 2017년에도 온전히 하나님의 인도하심만을 간구했다.

묻지 않는 죄를 짓지 않길
저녁 10시 30분. 조금 일찍 들어간 예배당에는 송구영신예배를 위해 어느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잠시 뒤 사람들은 인도자와 함께 찬양을 부른다. 성도들은 눈을 감고 가사를 묵상하면서 찬송한다. 곡에 맞춰서 팔을 흔들기도 한다. 저마다 받은 은혜를 온몸으로 표현한다. 

이날 방주교회 담임 안순남 목사는 ‘노아’에 대한 설교를 전했다. 노아는 방주 안에서 까마귀와 비둘기를 날려 육지의 물이 빠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심지어 방주 뚜껑을 열고 물이 걷힌 모습을 보았지만 그는 방주 문을 바로 열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나오라고 말씀하실 때까지 노아는 기다렸다. 안순남 목사는 자신의 생각으로 섣부르게 앞서지 말고 믿음으로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릴 것을 전했다.


“노아는 방주 속에서 온갖 동물들과 함께 갇혀있었어요. 각종 동물들의 냄새를 맡으면서 생활하는 그는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하루 빨리 물이 마르고 방주에서 나가는 날만을 기다렸을 거예요. 그런데 노아는 물이 마른 것을 확인하고도, 방주 문을 열지 않았어요.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때까지 그는 행동하지 않고 하나님의 음성을 기다렸어요. 성도 여러분들도 새해에는 내 경험과 내 지식을 앞세워 행동하지 말고 하나님의 음성을 기다리는 자가 돼야 합니다. 믿음으로 인내해야 합니다. 하나님께 묻지 않고 내 뜻대로 행동하는 죄를 짓지 말길 바랍니다.”


아마 설교자의 메시지는 예배에 참석한 성도들에게 각자 은혜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깊은 밤 예배당에 앉은 성도들은 주님을 부르며 본격적인 기도를 시작한다.

기도하는 모습을 보자 알 수 없는 벅찬 감동이 전해온다. 2016년을 보내는 송구영신의 밤이었지만, 세상의 흥분을 찾을 수 없고 밤이 짙어질수록 기도하는 읊조림은 알 수 없는 깊이로 침잠하게 했다. 


순종하기 위해 기도하는 자
교회에서는 보통 하루 세 차례 공동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중 한번 저녁시간에는 예배를 드린다. 물과 소금만으로 장시간 금식하다보니 건강관리도 필요하다. 금식기도자들은 오후에는 산책로를 걷는다.

20일 이상 금식을 하면, 초반 일주일에서 10일까지가 매우 힘들다. 곧 위가 적응해 기도하며 견딜 만 하게 되지만 막바지에는 서거나 앉기 힘든 순간도 찾아온다고 한다. 


그토록 긴 시간 금식하면서 기도하는 것을 보면 각자 특별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어느 교회에서 사역중인 이영희 사모는 그저 하나님의 명령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흔히 사람들은 금식기도를 한다고 하면 건강이나 다른 고민들이 있기 때문에 기도하러 가는줄 알더라고요. 제가 기도하러 간다고 할 때도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냐고 주변에서 물어봤어요. 근데 아니거든요. 저는 그저 하나님이 저에게 금식하며 기도하라 명령하셨고, 저는 그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기도하러 왔어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 위해 기도하러 온 사람은 이영희 사모뿐만이 아니다. 앞자리에 앉아서 말씀을 듣던 김기순 전도사도 마찬가지다. 김 전도사는 새해를 앞두고 그동안 자신의 뜻대로 살아온 죄를 회개하기 위해 나아왔다.

“금식기도를 하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게 되요. 사람이 흔히 자기의 길을 계획할 때 자신의 뜻대로 가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하나님의 음성을 뒤로 하고 내 뜻대로 살려고 하게 되요. 그건 내가 주인이 되는 것이거든요. 불순종했던 제 자신을 회개하고 2017년에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살고 싶어서 기도하고 있어요.”

배우자의 질병을 기도제목으로 품고 조용히 기도의 자리로 나온 김순석 집사(가명). 그는 기도하는 기간 중 응답보다 신앙의 깨달음을 얻었다고 간증한다. 

“처음에는 그저 배우자의 건강을 기도하기 위해 나왔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먼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지 않고 살았던 제 자신을 내려놓게 하셨어요. 교회를 20년 넘게 다녔고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정작 내 일과 내 비전은 내 마음대로 행해왔던 지난 세월을 먼저 회개했어요. 지금은 배우자의 건강과 함께, 온전히 내 삶을 주님께서 인도해주실 것을 믿고 말씀도 더욱 가까이 하며 기도하는 새해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주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자 
오전 기도회에서는 미래를 위해 기도하는 젊은 사람들의 기도제목을 들을 수 있었다. 올해 결혼하게 되는 예비부부 김종대 전도사와 송영지 청년. 둘은 결혼을 앞두고 기도원에 올랐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 흐뭇하다. 

김 전도사는 몇 달 전만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다 학부시절 신학을 공부했던 그는 다시 지난해 신대원에 진학했다. 부르심이었다. 부르심의 이유를 듣고 싶어 예비부부는 금식기도를 작정했다. 

“학부에서 신학을 전공할 때 당시 제 형편으로는 신학 공부를 이어서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 길을 포기하고 일반 회사 직장생활을 했죠. 하지만 하나님이 저에게 신학의 길을 걸으라고 명하시는 음성을 외면할 수 없어서 기도로 간구하고 있습니다.” 

아내가 될 송영지 청년 역시 막연하게 아프리카 선교를 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가 예비남편을 만났다. 최근 선교사역을 권유받고는 또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사모의 길과 선교사역의 길을 앞두고 역시 기도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어떤 길을 보여주실지 궁금하다. 

“어떻게 저를 사용하실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분명히 제게 계획하신 길이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응답하실 하나님을 믿고 그 분의 계획만 바라보려고 합니다.”

방주기도원에 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이인수(가명) 전도사 역시 늦깎이 신학생이다. 과거 신학을 공부하다가 뛰쳐나갔다는 이 전도사는 오는 2월에 졸업하는 신대원생 3학년이다. 나이 50을 앞둔 그는 졸업 이후 어떻게 인도하실지 답을 구하기 위해 이곳까지 찾아왔다.

“젊은 시절 신학을 공부하다가 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만뒀는데 이렇게 신대원생이 됐어요. 그런데 막상 새해에 졸업을 하고, 사역지로 나아갈 생각을 하니까 여러 가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제 자신의 영적인 부분부터 시작해서 어떤 사역지로 가게 될까. 내 신앙도 부족한데 어떻게 성도들에게 말씀을 전할까. 이런 고민들을 했죠. 그러다가 주변의 목사님께 작정 기도를 권유받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오로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금식을 하고 싶다는 이 전도사. 새해에 그는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소망한다.

잠시 머물며 했던 기도, 사람들과 나눴던 기도제목이 하나님을 향한 온전한 신앙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것 같았다. 기도에 열중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눈으로 담으며 조용히 교회를 빠져나왔다. 갑자기 허기가 엄습해왔지만 왠지 곧장 무얼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다.

김성해 기자  shkim@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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