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울릉도 소녀’의 꿈은 계속 이뤄진다

나눔대상 받은 ‘대구 슈바이쳐’…박언휘 종합내과병원 원장 이성원 기자l승인2016.12.29 10:29:07l수정2016.12.29 10:48l13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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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울릉도 소녀가 있었다. 그 소녀는 많은 이웃들이 작은 병으로 죽어가는 걸 보며 자랐다. 간단한 병이 폐혈증이 되어 죽고, 맹장을 치료 못해 터져서 죽고, 축구하다 다리에 생긴 염증이 항생제가 없어 곪아 큰 병 만들어 죽고, 그랬다. 1960~70년대, 울릉도는 그랬다.

자신도 몸이 약했던 그는 의사의 꿈을 꾸었다. 울릉도라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하나님이 주신 달란트인 지능지수”가 높아서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그는 그 은혜를 섬김과 나눔으로 지금까지 갚고 있다. ‘대구 슈바이처’로 불리는 ‘박언휘종합내과병원’의 박언휘 원장(대구 영광교회 출석) 이야기다. 

▲ 의료혜택이 없어 많은 고통을 당하던 울릉도에서 태어나 의사의 꿈을 이루어 지금까지 많은 나눔과 선행을 펼쳐온 ‘대구 슈바이쳐’ 박언휘 원장은 새해에도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를 인술을 통해 어려운 이들을 섬기는 것으로 갚겠다고 다짐한다.

퀴리부인과 슈바이처
박 원장은 2005년 경 병원을 개원한 이래 지금까지 장애인 등 어려운 이들을 위한 무료진료를 계속 하고 있다. 최근에도 노인복지시설 등에 독감백신 4000여 개(1억 6천만 원 상당)를 기부했다. 이것 역시 12년째. 또 고향 울릉도 학교에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선행과 나눔을 실천해왔다.  

이런 일들이 알려지면서 대한민국 사회봉사상, 자랑스러운 한국장애인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올해의 의사상, 장영실과학상 등에 이어, 최근 2016 제11회 대한민국 나눔대상에서 국회의장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상은 지난 여름에 받았던 울릉군민 상 특별공로상이다. 

“울릉도를 빛낸 상은 울릉도 군민들 30% 이상이 사인을 해야 받는 상입니다. 고향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남다른 느낌을 주더라고요. 그 동안 많은 상을 제게 주셨지만 잘 받으러 가지 않았는데, 이번엔 고향 분들이 저를 보고 싶다하셔서 울릉도까지 갔어요. 그런데 파도가 세서 결국 다시 돌아왔죠.”

세상 좋아져 이젠 괜찮을 줄 알았는데, 울릉도는 여전히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섬이었다. 육지의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작은 병으로도 큰 고통을 당해야 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왜 의사가 되었는지, 의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때 감사한 건 미국 의료 선교사들이 울릉도에 와서 병도 치료해주시고 영어도 가르쳐 주시고 그랬어요. 그 영향을 저도 받은 것 같아요. 어려서 제가 존경하는 위인이 퀴리 부인과 슈바이처 박사였는데, 울릉도가 사실 아프리카 못지않은 오지거든요, 슈바이처처럼 의사가 되어 아픈 자들을 치료하자는 꿈을 갖게 된 거죠.”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로, 아이큐가 굉장히 높았던 그는 뭐든지 한 번 본 건 척척 기억을 하고 셈이 빨랐다. 그러나 의사가 되려면 육지에 나가서 학교를 다녀야 했는데, 울릉도를 빠져나간다는 게 쉽지 않았다. 배가 못 다녀 중학교를 육지로 못나갔던 그는, 아예 졸업 3개월을 앞두고 육지로 탈출해버렸다. 늘 모범생으로 살았던 그에겐 큰 도전이었다.

다리가 썩어가던 장애인
“의과대학은 입학했는데 아버지 사업이 실패를 했어요. 갈 데도 없고, 등록금도 없고, 동생 4명이 같이 있으니 먹을 것도 없고, 그때가 마침 크리스마스 이브였어요. 그 시절에는 크리스마스가 지금보다 더 흥청거렸거든요, 상대적으로 제 신세가 더욱 더 초라하고 불쌍한 거예요. 그래서, 그러면 안되는 데, 자살을 기도했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3일 만에 깨어나자마자 교수님에게 눈물이 나도록 혼났다. ‘하늘이 달란트를 주셔야 의사를 하는 건데, 네가 그렇게 쉽게 목숨을 끊을 수 있느냐’하고 혼쭐이 났다. 몸을 추스르자 공사장에 가봤다.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하나님께 약속을 했다. 죽음을 겪고 나니, 꿈은 더욱 간절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돈은 없었다.

“그때 처음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어요. 서원을 했죠. 내 꿈이 이뤄지면 평생 하나님 말씀대로 살면서 나를 보고 사람들이 하나님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요. 그리고 매일 새벽기도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를 다녔고, 그래서 의사가 된 거죠. 지금 이렇게 나누는 건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는 겁니다.”

박 원장이 특별히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를 10년 넘도록 계속 하게 된 계기가 있다. 그때는 지금과 같은 의료보험도 없었다. 교회를 빌려 무료진료를 하는데, 한 할머니가 매일 와서 약을 타갔다. 가만히 보니, 할머니와는 상관없는 약이었다. 

“매일 나가는 교회니까 미리 약을 타갈 필요가 없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자기가 먹는 약이 아니라 아들이 먹는 약이래요. 그러시면 아들이 오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못 오는 형편이었습니다.”

그 할머니 집을 따라갔다. 3층 쪽방이었는데, 정식 계단이 아니라 철제 계단을 얽어 놓은 것이었다. 계단을 딛을 때마다 무시무시했다. 옥탑방 문을 여니 좋지 못한 냄새가 훅, 밀려왔다. 한쪽엔 대소변 요강이 있었다. 밥상 옆에 한 여름에도 이불을 덮고 있는 아들이 있었다. 이불을 걷어보니, 다리가 썩어서 벌레가 생겼다. 하나님께 기도가 나왔다.

“그때부터 장애인 진료를 하게 된 겁니다. 지인들은 저보고 건강유지를 하려면 골프 쳐야 한다, 안 치면 나이 들어 외롭다고 해요. 그래서 쉬는 날 한번 갔는데, 갔다 오니 많은 환자들이 저를 보고 다 울었어요. 골프 칠 게 아니라 이런 사람과 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사실 치러 가도, 아파서 몸져 누워있는 사람들 생각 때문에 마음도 괴롭고요.”

노화방지의 비결은 ‘사랑’
사실 그는 한국노화방지연구소를 운영하고 전국명의와 노화방지 대한명인 1호로 선정될 만큼 젊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의 전문가다. 그에 따르면, 하나님은 몸과 마음을 같이 주셨다. 마음이 행복해야 노화가 되지 않고 암이 생기지 않는다. 맘고생이 모든 병의 원인이다. 

“내가 좋은 일을 해서 남에게 희망을 주면 세상이 아름다워지고 범죄도 사라지죠. 반대로 범죄가 생기면 나도 불행해집니다. 범죄 대상이 내가 될 수도 있잖아요. 이웃이 다 건강해야 결국 나도 행복한 거죠.”

한국의사수필가협회와 한국의사시인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시인이며 수필가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그의 노력이 인정을 받아 대한의사협회 선정 자랑스러운 의사로 뽑히고 MBC ‘아름다운 사람’에도 소개됐다.

“외국 근로자들이 대개 보험도 없고 향수병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우리 병원에 많이 옵니다. 그분들 중에서 어떤 분들은 저를 보고 ‘마리아’라고 불러요. 언젠가 한 분은 내시경 마취 끝나고 깨어나서 저보고 ‘엄마’라고 부르더라고요. 내가 그렇게 나이 많아 보이느냐고, 그 순간은 불쾌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픈 사람들에겐 엄마와 같고, 마리아와 같이 제가 느껴졌다는 게 감사했어요. 나는 어머니 같은 의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얼마 전 방글라데시로 돌아간 외국 근로자는 그를 통해서 하나님을 믿게 됐다. “나도 선생님과 같은 종교를 갖고 싶다”고 해서 기독교라고 말해줬더니 성경책을 구해서 기독교 신자가 됐다. 귀국해서는 기독교인으로 살기 어려운 나라인데, “어두운 굴 속에서 나와 환한 밖을 본 다음에 어떻게 다시 굴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면서 계속 기독교인으로 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한해도 의술을 제게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 능력을 베풀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새해에도 사회에 정말 필요한 의료인으로 남아 계속 봉사와 인술을 펼치고 싶습니다.” 
새해에도 이 ‘울릉도 소녀’의 아름다운 꿈은 계속 이뤄질 것 같다. 

이성원 기자  jos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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