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세상과 소통하는 전도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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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세상과 소통하는 전도 어떠세요?”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6.12.29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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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맛내는 청년들의 전도잔치

        기독교문화단체 ‘소금(sogm)’, 인사동서 새해맞이 복음전파 사역

       SNS 이벤트, 독특한 공연 등을 통해 거부감 없는 전도 활동 진행

▲ 기독교문화단체 ‘소금(sogm)’은 지난 25일, 서울 인사동에서 기적이 뿜어져 나온다는 의미를 담은 단어 ‘기적뿜뿜’을 주제로 삼고, 시민들에게 문화 전도 사역을 펼쳤다.

연말연시가 되면 인사동은 사람들로 더욱 북적인다. 한복을 입고 재잘거리고 있는 여성들, 한국의 풍경이 낯선지 이리 저리 사진을 찍는 외국인, 아이들과 함께 외출한 부부. 사람들은저마다 정겨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사람들을 따라 걷다보니 감고당길 입구가 나온다. 전통풍의 길을 따라 띄엄띄엄 놓인 부스에는 저마다 색다른 전시물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부스들 사이에서 유독 분주하게 움직이는 청년들이 보인다. 오늘 만나기로 한 단체 사람들이다. 문화로 예수님을 전하기 위해 모인 ‘소금(sogm)’ 회원들이다. 

이들이 새해를 앞두고 거리에 나온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를 거리에서 마음껏 전하기 위해서다.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일방적 방식이아니라 소통하는 전도사역이다.

한기가 옷 안으로 깊게 파고드는 오후, 소금회원인 3명의 청년들이 ‘찌익찌익’ 테이프를 뜯으며 박스를 만든다. 길 건너편에서도 다른 청년은 완성된 박스로 무언가를  쌓고 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눈 기자는 자연스럽게 청년들의 일손을 돕는다. 그리고 그들의 사역이야기,새해 소망을 듣는다.


추위도 이기는 청년들의 열기
30분쯤 지났을까. 추위로 인해 다들 손 끝이 빨갛다. 천막도 없이 길거리에 탁자만 세워놓은채 찬바람을 그대로 맞다보니 발가락까지 절로 오그라든다. 지칠만도 한데 청년들은 추위를 이겨내며 이날 공연사역을 묵묵히 준비한다. 누군가의 실없는 우스갯소리에 모두가 한번 웃는다.  

인사동에서 만난 단체 ‘소금’은 8년 전 SNS를 통해 마음이 맞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처음 트위터에 만들어진 이름은 ‘소금당’이었다. 매주 한번은 만나 친교하고 부활절, 성탄절 때 이웃에게 나눌 사역을 기획한다. 독특한 점은 이 단체의 청년들 전부가 직장인이라는 사실이다. 퇴근 후 찾아와 자신의 달란트를 기꺼이 나누며 이번에도 인사동 전도 페스티벌을 준비했다. 

올해는 25일 성탄절 주일에 행사를 열게 돼 휴일을 반납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휴식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주하는 것도 아닌데 감사로 받으니 은혜다. 

인사동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금’ 멤버인 청년들이 속속 도착한다. 구면도 있지만, SNS 공간에서만 보다가 처음 만나는 이들도 있다. 그래도 반갑다. 전도 페스티벌에 처음 참여하는 최경희 씨(금란감리교회)는 SNS를 통해 처음 자원봉사자로 지원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우연히 이 단체를 알게 됐어요. 문화 사역으로 예수님을 전한다는 행사의 취지를 보면서 마음이 움직이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하는 손길로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나오게 됐습니다.”

이날 만난 대부분의 청년들은 SNS에서 ‘소금’을 알게 됐다고 했다. 청년들은 자신이 어떤 교회에 출석하고 있고, 어떤 사역을 하는 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본격적인 전도행사를 준비한다. 

‘소금’ 회원들은 이날 400개의 박스를 만들었다. 제작된 박스 중 300개를 하나하나 쌓아올리자 예수님 형상이 완성된다. 모자이크 그림이 그려진 듯 하다. 남은 상자 100개는 전도부스를 찾은 시민들을 위한 선물이다.

박스 안에는 ‘언제 내게 (초코)올랫?’, ‘예수님의 뜨거운 사랑 하트팩’과 같이 독특한 전도 문구 스티커를 붙인 핫팩과 초코릿, 그리고 7개의 단체가 재능기부로 제작한 스티커 등 여러 물품들이 선물로 담겼다. 당일 처음 나온 청년들도 산뜻한 아이디어로 제작된 전도물품을 신기해한다. 선물은 모두 SNS 기부로 모아진 성금으로 준비됐다. 

색다른 방식으로 거부감 없는 전도
오후 4시 43분. 부스가 완성되기 전인데도 사람들이 하나 둘씩 관심을 갖고 발걸음을 멈춘다. 가장 많은 눈길을 끈 곳은 ‘기부 팔찌’ 부스. 예수님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인증샷을 찍은 후, SNS에 ‘#기부뿜뿜’이라고 적어 올리면 ‘sogm’이 새겨진 팔찌를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다. 부스담당 청년들은 20대 연인들에게 팔찌를 직접 채워주며 말은 건넨다. 

“혹시 교회 다니세요?”
 웃으며 고개를 젓자, 청년은 자연스럽게 예수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거부감이 없다. 

“‘sogm’은 짠 맛을 내는 소금을 영어로 표기한 겁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라는 말씀구절이 있잖아요? 저희도 소금처럼 예수님을 전하는 일에 쓰임 받고 싶어서 이 자리로 나왔어요. 훗날 우리가 나눠준 팔찌를 보면서 예수님을 한번 더 생각하면 족합니다.” 이것은 현장에 나온 청년들의 같은 마음이다. 

예수님 이야기를 듣는 연인들의 표정을 살짝 살펴봤다. 찡그리고 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웃고 있다. 경청하고 있다. 기념사진까지 찍는 모습이 새삼 신기하기만 하다. 

그동안 교회 앞에서, 거리에서 전도할 때  봤던 불편한 표정이나 반응은 찾을 수 없다. 요즘에는 사탕 등을 붙인 전도지나 물티슈 등을 내밀어도 사람들은 시큰둥하다. 말이라도 걸어볼까 부르면 강하게 경계한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거부감 없이 참여하고 있다. 바로 옆 달고나와 우엉차 부스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저녁이 되면서 날이 추워지자 사람들은 따뜻한 우엉차를 받기 위해, 어린이를 데리고 온 엄마아빠는 달고나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그것조차 재미다. 

근무를 마치고 경찰서로 돌아가던 의경 5명도 따뜻한 우엉차로 몸을 녹이려고 부스를 찾았다. 그러는 사이 청년들은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복음을 들려 보낸다. 우엉차를들고 다른 한손에 든 전도스티커를 들여보며 가는 의경들의 뒷모습이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부스 옆에서 초콜렛과 핫팩을 나눠주던 고경민(금성교회) 씨 역시 이번 행사에 처음 참가한 청년이다. 평소 복음을 전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고민을 자주 했다는 고 씨는 이번 전도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더 활성화되고 알려져서 2017년 올 한해 정기적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혜가 더 많이 모아질 필요가 있겠다.  

“오늘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보람도 있고 전도에 대한 용기도 생기네요. 많은 분들이 문화 전도 사역에 관심을 보이고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하죠. 2017년에는 소통하는 전도 방식이 한국교회 전체에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새해에도 예수님의 기적이 퍼지길
부스행사가 인기를 끌고 있을 때 감고당길 입구에서는 마침내 상자 300개로 세운 예수님의 얼굴 형상이 완성됐다. 그리고 그 앞에서는 문화공연이 시작됐다. CCM가수 썬라이트가 재즈와 힙합 등의 여러 장르의 곡들을 선보이며 시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뒤이어 가스펠메지션 한열이 현란한 마술을 펼치면서 문화 공연의 열기를 더 뜨겁게 달궜다. 지상파에 소개돼 일반 시민들에게 ‘트로트 부르는 목사’로 잘 알려진 구자억 목사가 공연을 하자 시민들의 반응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함께 무대를 꾸민 가나안 시스터즈의 흥겨운 찬양과 율동 공연에 모두가 박수로 호응했다. 시민들은 추위도 잊은 채 곡을 따라하고, ‘앵콜’을 외치며  인사동 앞마당에서 한 데 어우러졌다. 


문화 공연의 사회를 맡은 신경재 대표는 이번 행사 키워드를 ‘기적뿜뿜’이라고 했다. 시민들에게 문화 사역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이 공연 취지라는 설명을 더했다. 

“여러분 뿜뿜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뿜어져 나온다는 걸 뿜뿜이라고 표현한대요. 그런데 여러분, 그 사실 알고 계시나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 자체가 기적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예수님의 복음이 기적이거든요. 이제 새해를 앞두고 있는 이 시간, 여러분들에게도 예수님의 기적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청년들은 마음껏 공연하고 마음껏 복음을 전했다.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라고 말하지만 청년들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소금’ 회원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지난 8년간 묵묵히 복음을 전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돌봐왔다. 회원 숫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기꺼이 썩지 않은 소금이 됐다. 2017년 한해 이 청년들은 자신이 머문 곳에서 도 기꺼이 소금으로 살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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