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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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듀 2016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12.21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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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6년, 병신년이 저물고 있다. 올해가 처음 시작되던 때 했던 말이 기억난다. “하필 병신년이 뭐냐. 이름은 이래도 좋은 해가 되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이런 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올 한해를 돌아보면 희망차고 기쁜 소식보다는 어둡고 우울한 소식이 더 많았던 것 같아 씁쓸하다.

조선업계에 불어 닥친 대규모 실업사태로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빈곤층으로 추락했고, 청년실업률은 13년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주에는 택시를 몰며 복음을 전하는 김정우 목사를 취재하기 위해 인천에 들렀다. 한 해에 만 명이 넘는 손님을 만난다는 김 목사에게 “요즘 승객들이 보통 어떤 이야기를 많이 하느냐”고 물었다. 덧붙여 “좀 희망찬 이야기를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실망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은 정말 ‘힘들다 힘들다’ 하는 얘기를 많이 해요. 희망찬 순간을 말하는 이들은 별로 없어요. 시대가 그만큼 어두운 것 같습니다. 3년째 택시를 하면서 요즘처럼 ‘살기 힘들다. 죽을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산다’는 분들이 많았던 적이 없어요.”

슬픈 이야기다. 경험에 비춰보면 필자만 해도 택시에 타면 속내를 털어놓게 된다. 지금 보고 다시 안 볼 사람 같아서다. 없는 이야기보다는 진짜 속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그런 얘기가 죽지 못해 산다는 말이라니…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다. 안타깝게도 크리스마스에 예수그리스도는 없고 화려한 네온사인과 연인들의 속삭임으로 거리가 물들고 있다. 더군다나 해마다 이날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던 날을 재연이라도 하듯 호텔이든 모텔이든 웃돈을 주고도 방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수님이 태어나신 베들레헴의 어원은 ‘떡집’이라고 한다. 예수님이 이 땅에 ‘생명의 떡’으로 오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성탄절은 주변의 가족과 이웃, 동료들에게 생명의 떡으로 오신 예수그리스도를 전하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금 더 눈을 들어 잘 보이지 않는 소외된 이웃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살기 힘들고 팍팍해도, 혼자가 아님을, 곁을 지키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힘이 된다. 2017년에는 보다 희망차고 기쁜 소식이 가득하기를 마음 깊이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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