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보 속의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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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보 속의 여인들
  • 김한호 목사
  • 승인 2016.12.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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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명절에 어른들이 모이면 “김해 김씨의 몇 대 손이고, 파가 무슨 파고...” 이런 저런 말씀들을 하십니다. 저로서는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는 이야기들인데 신나게 말씀들을 나누시며 알려주시려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왜 그렇게 알려줍니까? 자신의 뿌리를 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유대민족도 자신의 뿌리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마태복음은 족보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족보에는 그런 대단한 사람들만 등장하지 않습니다. 특히 그 중에 등장하는 여인들 몇 사람은 메시아 족보에 이름을 올릴만한 품위 있는 자격이나 아름다운 경력이 전혀 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다말, 라합, 룻, 밧세바. 다말은 유다의 며느리입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아이를 낳습니다. 라합은 기생이었습니다. 룻은 당시 이스라엘로부터 개처럼 취급받던 이방여인이었습니다. 밧세바는 우리아의 아내였는데 다윗에게서 솔로몬을 낳았습니다.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여인들입니다. 이런 여인들이 어떻게 메시야의 족보에 오를 수 있겠습니까? 

족보를 보면 누가 누구를 ‘낳고’, ‘낳고’로 이어져갑니다. ‘낳고’는 헬라어로 ‘게노’입니다. 게노는 ‘닮아가다’, ‘이루다’ 라는 뜻의 ‘기노마이’에서 왔습니다. 즉 족보가 나아가는 방향은 메시아, 곧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져 가는 것이고, 예수를 닮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다말, 라합, 룻, 밧세바와 같은 여인들은 분명 족보에 오르기에 적당하지 않은 사람들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들이 의미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그 뜻을 이루어 가시는 과정 속에,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가는 인류의 여정 속에 특별히 쓰임 받았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우리가 아는 운동 합기도에서는 상대방을 때리고 공격하는 것을 먼저 가르치지 않습니다. 방어하고 맞는 것부터 가르친다고 합니다. ‘넘어지는 것’을 먼저 배우게 하는 것입니다. 넘어지는 것을 아는 것이, 인생의 실패를 아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평안과 안녕보다는 어려움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어떨 때는 실패와 역경을 통과해 목표하던 결과를 얻어 냈는데도 다시 실패를 맛보기도 합니다.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들어가기가 하늘의, 하늘의,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높은 SAT 점수, 뛰어난 고등학교 성적, 여기에 하원의원 혹은 상원의원이나 아니면 부통령의 추천서까지 받아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달리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턱걸이를 포함한 체력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합니다. 해마다 이렇게 선발된 인원이 약 1,200명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여 선발된 학생들인데도 첫 학기 여름에 ‘비스트 배럭스(Beast Barracks)’라는 7주간의 집중 훈련 중에 5명중 1명꼴로 학교를 중퇴한다고 합니다. 그들이 결코 운동을 잘 못하는 학생도 아니고 점수가 낮은 학생들도 아닌데 말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을까요?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엔젤라 더크워스의 책, ‘그릿(Grit)’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뛰어 넘는 해결책으로 ‘그릿(grit)’, 곧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달려가는 능력’을 제시합니다. 이 ‘그릿’의 여부에 따라 비스트 배럭스를 통과하기도 하고, 문제아들만 있는 학교에 배정된 초임 교사가 끝까지 아이들을 가르쳐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이 말하는 ‘그릿’에 분명한 방향이 하나 더해져야 합니다. ‘자신의 목표’가 아닌 ‘하나님의 목적’을 향해 가야 합니다. 예수님의 족보에 오른 여인들은 인간적으로 볼 때는 실패자이지만 이들은 하나님을 볼 줄 아는 자들이었고,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주님을 닮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삶을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의 족보 속 여인들은 실패와 좌절을 피해갈 수 없는 우리들에게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이 때, 부족하고 연약한 우리를 자녀 삼아 주시고 믿음의 족보에 우리 이름을 올려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함으로 살아가시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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