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로 떠오른 ‘혼술’, 공동체성 파괴 우려

음주 조장방송 ‘위험수위’ … 건전한 삶의 문화 만들어야 정하라 기자l승인2016.12.14l수정2016.12.14 16:01l13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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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음주장면, 이대로 괜찮을까

이별의 아픔과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한 방법으로 술을 찾는 한 청춘 남녀의 이야기가 독백이 되어 울려퍼진다. 주인공이 맥주를 따르고 술을 한 모금 삼키는 소리가 시청자들의 귀와 침샘을 자극한다.

최근 방영한 tvn드라마 ‘혼술남녀’의한 장면이다. 직장 일을 마치고 이 드라마를 시청한 A씨는 냉장고 속에 있는 캔 맥주를 꺼내 들었다. 처음부터 술을 마실 생각은 아니었지만, 드라마를 보자 술이 땡기기 시작한 그는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캔 맥주 세 개를 연거푸 들이마셨다. 얼큰하게 취한 그는 갑자기 밀려오는 노곤함에 할 일을 제쳐두고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대세로 떠오른 ‘술방’예전에는 먹방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술방’이다. 최근 ‘술’을 주제로 다룬 TV프로그램이 연일 화제를 끌고 있다. 특히 혼자 마시는 술이라는 의미의 ‘혼술’을 주제로 한 드라마 ‘혼술남녀’에서는 술로 마음을 달래는 직장인들을 주인공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그려냈다. 한 토크쇼에서는 유명한 연예인들이 나와 안주부터 자신의 해장 메뉴까지 혼술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 10~30%대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인기리에 방영된 ‘태양의 후예’, ‘닥터스’, ‘질투의화신’ 등에서도 주인공들이 거하게 술에 취해있거나 밤새도록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술 소비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올 2분기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가계의 전반적인 소비가 줄고 있는 데 반해 술과 담배의 지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식비, 의료비, 사교육비 등이 모두 감소했지만 술과 담배의 지출은 3만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나 늘어난 것이다. 술이나 담배 같은 기호식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은 경기 침체를 반영한다고 하지만, 최근 미디어를 통해 방송되는 무분별한 ‘음주장면’도 여기에 한몫을 하고 있는 듯하다.

스트레스 푸는 방법 ‘술’밖에 없을까

문제는 미디어를 통해 방송되는 무분별한 음주장면은 잘못된 음주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으며, 19세 미만 청소년들의 음주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적당한 음주는 괜찮다는 인식도있지만, 과도한 음주는 엄청난 건강상의 문제와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약 4337건. 그중 사망자 수는 583건, 부상자 수는 약 4만 명에 달했다. 각종 모임이 많은 연말 연시에는 술로 인한 사건사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TV 속 음주장면은 술로 인한 폐해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TV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도 술을 국민음료로 선전하거나 미화하는 경우도 많다.

현 방송심의규정상에서 흡연과 음주는 동일한 규제 적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 폐해나 부정적 인식이 잘 알려진 흡연에 대해서는 미디어 관계자들이 연출을 자제하는 반면 음주에 대해서는 더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에서 음주장면이 자주 노출될 경우 사람들의 ‘알코올 선호성’을 강화시켜 궁극적으로 잠재적 알코올중독자들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요구된다.

추태화 교수(안양대 기독교문화학과)는 “최근 등장한 많은 프로그램에서 우리 일상과 술을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술에 대한 대중들의 의존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술 없이는 고민을 못 풀고, 자신의 여가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나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추 교수는 “예전에는 운동이나 노래, 산책 등의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면, 오늘날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로 푼다’는 인식이 만연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스트레스 상황에서의 반복적인 음주는 오히려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만들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혼술’문화 확산…외로운 사회 반영

술을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최근 1인 가구 급증에 따라 ‘혼술’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고, TV방송을 통해서도 ‘혼술’하는 장면이 흔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혼술 문화의 확산은 자신의 고민을 어디에도 털어놓을 곳이 없는 세대들의 아픈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방관하기만은 어렵다.

빅퍼즐문화연구소 윤영훈 소장은 “알코올 중독 여부를 나누는 시금석이 바로 홀로 술을 마시는 것”이라며, “이 경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술을 마시게 됨으로 더 많은 술을 마실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최근 유행하는 ‘혼술’이나 ‘혼밥’은 공동체 해체와 개인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서 그나마 술자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이러한 문화의 성행은 공동체의 해체라는 거대한 사회적 담론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 추태화 교수는 “교회가 술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문화를 누리도록 해야 한다. 술을 절제하면서 즐겁게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이 ‘삶의 문화’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교회가 ‘교회 공동체’를 통해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문화를 확산시켜나갈 것을 제안했다. 그동안 교회 안에서는 ‘술’에 대한 담론이 터부시돼왔다.

하지만 엄연히 교회 안에서도 음주하는 기독교인들이 존재한다. 교회가 더 이상 술 문제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윤 소장은 “요즘 술 한 잔 하자는 말은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말과 같다. 술에 대한 적당한 경계는 필요하지만, 세상과 소통의 길을 절단하는 방식으로 표출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디어를 통해 파고든 ‘음주’문화에 대해서는 경고등을 켜되, 절주 운동을 일으키고, 건전한 대안문화를 제시하는 교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정하라 기자  jhara@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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