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다 주님께 드리는 ‘천사 돼지’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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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다 주님께 드리는 ‘천사 돼지’의 꿈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6.12.14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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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돼지 만드는 양돈 명인…모래틈농장 권명순 대표
▲ “어린 시절 힘들었던 장애도 나중에 보니 가축과 친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며 이것도 은혜라는 권 대표는 오랜 세월 ‘목사 사위’라는 의무감으로 교회를 나가다가 하나님의 은혜에 붙잡혀 지금은 매일 매일 은혜 가운데 신앙의 진보를 이뤄나가고 있다.

처음엔 그저 돼지 이야기나 좀 할까 했다. 모래틈농장 권명순 대표(정읍 한빛교회 안수집사)는 ‘양돈 명인’이라고 소문났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으로서 ‘동물 복지’를 이루고 환경보전을 앞장선다는 모범사례로 소개하려고 했는데, 이야기를 파면 팔수록 감동스런 ‘간증’이 쏟아졌다.

먼저 그를 유명하게 만든 ‘명품 돼지’부터 간략히 소개하자. 돼지와 함께 뒹굴 수 있을 만큼 깨끗한 돈사는 ‘돼지들의 천국’이다. 사람에게도 좋은 효소를 먹이니 튼튼해서 항생제를 안 써도 됐고(무항생제 인증), 공간을 넉넉히 만들어 주니 서열 싸움이 없어 돼지들이 스트레스가 없어졌고(동물복지형 사육 우수사례 선정), 해로운 걸 제거해주니(HACCP 인증) 명품 돈육으로 소문이 안날 수 없었다.

당연히 그가 받은 상은 부지기수다. 1990년 전국 농어촌청소년 대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한 이래, 동물복지형 양돈농가 우수 사례로 전국에 소개됐고, 최근 몇 년간 잇달아 전국 품질평가대상 우수상과 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의무감으로 나갔던 교회
“제가 어렸을 때부터 가축에 대한 애정이 많았어요. 세 살 때 다리를 다쳐서 장애가 생겼고요, 그 후로 밖에 나가 어울리는 걸 싫어했죠. 자존심은 또 강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가축들과 대화하면서 살았어요.”

부모님은 그를 공부시켜 면서기라도 시키고 싶었지만 장애로 인해 냉혹한 세상물정에 일찍 눈 뜬 그는 20대 초부터 가축 기르는 일에 몰두했다. 그래서, 시골에서 젊은 사람이 가축사업에 성공했다는 소문도 나고, 중매 이야기도 오고 갔지만, 자격지심과 자존심으로 중무장한 그는 아예 결혼에 대한 맘을 비웠다.

“그런데 집사람을 만나는 순간, ‘저 여자를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맘이 들었어요. 공중전화 박스에서 6개월 동안 매일 전화할 정도로 둘은 서로를 좋아했죠. 그런데 사실 우리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목사님 딸이었고, 그는 철저한(?) 불신자였다. 사업은 좀 한다고 알려졌지만 ‘놀음쟁이’라는 오해도 있었다. 아내를 사랑했던 그는 아내 생일 날 교회를 처음 나갔다. 사실 그 후로도 25년간을, 목사 사위라는 의무감에서 나갔을 뿐이지, 그의 마음엔 하나님이 없었다. 

“주일예배는 나갔지만 맨 딴 생각이나 했죠. 예배 끝나면 쏜살같이 나와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요, 무슨 일 있으면 안 나가고, 그런 내게 아내는 암말 못했어요. 뭐라고 하면, 나도 안 나가고, 너도 못나간다고 소리 지를 게 뻔했으니까요.”

그러던 그의 마음이 열린 계기가 생긴다. 그가 처음에 몸담았던 교회 목사님이 어떤 교인 때문에 큰 고난을 당하고 쫓겨나게 생겼다. 그 목사님이 떠나시면서, 14년 동안 고집스레 세례를 받지 않았던 그에게 세례를 주고 집사 직분을 주었다. 그의 마음이 아팠다. 

“그때 제가 다리 수술하고 병원에 있었는데 또 돈사에 불까지 났습니다. 새 돈사라고 화재보험을 뺐는데 불이 났어요. 그래도 제가 무슨 맘이었는지, 도리어 지금 돈으로 하면 1억 가까이 될 감사헌금을 드렸어요. 아내는 좋아라 했지만 전 나중에 좀 아깝더라고요.”

찬양대원하며 마음 열려
교회 불화로 인해 다니던 교회를 떠나 한빛교회에 등록했다. 친구 장로가 거기 있는 것이 마음에 위로가 됐다. 아빠를 사랑하는 자녀들의 기도도 그의 마음을 움직였다. 예배 끝나면 득달같이 교회를 빠져나가던 그는 언젠가부터 교회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장로님께서 저보고 찬양대원을 하라고 하라는 거예요. 노래라면 유행가나 불렀던 나를 찬양대원이라니, 당연히 못한다고 했죠.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기 좋게 이름만 올려놓으라는 겁니다. 마지못해 그러시라 했죠. 막상 목사님이 강단에서 제 이름을 호명하자 거룩한 부담이 생기더라고요. 며칠을 끙끙대다가 결국 연습 장소에 나갔습니다. 얼마나 쑥스러웠는지.”

처음엔 힘들었는데, 한 달 두 달 지나면서 거기서 하나님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주 부르는 찬양이 그의 눈물 젖은 기도가 됐다.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그 당시 그를 아주 괴롭히던 사람이 있었다. 오죽했으면, 새벽기도를 처음 갔는데, ‘하나님이 계시면 그 인간을 죽여 달라’고 기도하러 갔겠나.

“그때 딸 푸름이와 어떤 3박4일 영성훈련에 가게 됐습니다. 거기서 완전히 제가 부서졌죠. 사업 좀 한다고 우쭐 댔지만 속엔 욕심이 가득했고 마음엔 평안이 없었죠. 그런데 그 영성훈련에서 완전히 제가 무너졌어요. 3박4일 내내 제가 제일 많이 울었어요. 나중엔 간증도 하고요.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그는 더욱 그런 사람이 되어갔다. 새벽기도를 나가고 성경을 읽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일주일이면 월수금 골프장에 나갔던 그는 요즘 금요일 오후에는 정읍역전 광장에 나가 전도를 한다. 앞으로는 월수금까지 하나님의 일을 확대할 생각이다.

6~7년 전부터는 교회 화장실 청소를 맡고 있다. 처음엔 민망하고 부끄러웠지만 이 일 때문에 시험을 극복한 일도 있었다. 한번은 시험이 들어 본 교회를 빠졌던 주일이 있었다. 다른 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화장실이 마음에 걸렸다.

“화장실 청소를 2부 예배 끝나고 해야 하는데, 제가 없으니, 어떻게 했을까, 걱정이 돼요. 하나님이 ‘네게 맡겨준 화장실을 누구에게 청소하라고 하느냐?’ 그러시는 거예요. 끙끙대고 고민하다가 결국 다음 주에는 교회를 나갔죠. 화장실 청소 때문에요. 몇 달 뒤부터는 아내도 여자화장실을 맡았고요. 화장실 청소를 하면 딴 생각이 안납니다. 마음이 평안해져요.”

은혜 받으니 꿈이 생겼다
1년 전 일이다. 항상 셋째 주일에 300만원씩 십일조를 했던 그는 재정을 맡은 딸이 그날따라 준비를 못해놓아 다음 주일로 미뤘다. 그 주간 수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BMW를 타고 출근하던 그의 마음을 하나님이 두드리셨다.

“제 차가 좋은 차거든요. 한 달 유지비가 2~3백만 원이 들어요. 그런데 십일조가 제 차 한 대 한 달 유지비더라고요. 갑자기 이런 맘이 들었어요. ‘너 혹시 십일조 많이 한다고 생각하냐? 겨우 요거 드리면서?’ 갑자기 부끄러워지더라고요. 딸에게 전화를 해서, 천만 원을 준비해놓으라고 했어요, 딸이 십일조인줄 알고 묻지도 않더라고요.”

천만 원을 십일조한지 1년 쯤 된 지난 11월, 한 기독교TV로 매주 십일조를 한다는 간증을 보는데, 하나님이 이렇게 그에게 속삭이셨다. ‘너도 천만 원 더 하면 어쩌?’ 그 음성에 순종했다. 양돈 경기가 어려워도, 그는 지난 달에 두 번 십일조를 드렸다.

“제가 천사를 흠모합니다. 그래서 천사만원씩 드렸고요, 일천 번제를 드렸습니다. 처음 드릴 때에는 만원씩 드렸고, 두 번째 일천번제가 지금 950번째인데 2만원씩 드리고 있습니다. 제 소원이 있다면 일천번제를 열 번 드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앞으로도 한 30년은 더 살아야죠.”

올해 3월부터는 그의 농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매주 기업예배를 드리고 있다. 모래틈농장의 먹거리도 팔고 예배도 드릴 ‘모래틈푸드’를 1004개 만들 꿈도 생겼다. 그의 농장 주변에는 옛 우물을 살리고 경관을 아름답게 꾸며 지역의 명소가 될 ‘모래틈랜드’도 조성하고 있다. 

“경제가 어렵다지만 모든 형편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정해주신 며느리를 얻었고요, 이번엔 딱 필요할 때에 기도 받고 손자도 임신했어요. 모든 기도가 응답되고 있습니다. 장애가 있던 제 다리도 많이 길어졌다니까요. 이게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은혜 아닌 게 없어요.”

돼지가 욕심이 많다고 하지만, 사실 모든 걸 다 주는 돼지, 권 대표는 마치 그가 좋아하는 ‘천사 돼지’처럼 모든 걸 주님께 드리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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