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칼럼] 목사님, 전도사님이 우리 맘을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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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칼럼] 목사님, 전도사님이 우리 맘을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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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1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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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청소년을 믿음으로 키우는 빵과 기도-37

수미와 지애라는 두 여학생이 있습니다. 물론 이름은 가명이지요. 중2 여학생인 두 아이는 같은 반 친구이며, 같은 교회에 다닙니다. 믿음이 단단하지는 않지만 웬만해서는 주일예배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수미와 지애가 평소에 기도를 하거나 성경을 읽는 건 아닙니다. 초등부에서 중등부로 올라올 때에 교회에서 선물로 받은 분홍색 작은 성경찬송가는 방금 산 것처럼 흠 하나 없습니다.

두 아이는 워십 팀의 율동담당입니다. 그러니까 댄스를 잘 하는 아이들이지요. 두 아이는 찬양시간에 제일 행복한 얼굴인 듯 합니다. 그러나 기도와 설교가 시작되면 수미는 정신없이 잠을 자고, 지애는 스마트폰과 열공하기 일쑤이지요. 보다못한 중등부 담당 여전도사님이 날을 잡아 두 아이와 함께 햄버거집에서 만났습니다.

전도사님: 너희는 늘 즐거워 보이는데 별 다른 고민이나 걱정은 없니? 
두 아이: (동시에 웃으며) 그런 거 없으면 사람이 아니죠!
전도사님: 그렇구나. 그럼 요즈음은 무슨 고민이 제일 크지?
수미: 헐, 전도사님은 세상을 모르잖아요?
지애: 맞아! 전도사님은 너무 순수해서 안 돼요.

순간, 전도사님은 무척 당황했습니다. ‘아니, 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전도사님은 요즈음 문제가 되는 청소년들의 갖가지 일탈에 대해서 생각했다고 합니다. 가출? 임신? 동성애? 폭력 등등... 하지만 차마 단 하나도 묻지 못했지요.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도사님: 너희는 목사님이나 전도사님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수미: 우리랑은 다른 사람이요.
지애: 맞아! 우리랑은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이요.
전도사님: 뭐가 다르다는 거지?
수미: 죄 안 짓고, 나쁜 일 안 하고, 좋게 말하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답답하고...
지애: 촌스럽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일은 하나도 모를 것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가 진행되어가는 동안 전도사님은 2가지 이유로 안심이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조금 전 떠올렸던 끔찍한 상황이 두 아이에게 일어난 것이 아니란 걸 알게 되어서지요.

그리고 요즘 세상 뉴스에 자주 떠오르는 목회자들의 잘못된 일에 대해 아이들이 아직은 상처받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마음이 조금 놓이자 전도사님은 다시 질문을 이어나갔습니다.

전도사님: 그런데 만약 너희들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고민이 있다면 목사님이나 전도사님들에게 상담할거니?
두 아이: 아뇨! 왜요? 싫어요!
전도사님: 왜? 모두들 너희들 편인데?
수미: 그래도 싫어요. 우리를 이해 못해줄 것 같아요.
지애: 솔직히 우리랑은 딴 세상 사람들이잖아요. 목사님도 전도사님도 모두 좋은 분들이지만 그건 그거고, 정말 우리를 이해해주실까요?

이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아이들은 착한 양처럼 교회에 와서 춤추고 찬양하고, 기도하며 말씀을 암송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그들의 안전한 울타리로, 즐거운 만남의 장소로, 유일한 쉼터로 여기는 듯 합니다.

또, 목회자들을 든든한 보호자이며, 그들의 짐을 나누어 져 줄 영적 엄마나 아버지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른들의 착각인가요? 그렇다면 즉, 교회 어른들에게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디로 가서 제 마음들을 드러내놓는 걸까요? 


빵과 기도
빵>>>
confess(고백하다)에서 fess은 나르다, 운반하다, 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profession는 자신만의 독특한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백도 다른 사람에게 자기 마음을 전하는 일이지요.

기도>>>“너희를 불러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우리 주와 더불어 교제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미쁘시도다”(고린도전서 1장 9절) - 아이들이 교회 어른들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기회를 주려고 우리는 얼마나 애쓰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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