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창립 25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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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창립 25주년
  • 정성학 목사
  • 승인 2016.12.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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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학 목사의 섬 목회 이야기(19)

오늘(12월 12일)은 기적의교회가 이 땅 제주에 세워진 지 2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현대사의 비극인 12.12의 12주년이 되는 1991년 12월 12일에 제주에 아름다운 큰 일을 이루어 보자는 마음으로 그 날로 날을 잡고, 개척을 시켜 준 한사랑교회의 이름을 따라 ‘제주 한사랑교회’로 시작한 것이 25년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한 일 없이 세월만 흐르고, 제 몸은 반백이 되었는데 여전히 목회는 어렵고 힘든 것입니다. 적어도 철 없고 무능한 제게는 목회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25년의 세월을 모두 까먹고도 교회는 여전히 마음에 차지 않고, 담임자인 저는 아직도 금식 목회를 못 벗어나고 있으니 한심합니다. 어제 주일 예배 후의 점심은 임영훈 감독님 가정에서 회덮밥을 마련해 주어서 잘 먹었고, 25주년 기념 떡도 자르고 온 교우들은 떡 잔치를 했지만, 제 마음은 하나님의 부흥에 대한 부담으로 무겁기만 합니다. 어제 오전 오후를 모두 25주년 설교를 하며 보내고, 오늘도 정신 없이 다니다 보니 본디 오늘이 교회 창립일인 12월 12일임을 알았습니다.

어제(11일) 주일 오전 예배에는 두 분의 원로 목사님들과 장로님들이 함께 축하 떡도 자르고, 오후 예배는 특별히 일 년 동안 각 부서의 책임을 지고 교회를 섬긴 임원들이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는 찬송을 불렀습니다. 이 찬송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찬송이자 유일하게 가사를 보지 않고 부를 수 있는 찬송이기도 해서 그걸 불러달라고 주문을 했습니다. 이제, 오늘 평안하고 고요한 밤을 보내려고 보니, 아 오늘이 그날인 것을 생각해 내고는 잠시 죄송했습니다.

얼마나 미천하면 자기가 섬기는 교회의 창립 기념일도 잊고 지낼까 책망하셔도 마땅합니다. 그러나 사실 변명하자면 하루 앞당겨 25주년 예배를 드렸고, 또 오늘은 새벽부터 소그룹 리더들과 아침 비행기를 타고 대전에 와서 종일 강의 듣고 정신 없이 지내느라 미처 조용히 앉아 날짜를 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결코 치매 초기도 아니고 건망증도 아닙니다. 나름 최선을 다해 달려왔음을 고백하며, 기억이 미치지 못한 불충은 사랑의 차일로 덮어 주었으면 합니다.

30대 후반에 와서 60대 중반을 넘기면서 보낸 세월이 이제는 경륜도 있고 연륜도 있으니 그저 대충해도 은혜가 충만하고 행복한 목회를 할만한데, 저는 점점 더 목회가 옥죄어 오는 것 같습니다. 기도를 많이 못해 그런 것 같습니다. 이제는 깊이 기도하고 하나님과 친밀한 사귐도 갖고 싶습니다. 그런데 웬 일인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일은 많아지고 책임은 무거워지는데, 좀처럼 능력은 안 되고 피곤함과 힘듦을 벗을 수 없습니다. 이럴 때마다 다른 목사님들이 부럽습니다.

정성학 목사 / 제주 기적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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