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헤미야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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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헤미야가 그립다!
  • 이수일 목사(흰돌교회)
  • 승인 2016.12.08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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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몇 개의 구호 가운데 하나가 “이게 나라냐”이다. 한 개인에 의해 대통령과 국가가 철저하게 농락당하는 작금의 모습에서 우리는 슬픈 현실을 실감나게 목격하고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유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박근혜 대통령을 ‘불통’의 대명사로 낙인찍은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급기야 대통령을 향해 하야하라는 집단행동이 나오는 것을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통령의 퇴진은 기정사실로 굳어질 모양이다. 하여 ‘이게 나라냐’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고 사방에서 아우성대고 있지만 사실 지금 우리나라는 그렇게 무너져 가고 있지 않다고 믿는다. 아니 우리나라는 지금도 계속해서 성장해 가는 신비스런 나라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자기의 할 일을 묵묵히 감당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즉 대한민국은 아직도 희망이 있는 나라다.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공부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고, 직장인들 역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도로를 달리다보면 화물을 수송하는 차량들이 줄지어 달려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일상의 삶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장사하는 상인들이나 사업하는 사람들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맡은 바, 자기소임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 정도다.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연일 뉴스는 나라 전체가 급히 무너져 내리는 것처럼 야단을 떨고 있는 이 때, 우리는 선지자 느헤미야의 시대를 생각해 보면서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이 시대의 지도자들은 어떤 자세로 난국을 극복해야 하는지 그 교훈을 역사에서 배웠으면 한다.

사실 느헤미야시대는 오늘의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참담한 상황이었다. 제국 바벨론의 침략으로 이스라엘 전체가 짓밟히고, 예루살렘성전은 물론 성벽까지도 초토화된 그야말로 절망의 시대요, 미래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던 어둠의 시대였다. 백성들의 고충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선지자 느헤미야는 이 암울한 시대에서 어둔 밤하늘의 빛난 별이었다. 식민지 국가의 신분으로 나름 성공한 고위관료가 되었지만 조국의 비참한 상황을 전해 듣고는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해 며칠 몇날을 슬피 울며 기도한 지도자이다.

무릇 지도자는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울고 또 울어야 한다. 백성이 나라와 통치자를 염려하며 걱정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뿐만 아니라 느헤미야는 조국 이스라엘로 귀환하여 백성들과 그 고충을 함께하며 이스라엘 재건에 일생을 건다. 정작 자신은 본인의 영달을 위해 현실에 안주해도 그만이다. 이미 왕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고위관료가 된 터에 처신만 잘하면 그 누구에게도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느헤미야는 조국 이스라엘의 재건을 위해 분연히 일어나 말할 수 없는 중상모략과 환난을 이겨내며 자신을 희생한다. 필시 지도자는 이래야 한다.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부를 챙기고, 결국엔 쇠고랑을 차는 사람은 지도자가 아니다. 그냥 졸한 사람일뿐이다.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데 필사적인 방어를 하는 사람은 결코 지도자일 수 없다. 느헤미야는 예루살렘 총독으로 부임한 후 무려 12년 동안 자신에게 마땅히 주어지는 ‘녹’을 스스로 거부한다. 수하에 거느린 식솔이 150명이나 되었지만, 그래서 많은 재정이 필요했지만 백성들의 삶이 피폐한 것을 목격하곤 스스로의 허리를 동여맨 것이다. 대한민국, 우리의 조국이 처한 참담한 현실 앞에서 그 옛날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 이스라엘을 일깨운 지도자 느헤미야가 마냥 그립기만 하다.

연일연야 정쟁을 그치지 않는 여야 정치인들의 물고 뜯는 모습을 보노라면 눈물이 난다. 지도자들이 백성을 위하여 울어야 하는데 우리 민초들이 지도자들을 보고 울어야 하니 실로 우리 처지가 딱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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