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난 남북교류 법률로 안정성 확보한다면?
상태바
파탄난 남북교류 법률로 안정성 확보한다면?
  • 이인창 기자
  • 승인 2016.12.07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민협, 남북 인도지원·개발협력 법제화 추진...통일부 실무국장 "부정적"
▲ 54개 대북NGO가 참여하고 있는 북민협은 남북 인도지원 및 개발협력에 관한 법률안을 추진하며,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첫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2008년 보수정권 집권 이래 남북관계는 해를 거듭할수록 악화됐다. 안보문제에 있어서도 강점을 보일 것 같았던 그간의 집권기간 한반도 정세는 더욱 불안해졌다. 북한의 핵실험 간격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대북정책은 파탄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가 보여준 고립정책과 공포통치가 중요한 이유이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 중단, 개성공단 폐쇄 등 남북한 교류협력 분야의 위축은 지금의 한반도 긴장국면의 원인이기도 하다. 

문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은 큰 혼선이 빚어진다는 점이다. 정부가 바뀌더라도 기본 대북정책과 기조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법률로서 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황에 따른 대처가 중요한 남북문제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이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민간차원의 교류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실제 통일부가 공개하고 있는 통계를 보면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인도적 대북지원 규모는 2004년 4,230억원, 2007년 4,397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008년 1,163억원으로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마저도 2011년 195억원으로 줄어든 이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2016년 8월까지 16억원에 그쳤다. 

민간차원의 무상지원만 놓고 보면 2004년 1,558억원, 2007년 909억원으로 역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다가, 2009년 377억원, 2010년 200억원, 2011년 131억원, 2012년 118억원, 2013년 51억원, 2014년 54억원, 2015년 114억원, 2016년 8월 15억원에 불과했다. 

더구나 2009~2016년 현재까지 정부 무상지원과 민간단체 기금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단순히 누가 누구를 돕는 것이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 간 소통이 거의 막혀있음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54개나 되는 단체가 참여하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조차 올해 모금액은 1억 5천만원에서 2억원 수준이다. 불과 5년 전이라면 한 곳의 NGO가 한 차례 인도적 지원사업을 하는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을 볼 때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과 함께 제안한 ‘남북 인도적 지원 및 개발협력에 관한 법률안’이 주목된다. 

북민협, ‘남북 인도지원 및 개발협력에 관한 법률안’ 제안
지난달 25일 국회의원 회관에서 첫 입법 공청회 개최  
“대북 인도주의 원칙 법률로” VS “법률도 남북정치 영향 받아”

지난달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법률안 추진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열려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해 법안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법률안 제안이유를 보면 “인도지원과 개발협력 사업은 우리 사회 갈등과 남북 간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라 일관성 없이 진행돼 왔고, 순수한 인도적 대북지원마저도 사회갈등 속에 정부정책의 종속변수로 위상이 전락되기도 했다”면서 “대북지원에 대한 원칙과 사회적 합의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법으로 규정해 일관성 있는 정책이 가능하도록 하자”고 설명했다. 

법률안은 12조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법안 제1조 목적에서는 동포애 증진과 평화통일기반 조성에 기여하기 위해 인도지원과 개발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항 중 눈에 띄는 것은 ‘인도·협력사업’의 범위를  ‘긴급구호와 피해복구’, ‘생존권 위기 북한주민 지원’, ‘식량난 해소 위한 농업개발협력’, ‘보건의료개발협력’, ‘산림복구 및 환경보전’, ‘통일부장관 인정사업’ 등 구체적으로 규정한 부분이다. 3조 2항에서 “‘인도·협력사업’은 정치군사적 상황에 연계하지 않고 인도주의 원칙에 기반해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협력사업’을 위해 정부와 민간단체, 지방자치단체 책무를 밝히고(4~5조), ‘인도·협력사업 민관협력위원회’(제7조)를 두도록 한 점도 지속적인 남북교류 협력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다. 

하지만 법제화에 대한 회의론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윤여상 소장은 “인도지원과 개발협력에 대한 필요성은 있으나 개별법안으로 제정할지 기존 법안의 내용을 보완할지는 판단이 필요하다. 이미 올 9월 시행되고 있는 북한인권법에서는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한 조항을 두고 있으며, 남북관계 법안이라도 정치적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근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다”고 밝혔다. 

반면 북한대학원대학교 이우영 교수는 “대북지원사업이 정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현실에서 법률 제정은 바람직하다. 정부 간섭이 지나치게 많은 현실이고 자의적 해석으로 사업을 왜곡시킨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입법조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서울대 국제대학원 김태균 교수는 “대북지원의 체계관리 상설화와 지속 가능화를 위해 법률안은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다만 “국제사회와의 인도협력사업 공조에 관한 조항이 부재한 것은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안과 관련해 통일부 강종석 교류협력국장은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되, 시기나 규모는 신중하게 한다는 정부 기본입장과 법안 내용은 다르지 않지만 당장 법률안을 수용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또 강 국장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정부 전략을 봐야 한다. 마치 정부정책이 모두 잘못됐다고 보는 해석은 아쉽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악화될 대로 악화된 남북관계를 볼 때 실무국장의 이 같은 견해는 무책임한 모습으로 비춰진다. 10년 가까이 지속해온 대북 강경지조와 민간교류 단절이 낳은 결과에 대해 정책전환을 모색하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