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 강도사 고시 범죄경력 제출… 문제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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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 강도사 고시 범죄경력 제출… 문제는 없나?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12.0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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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감정서 제출과 더불어 위법 및 인권침해 소지 있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가 강도사 고시 지원 시 정신감정서와 범죄경력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 위법성 및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장 합동총회 고시부(부장:김상신 목사)는 지난달 18일 대치동 총회본부에서 실행위원회를 열고 2017년도 강도사고시부터 지원자들의 정신감정서와 범죄경력증명서 제출을 의무화 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예장 합동 목회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범죄경력증명서를 조회하고 신경정신과 정신감정을 받아 총회에 제출해야 한다.

발표 이후 다수의 언론매체들은 앞으로 “정신병력 소지자나 전과자는 목사가 될 수 없게 됐다”며 고시부의 결정을 대서특필했다.


합동 고시부, "어디까지나 경종 울리는 차원"
이에 대해 이번 조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합동 고시부의 이형만 목사는 “어디까지나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예방차원”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교단 내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 목사는 “교단 외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듯이 우리 교단에는 폭력사태나 성적 추행 사건으로 인한 아픔이 있다”며 “앞으로 예장 합동 목회자가 되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그 정도까지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는 이 목사는 “하물며 어린이집에서 직원을 고용할 때도 건강기록과 함께 범죄경력증명서를 받고 있다”며 “이는 고용자의 책임이라는 차원에서 성범죄 등에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회에는 여성들이 많고, 목사들은 이들과 밀착된 상태로 사역을 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자기절제능력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며 “검증되지 않은 채 단순한 인문학적 지식만 가지고 강도사 고시에 합격시켜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강도사고시에 범죄경력증명서를 제출토록 한 것은 교계에서 예장 합동이 처음이지만 비슷한 사례는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경우 목회자들의 감독 출마 시 범죄경력증명서를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감리회는 선교사 선발과정과 목사 안수 전 진급과정에서 정신감정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도 지난 2012년부터 목사고시에 지원할 때 심리검사와 심층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목사 선발에 범죄경력조회 근거 없어
그런데 일각에서는 범죄경력증명서 및 정신감정서 제출이 위법 또는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행법상 범죄경력증명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직업에 목회자가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에는 “수사자료표에 의한 범죄경력조회 및 수사경력조회와 그에 대한 회보는 (중략) 최소한의 범위에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범죄 수사 또는 재판을 위해 필요한 경우나 외국인의 체류허가에 필요한 경우, 각군 사관생도의 입학 및 장교의 임용에 필요한 경우가 여기 속한다. 법률에서 범죄경력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허용한 직업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아동관련 기관과 성매매 피해상담소, 청소년상담복지센터, 결혼중개업, 의료기관 등이다. 목회자에 관한 언급은 없다. 법적인 추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예인법률사무소의 권오용 변호사는 교회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다수 존재하고, 교회 내에 주일학교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결정이 심각한 법적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 없이 범죄경력 이유만 가지고 차별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권 변호사는 “죄명의 종류에 제한을 두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이밖에 범죄사실과 범죄시점 을 함께 고지하게 하고, 거짓이 드러날 경우 그 자체를 면직사유로 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너무 넓게 ‘자료를 내놔라’한 뒤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조언했다.

 

"정신감정서 제출이 인권침해 소지 더 커"
권 변호사는 오히려 범죄경력증명서 제출보다 오히려 정신감정서 제출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계로 봤을 때 조현병을 비롯해 전체 정신질환자들의 범행 비율이 일반인의 15분의 1도 되지 않음에도 정신병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은 객관적이 않다는 것.

그는 1970년대부터 공직취임 시 정신병 병력을 묻지 못하게 한 미국과 2012년부터 정신질환자도 상하원 의원이 될 수 있게 한 영국의 사례를 들면서 “전세계적으로 정신병 자체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이를 질병으로 단정하는 자체를 문제 삼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 2012년부터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한독선연) 목사고시 과정에서 심리검사와 상담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횃불트리니티 상담센터 소장 최은영 교수는 합동 측의 이번 결정에 대해 “범죄경력이 있거나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이에게 목사 안수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베이스 라인’을 찾자는 작업으로서 이해가 간다”며 “그러나 범죄자나 정신이상자는 목회라는 사명을 수행하면 안 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독선연 실시하는 심리검사의 경우 선별해서 떨어뜨린다는 개념이 아니다”라며 “목회 지원자가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 이를 통해, 그가 하나님 앞에서 ‘내가 이런 부분은 죽을 때까지 조심하자’는 자각을 하게 해주는데 목표가 있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한편 한독선연에서는 매년 2차례 목사고시를 실시한다. 매 회 200여명 가량이 지원하고 있으며, 이 중 40~50명가량이 심리검사 결과에 따라 심층면접을 받는다. 심층면접 결과 ‘목사안수 유보’ 조치를 받는 인원은 매회 5~6명가량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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