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웃음소리와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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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웃음소리와 침묵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6.12.01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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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들은 지난 2014년 4월 16일을 잊으래야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꽃다운 나이의 단원고 학생들 300여 명이 차가운 바다 한가운데에서 구조되길 기다리다 세상을 떠난 사건은, 학생의 부모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국민들 눈가에 눈물을 맺히게 했다.

그 아이들은 누군가의 자식이자 형제였고 자매였으며, 친척이자 친구이고 선배 혹은 후배였다.

국민들은 당시 자신의 일처럼,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았던 생존자의 수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눈을 떼지 못하고 그들이 구조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그러나 배는 물속에 완전히 침몰했다. 당시 언론사의 보도를 안타까워하며 지켜본 국민들은 그 누구도 웃을 수 없었다. 구조되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 그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마어마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고, 실수를 연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배가 완전히 침몰한 시점에서 상황을 브리핑하는 대표 발언자가 큰소리로 웃는 모습이 최근 영상으로 공개됐다.

당시 많은 이들이 골든타임을 놓친 정부의 늑장 대응에 분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 포켓이 있을만한 곳을 추측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못했던 긴박한 상황에서 다른 이도 아니고 대변인 이라는 사람이 “난리 났다”는 말과 함께, 한숨이 아닌 웃음을 보였다. 

대변인의 웃음은 SNS 등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많은 이들의 분노를 샀다. 그러자 당사자는 “긴장이 돼서 몇 번을 틀렸고, 혼잣말로 자꾸 틀리는 부분을 두고 ‘난리 났다’고 얘기한 것”이라며 “생방송에 나온 장면도 아닌 NG 장면을 가지고 비신사적인 편집을 한 의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성경에는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고 말씀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때 어느 방송사의 앵커는, 생방송 중에 사건을 보도하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며 10초간 침묵했다. 당시 상황을 전달하며 실수를 연발하자 ‘난리 났다’고 말하던 대변인의 웃음소리와 10초간의 침묵. 국민들은 어떤 소리를 더 신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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