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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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 천영철 목사
  • 승인 2016.12.0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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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에서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등 네 복음서에 모두 기록되어 있는 유일한 기적 사건이 바로 오병이어의 기적이다. 당시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위해 모여 있던 사람들을 주변 마을로 보내 먹을 것을 찾게 하자는 제자들의 말에 예수님은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하셨다(눅 9:13).

가진 것이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밖에 없다고 하소연하는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남자만 5천명이 넘는 무리를 먹이시는 기적을 보이셨다. 이 말씀처럼 나눔에는 반드시 많은 물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정부나 시민단체 같은 다른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 먼저 비록 적은 것이라도 마음을 열어 소외된 이웃과 나눌 때 우리 사회에도 오병이어와 같은 나눔의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필자가 속한 한국교회봉사단은 해마다 성탄절이면 동자동, 돈의동, 창신동 등의 쪽방촌을 찾아 주민들과 함께 성탄의 기쁨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공연과 함께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하고 음식을 함께 나누는 자리이다. 

특히 올해 동자동 쪽방촌에서 열릴 성탄잔치에서는 경제형편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들의 합동결혼식 순서를 가지기로 하였다. 한 달에 몇 십 만원의 생활비로 좁은 쪽방에서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다보니 결혼식을 치를 겨를이 없었지만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예식을 해보고 싶다는 주민들의 요청이 있었다. 

동자동 쪽방촌은 서울역 앞의 높다란 빌딩들 뒤편에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이 1,000여명이 넘는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쪽방촌이다. 봉사단은 지난 6년 동안 성탄절, 설날 등 특별한 절기뿐 아니라 평소에도 쪽방촌 주민들과 관계를 지속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동자동 쪽방촌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사랑방마을 공제협동조합’이 있다. 2010년 4월에 시작된 이 협동조합은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돈을 출자해 운영하는 조합이다.

조합의 이사장, 재무이사, 사업이사, 교육이사, 홍보이사 등 임원들도 모두 쪽방촌 주민들이다. 대부분 가족이나 친척들과 연락이 끊어진 채 의지할 데 없이 살아가는 주민들이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운영하며 서로 도우며 살아가고 있다.

1평에서 2평 남짓한 작은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거의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이면서 정부로부터 지원 받는 기초생활지원비로 생활한다. 폐지를 줍거나, 공공근로 등에 나서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않다. 해마다 겨울이면 난방비가 추가로 들어 생활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몸이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수술을 해야 하는 큰 병이라도 걸리면 수술비를 마련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는다.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절기가 되면 찾아갈 가족들이 없기에 더욱 외로움을 느낀다. 

성탄의 기쁨을 백화점이나 거리의 화려한 조명이나 장식에서가 아니라 크리스마스이기에 더욱 외로운 소외된 이웃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예수님이 그 어느 곳보다 누추했던 베들레헴 말구유에서 태어나신 것처럼 우리 역시 소외되고 낮은 곳에서 성탄을 맞아야 한다.

연말을 맞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보시고 제자들에게 하셨던 똑같은 말씀을 하신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이제 우리들이 응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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