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신㉜ 다리 쭉 뻗고 잠들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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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신㉜ 다리 쭉 뻗고 잠들 수 있는 곳
  • 김창범 목사
  • 승인 2016.12.0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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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목사 / 더미션로드 대표

탈북한 북한 형제들이 우여곡절 끝에 남한 땅에 들어와 내뱉는 공통된 고백이 있다. “이제는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다.”는 말이 그것이다. 혹시라도 무의식적인 잠꼬대 속에 수령이나 당을 욕하는 말을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고발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생을 긴장하며 눈치껏 살아야 하는 곳이 바로 북한 땅이다. 언제나 가슴을 졸이며 잠을 청해야 하는 기막힌 세상에서 평생을 산다고 생각해보라. 당신은 살 수 있겠는가?

“밤새 안녕”이라는 말이 있듯이 북한 사람들은 아침마다 옆집 가족을 유심히 바라보곤 한다. 밤사이에 강제 이주 당하는 집들이 있기 때문이다. 새벽 2시쯤 검은 트럭들이 달려와 세간붙이와 가족을 몽땅 싣고는 어디론가 가버린다. 이 가족은 당의 명령에 따라 정든 집에서 추방되어 기차역 광장에 버려지거나 함경도 오지 지역, 혹은 정치범수용소로 이주된다. 아마도 이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만큼 큰 죄를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가족은 죄의 내용이나 근거를 모른 채 쫓겨난다. 너무나 억울하여 항의를 하고 싶어도 순식간에 상황이 끝난 뒤다.

이처럼 북한에서는 누구나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 어떤 인권보호도 용납되지 않는다. 당이 결정하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것은 바로 “고발”이라는 제도 때문이다. 누군가 당의 명령이나 규율을 어긴다면 그를 감시하도록 되어 있는 조직원이 보위부에 즉각 고발해야 한다. 만약 이런 사실을 알고도 고발하지 않으면 감시소홀 혹은 동조라는 죄목으로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고발”은 같은 죄를 지었다고 해도 먼저 고발하는 쪽에 면죄 혜택이 주어진다. 그래서 경쟁적으로 고발할 수밖에 없다.

북한 사람들은 그물망식으로 짜인 감시의 틀을 벗어나기란 대단히 어렵다. 북한 주민들은 대개 3인 1조로 감시 조직이 만들어져 있어 3명 가운데 한 사람은 보위부 요원이라는 가정 아래 살아간다. 아무리 친하고 믿을만한 이웃이라고 해도 속을 보여서는 안 된다. 외부에서 모임을 가질 때는 반드시 3명이 모여야 하고 술을 마셔도 5명 이상이 모여야 한다. 이들은 누구나 인간 CCTV가 되어 이웃을 감시한다. 만약 고발사항이 발생하면 보위부 고발창구에 고발장을 집어넣으면 된다. 그러면 고발당한 자는 즉시 조사를 받고 가족은 추방되고 만다.

우리는 북한 선교사들이 저지르는 치명적 실수를 여기서 보게 된다. 즉 북한선교는 완전한 탈북자가 아니라면 반드시 개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북한을 국적으로 하고 북한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라면 집단적으로 복음을 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들 가운데는 반드시 고발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누군가에게 고발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고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는 지혜롭지 못한 선교사들 때문에 흔히 나타난다. 어떤 선교사가 평소 알고 지낸 몇 명의 근로자를 숙소로 불러 성경을 가르쳤다. 그러나 그것은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누군가의 고발로 평양 가족들까지 큰 피해를 입고 만 것이다.

그래서 북한선교에서는 철저한 비밀주의가 지켜져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현장이 공개되어서는 안 되고 특히 선교 현장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찍는 일은 아주 금물이다. 물론 후원자들이 요구하는 선교 자료로 인정이 되지만, 오히려 후원자들의 너그러운 양해가 필요하다. 그 자료는 남한 내 탈북자를 통해 다시 북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북한의 탈북자 가족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칼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선교의 참된 목적지는 감시와 고발이 사라진 곳, 그야말로 두 다리 쭉 뻗고 잠들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은 세상이 줄 수 없는 참 평안을 약속하신 주님의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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