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칼럼]“나도 말할 줄 알지만 지금은 입 다물고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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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칼럼]“나도 말할 줄 알지만 지금은 입 다물고 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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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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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청소년을 믿음으로 키우는 빵과 기도-35

락 오바마는 연설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때, 오바마는 회의가 열리는 곳이 한국임을 감안한 듯 특별히 한국 기자들에게 발언권을 주었지요.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은 안타까워했습니다. 오바마와 직접 대면질문을 할 기회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요. 

그런데 대이변(?)이 벌어졌습니다. 오바마가 몇 차례나 ‘누가 질문할 사람 없나요?’라고 물었지만, 한국 기자 중 그 누구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손을 들지 않았던 겁니다. 오바마는 난감한 나머지 헛웃음을 계속 지었지요. 그때,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너무도 당당하게 질문을 했습니다. 아, 그런데 그는 한국 기자가 아닌 중국 기자였습니다. 

중국 기자 :아무도 질문을 안 하니, 내가 아시아 대표로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오바마 : (당황한 얼굴로) 그래도 되지만 내가 한국 기자에게 발언권을 준다고 했으니….
중국 기자: (재빨리 오바마의 말을 자르며) 보시다시피 한국 기자가 가만히 있지 않나요? 그러니까 내가 해도 되잖습니까?

오바마: (헛 웃음을 지으며) 한국 기자분들 중에 누가 질문하겠나요? 질문할 사람 없나요? (같은 말을 또 반복한다)
한국 기자단석: (침묵만이 흐른다.)
결국은 중국 기자가 질문을 한 사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이 수치스러운 역사의 한 장면은 요즈음 유트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이 영상을 보여주면서, ‘한국에서 그런 세계적인 회의장에 취재를 나갈 정도의 기자라면 초등학교 때부터 뛰어나게 공부 잘 하고, 영어도 잘 해서 언제나 칭찬받고 늘 앞장섰던 아이였을텐데….  왜 단 한마디도 질문을 하지 못했을까?’ 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아주 많은 청소년들의 의견을 모았지요. 그 중 가장 많이 나온 발언은 ‘어릴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랬을 겁니다. 너무 똑똑해도 시기질투로 왕따 당하고, 잘난 체 한다고 욕먹거든요.

그리고 백 프로 확실한 답을 말 못 하면 무시당하지요. 알지도 못하는게 나선다고 또 욕먹거든요.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데 뭐 하러 나서요?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시험만 잘 보는 게 잘 사는 방법이거든요.’ 

아이들은 대부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학생들은 알아도 웬만해서는 나서서 대답하지 않습니다. 아예 입을 열지 않는 아이들도 꽤 됩니다. 나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정말 몰라서 답을 못하는 줄 알았지요.

그 대신 말도 안 되는, 심지어는 우문현답을 넘어서서(작정을 한 듯) ‘말 같지 않은’ 또는 ‘개그 그 이상’의 말로 답하며 낄낄 웃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미친 듯 저급한 웃음거리를 만들어내는 아이들은 누구한테도 왕따나 무시를 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무언가 카리스마가 느껴진다나요! 

하지만 답을 알면서도 절대 손들지 않거나, 절대 말하지 않는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면 속마음을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학교 다닐 동안은 유령이나 투명인간처럼 조용히 지낼 거예요. 겉으로는 아이들이 하자는 대로 어느 정도 따라 주고요. 하지만 나중에 대학가서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할 말 하면서 살 거에요.’

그런데 정말 그렇게 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까요? 빠르면 유치원 시절부터 내 의견, 내 마음, 내 기분 표현하지 않고 다수의 움직임에 입 다물고 억지 순응하면서 초중고 12년 이상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된다고 갑자기 ‘자유의 혀이자, 자유의 가슴’으로 변할까요? 아이들이 변신 이야기로 가득한 그리스 신화라는 만화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빵과 기도
빵>>>
‘말’의 라틴어로 sermo, 세르모. 이것 sero-잠그다, 자물쇠 등에서 유래했다. 즉, 필요할 때 입을 닫고, 열고 하는 것이 지혜로운 말하기라는 뜻일 게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의 입은 정반대로 열리고 닫힌다.

기도>>>“칼로 찌르는 듯 아픔을 주는 말이 있으나 지혜로운 사람의 혀는 병을 고친다.”(잠언 12장 18절 -표준새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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