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으로 자급자족하는 선교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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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으로 자급자족하는 선교사 필요하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11.29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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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용 목사, 2016 한선지포에서 기조발표
▲ 2016 한국선교지도자포럼이 지난 24일부터 1박2일간 양지 ACT29 비전빌리지에서 열렸다.

한국선교계 지도자들이 연말에 모여 지난 1년간의 사역을 정리하고 새로운 1년의 전략을 세우는 한국선교지도자포럼(이하 한선지포)이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ACTS29 비전빌리지에서 열렸다.

올해 한선지포 주제는 ‘선교 패러다임 변화와 선교유업의 계승’이었다. 첫째 날 기조발제자로 나선 성남용 목사(삼광교회)는 한국교회가 선교의 위기 속에서 ‘현지 교회의 도움을 받는 선교’ 또는 ‘일을 통해서 자급자족하는 선교’까지 감당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선교는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를 주제로 발표한 성 목사는 먼저 ‘패러다임’의 기초 개념을 설명했다. 성 목사에 따르면 현 패러다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여겨질 때, 비판적 성찰과 변화에 대한 열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진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으로 기존 패러다임이 소멸되는 것이 자연과학에서 말하는 패러다임이다.

그는 한국 선교계를 안팎에서도 △갈수록 열악해지는 선교후원 환경 △성장하지 않는 모교회 △척박해지는 선교지의 상황 △선교사들 스스로의 보다 효과적인 선교를 위한 열망 △세계 선교계의 혁명적인 변화 시행 등으로 인해 패러다임의 변화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고 전했다.

 

변치 말아야 할 선교적 사명

그러나 성 목사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말하기 전에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며 “패러다임의 변화를 말할 때 불변의 진리인 존재론적 사실의 세계는 다루지 않고, 인식의 영역만을 다룬다”고 전제했다. 이 말은 곧 ‘왜’가 아닌 ‘어떻게’, 진리 자체가 아닌 진리에 대한 이해와 실천의 영역으로만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교의 다양한 패러다임을 모색하는 작업과 별개로 선교 패러다임의 알파요 오메가인 ‘영원히 변하지 않는 선교적 사명’에 대해 인식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위 하나님이 선교를 명하셨다 △하나님이 교회를 통해서만 열방을 회복시키시려 한신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죽게 할 정도로 세상과 사람들을 사랑하신다 △구원의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밖에 없다 등의 이유를 제시하며 “교회의 선교적 사명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패러다임 ‘주는 선교’

1793년 윌리엄 캐리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현대선교는 ‘내가 가진 것을 주는 선교’가 주를 이뤘다. 당시는 서구가 식민지 개척을 시작한지 300년이나 지난 때였다. 노예무역이 성행했고 기독교국의 서구인들은 식민지 원주민들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했다.

1833년 노예제도가 폐지되면서 영국정부는 노예무역 폐지로 수입원을 잃은 아프리카 대륙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했고, 여기에 교회가 참여했다. 현대선교는 식민지 개척자들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선교국과 피선교국 사이에는 경제와 정치, 사회, 군사력 등 모든 면에서 현격한 격차가 존재했다. 자연히 선교는 일방통행으로 진행됐다. 한쪽은 지배자요 가르치는 자, 베푸는 자였지만, 다른 한 족은 피지배자이자 배우는 자, 수혜자였다.

성 목사는 “현대선교가 시작된 이래 전혀 변하지 않았던 오래 선교 패러다임에 이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전통적인 선교지였던 아프리카나 남미 등의 복음화 비율이 전통적인 선교국이던 유럽이나 미국보다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까지도 전통적인 선교국과 피선교국의 경제적 격차는 크지만 “남루한 옷을 입었다고 영혼까지 남루한 것이 아니다. 가진 자들이 자신의 것이 아닌 하나님의 것을 맡은 청지기의 자세로 군림하지 않고 겸손하게 서로의 부족을 채우며 섬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 필요한 것을 주는 선교

성 목사는 이어 ‘원하는 것을 주는 선교가 아닌 필요한 것을 주는 선교’가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선교사들이 스스로에게 꼭 했으면 하는 질문이 있다”는 그는 △선교사들이 현재 주는 것과 주어야 하는 것이 일치하는가 △선교지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그들이 필요한 것이 일치하는가 △선교에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돈인가 영성인가의 세 가지 물음을 참가자들에게 던졌다.

이어 “우리는 빵을 나누어주는 자의 자리에 있고 싶어 한다. 신비 체험을 통해 영적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며 “빵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하려한 영적 체험이 아닌 믿음의 삶을, 세상을 지배하는 권세 대신 하나님만을 경외하라고 하셨다”고 강조했다.

또 “예수님이 거부하신 것들을 가지고 우리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세울 수 없다”며 “기적, 신비, 권위 대신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를 보여줘야 한다. 초대교회 시대에 사람들은 다른 무엇이 아닌 핍박당하던 그리스도인들이 자랑하던 그리스도 예수를 보고 감동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새로운 유형의 선교

그는 이어 선교의 위기 속에서 어쩌면 우리가 택해야만 할지 모르는 두 가지의 새로운 선교 유형을 소개했다. 첫 번째는 ‘현지 교회의 도움을 받는 선교’다. 그는 이같은 선교가 “매력적이지는 않은 방법”이라면서도 “어떤 환경에 있든지 주어진 곳에서 싹을 틔우는 그루터기들이 있다. 우리가 선교 현지에서 선교비를 지원받으며 사역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 선교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후원 환경이 어려워지는 것이 가장 큰 위기로 꼽힌다”며 “지금의 어려움을 내일의 영광스러운 사역을 위한 하나님의 훈련으로 여겨야 한다.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우리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아 어떤 경우에도 감당할만한 비결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성 목사가 제시한 두 번째 선교 유형은 ‘일을 통해서 자급자족하는 선교’다. 그는 “사도 바울도 직접 생활비를 벌어가며 선교했다”면서 “바울이 직접 돈을 벌어 생활 했던 것은 당시 사회 관습을 깬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소개했다. 선교사들도 스스로 가지고 있을지 모를 ‘특권의식’을 내려놓고 복음 전파를 위해 과감한 선택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이같은 일을 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모델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며 “지금 어떤 방식으로 선교하고 있든지 그 선교를 통해 하나님이 영광 받으시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왕성하게 세워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성 목사는 마지막으로 “필요하다면 현지 교회의 도움을 받거나 자급자족 선교도 해야 한다.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용기와 열정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실만한 새로운 선교의 길을 함께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한선지포에는 예년보다 두배 가까운 18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포럼 기간 참석자들은 ‘선교사’와 ‘선교단체’, ‘선교지/교회’분야로 나뉘어 그룹별 토의를 진행했으며, 행사 하루 전날인 23일에는 ‘국내 이주민 선교’를 주제로 사전행사 형식의 포럼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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