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권의 문화칼럼]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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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문화칼럼]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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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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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외국영화에서 등장인물이 신을 신은 채 침대에 벌렁 눕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였다. 신을 벗지 않고 방에 들어가는 것도 이상한데 잠자리까지 신을 신었으니 말이다. 우리의 문화와 너무나 다른 그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 때쯤 고호의 작품, 특히 보잘 것 없는 낡은 군화를 볼 때면, 왜 이런 가치 없는 것을 그렸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리고 미술 시간에, 고호는 자기 삶의 현장을 그린 작가니 낡은 군화도 그런 생각에서 그린 것이라고 배웠다. 단순한 대상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러다가 고호를 알고 난 후로는 생각이 바뀌게 됐다. 즉 그는 어려서부터 가고자한 주님의 나라, 그 거룩한 곳에 들어간 자아를 생각하고 현실의 자신이 벗어놓은 신을 바라보는 그 상태를 그렸던 것이다. 그 낡은 군화를 그릴 때 고호는 이미 주님의 땅에서 구원을 체험한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이른 바 ‘최순실 게이트’로 어수선 하다. 아니 형용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상스럽다. 그럼에도 대통령병에 걸린 중환자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우리 국민들은 아주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각자 맡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헌법을 존중하며 합리적인 대안도 제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일을 겪으며 대한민국도 이제 선진국이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 허왕정, KOREA , 2016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고 하셨다. 거룩한 곳과 우리들이 살아가는 곳과 구별하신 것이다. 이번에는 이 말씀과 잘 어울리는 작품 허왕정의 「KOREA」를 소개한다. 이 작품은 이상스런 정치인들과 그 주변 사람들이 망가트린 우리나라를 낡은 태극기로 비유하고 있으며, 그 위에 최순실이 흘린 신발 한 짝, 이 모두를 잃은 양으로 비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의 의도를 구체적으로 묻지는 않았지만, 거룩한 땅에 들어설 때는 신을 벗어야함에도 벗지 않고 있으니 강제로 벗긴 그런 상태라고 해석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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