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정권의 하수인 아닌 예언자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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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정권의 하수인 아닌 예언자가 돼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11.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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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게이트로 바라본 한국교회 개혁과제⓶ 교회는 왜 권력을 좇는가
▲ 제1회 국가조찬기도회는 1966년 3월 8일 조선호텔 볼룸에서 개최됐다. 고 김준곤 목사는 대통령과 정‧관‧재계 및 주한 외교사절을 전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도회를 창립했다.(사진출처:김준곤 저 ‘C.C.C.와 민족복음화 운동')

사실 정치권력과 종교의 관계는 고대에서부터 그 기원을 찾을 만큼 대단히 깊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종교가 처음 태동하던 시기부터 왕과 왕을 돕는 샤먼(종교적 능력자)은 밀월과 결별을 반복하며 관계를 이어왔다.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초대교회 당시 박해를 받았지만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교황과 황제는 협력의 관계를 이어왔다.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는 교황과는 결별했지만, 제후들과 결탁하여 발전을 이어갔다.

‘최순실게이트’가 나라 전체를 흔든 지금, 한국교회 여러 단체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시대의 예언자적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회개하고 있다. 권력을 탐하는 교회가 아닌,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뜻과 정의를 실현하는 교회가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지난주부터 ‘최순실게이트’로 본 한국교회 개혁과제를 진단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권력과 한국교회의 관계를 짚어보고, 한국교회가 지나온 역사 속에서 반성할 부분은 없는지, 그리고 과거에 비추어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 정의를 바로 세우는 교회로서 나갈 길을 모색해봤다.

 

순교의 영광과 어용의 부끄러움 뒤섞인 비극

‘다시써야할 한국기독교사’를 쓴 이선교 목사(현대사포럼)는 한국 기독교 100년의 역사에 대해 “순교의 영광과 어용의 부끄러움이 섞인 비극”이라고 표현했다. 권력을 탐한 교회에 대한 이 목사의 지적은 일제시대 친일파 목사들의 신사참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친일파 목사들은 신사참배를 하고 황국신민이 된 것을 감사하며 대동아 공영권과 징병제를 찬양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한국장로교총회 경성노회의 전필순 목사 외 9명은 태평양전쟁의 발발을 찬양하며 일제의 침략전쟁을 미화했다.

이선교 목사는 “대한민국이 하나님의 도움으로 해방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회개는커녕 교권을 장악하기 위한 변명으로 일관하여 교계의 분열을 불러왔다”고 서술했다.

해방 이후 미군정이 들어서고, 영락교회로 대표되는 월남교회들은 미국과 관계 맺으며 발전하기 시작했다. 당시 통치자이던 이승만 대통령은 프리스턴 신학교를 나온 개신교 장로였다. 대한민국은 개신교 국가는 아니지만 성경에 손을 얹고 선언하면서 출범했음을 역사가 기록하고 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이 이승만 장로를 통해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자 했으나 그는 하나님의 뜻을 외면하고 권력유지에 전력을 다했다”며 “이때 목사들은 그의 죄를 지적하기보다 찬양하며 공범자가 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역사적 비극을 부채질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군 반란을 통해 헌법을 파괴하고 국민에 의한 정부를 폭력으로 몰아낸 박정희 정권이 미국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을 때, 한경직 목사는 민간사절단의 일원이 되어 5.16지지요청을 했다”고 지적했다. 또 3선개헌과 유신이 논란이 되던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3선개헌과 유신을 지지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가권력을 향한 구애로 전락한 기도회

그는 특히 ‘군부독재자 전두환과 어용목사들’이라는 장에서 전두환 소장을 위해 기도했던 국가조찬기도회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람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어 처형하고 수백 명을 죽도록 한 사람은 대통령이 되는 세상이 되었어도 기독교 대표 목사들은 이 일을 지지해 주고 찬양을 하였다. 예수의 이름을 팔아 부귀영화를 누리는 교회가 권력의 앞잡이가 된다면 교회의 존재 의미는 이미 상실된 것이다.”

당시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는 행정의 권한을 찬탈하여 국보위에서 이끌어가려 했다. 여기 국보위 종교담당은 신촌성결교회 정진경 목사이며 입법에는 조향록 목사가 관여했다. 1980년 8월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국보위 종교담당 정진경 목사와 영락교회 한경직, 입법부 조향록 목사, 김지길 목사 등 20명의 기독교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두환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가 열렸다. 문만필 목사의 사회로 시작된 예배에서 국보위 종교 담당이던 정진경 목사는 ‘전두환 상임위원장을 위한 기도’를 했다. 정 목사는 당시 기도에서 “구석구석 악을 제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전두환 정권이 광주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 232명을 죽이고 6000여명의 부상자를 낸지 채 3달이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선교 목사는 “오늘의 문제가 독재자와 그의 집단에 의해서 저질러진 결과라고 하여도 그 책임은 빛과 소금의 역할을 못한 우리 기독교가 져야 한다”며 “어용과 이기주의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국가를 파멸로 몰아넣고 기독교를 부패하게 하는 사탄의 역사”라고 진술했다.

또 오늘날 기독교가 부패하고 사회가 부패한 원인에 대해 “친일 어용과 그후 어용들을 청산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며 또한 3.1운동 이후 일본의 기독교 탄압에 의해 현실 도피사상이 지금까지 내려오기 때문”이라며 “어용들은 기독교의 사회참여가 비성서적이라고 잘못 교육시켜왔다”고 했다.

 

▲ 1980년대 영락교회의 교회당과 예배폐회 광경. 매주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로 교회 앞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가파르게 성장하는 한국교회는 표를 좇는 정치세력에게 매력적인 곳이됐다.(사진출처: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사업협의회)

한국교회 양적 성장, 권력과의 밀월 가능케 해

1966년 고 김준곤 목사의 제안으로 시작된 국가조찬기도회는 국가를 위해 기도하는 취지로 마련된 행사였다. 하지만, 1980년 ‘전두환 상임위원장을 위한 국가조찬기도회’처럼 권력이 교회를 통해 통치권력의 정당성을 부여받는 자리로 전락하는 아쉬운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신대 강원돈 교수(사회윤리)는 “국가조찬기도회를 통해 인민주권의 찬탈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던 독재자들에게 하나님의 축복과 도우심을 빌어줌으로써 통치의 정당성을 인정받고 과시할 수 있게 됐으며, 권력자들로부터 갖가지 특혜를 받았다”고 비판했다.

교회가 권력에 구애를 받게 된 배경에는 한국교회의 양적성장이 있었다. 한국 전쟁 이후 개신교는 천막교회를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신화적인 업적을 달성한다. 양적 성장에 성공한 목회자는 자신이 가진 강력한 리더십과 함께 성령의 능력을 받은 사람으로 인정되어 교회에서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행사하게 됐다.

양적 성장을 통해 일부 지도자들은 교회내부 뿐 아니라 교단 차원에서, 더 나아가 교단 지도자들이나 교회 연합활동의 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이러한 정치적 영향력은 표를 쫓는 정치세력에게도 매력적인 것이었다.

총선 등의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치인들은 어김없이 교회를 방문한다. 정치인이 교회 지도자를 예방하는 모습도 그리 낯설지 않다. 여야 대표나 정부 부처 수장 등이 한국교회연합이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의 연합기관을 방문하는 것은 하나의 관례로 자리 잡았다.

강원돈 교수는 ‘종교의 정치세력화’와 관련해 “이같은 현상은 거의 모든 종교들에서 경쟁적으로 이뤄지는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장로 대통령을 배출한 개신교는 종교의 정치세력화에서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역설했다.

 

기독교의 정치 참여, ‘어떻게’를 고민해야

종교가 정치세력과 관계를 맺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속성이다. 비단 기독교 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권력과의 유착관계를 갖는다. 관계 자체를 두고 비난의 화살을 던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뜻이다. ‘정교분리’ 원칙은 지켜져야 하지만 실상 현실에서 정치를 벗어난 삶을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기독교와 정치는 떼려야뗄수 없는 관계가 되고 말았다. 분명한 것은 어떻게 정치와 동행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어떻게 우리는 기독교 정치를 실현해 나가야 하느냐의 고민을 푸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칼빈주의 정치가로 불리는 아브라함 카이퍼는 ‘영역주권사상’을 제창하면서 하나님의 주권이 삶의 모든 분야에 미치지 않은 곳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영역이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으며, 교회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모든 영역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와 종교가 함께 존재하고, 함께 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독교사상과 신앙이 정치와 결코 분리될 수 없지만, 국가가 강력해지고자 종교에 간섭을 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점에서 ‘정교분리’를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학자들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런 점에서 기독교의 정치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박남수 전 천도교 교령(3.1운동 100주년기념사업취진위원회 위원장)은 “우리 역사를 보면 나라가 위기일 때는 종교가 나서서 큰 역할을 했다. 종교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어떻게 참여하느냐가 문제다. 정치인들이 신뢰를 잃고 있을 때는 국민이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개신교나 불교가 큰 힘을 가진 권력이다. 이 권력이 자기의 개별 권력이나 또 다른 정치권력을 가지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종교인들은 바르게 정치하고, 협치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줄 수 있는 정치문화를 만드는 운동에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의 배경에는 2004년 총선 이후 12년 동안 선거 때마다 기독정당을 만들어 국회 입성을 노려왔던 한국 개신교회의 도전이 있다. 기독교의 정치참여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지금까지 4차례나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데 대해서는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회입성을 노리는 이들은 기독정당이 자리를 잡고 있는 유럽의 예를 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명지대 윤종빈 교수(정치외교학)는 “독일의 기민당이나 기사당은 오랜 전통과 사회‧문화적인 기반 위에 활동하고 있다. 유럽은 기독교 문화가 주류이지만 한국은 불교를 비롯해서 다양한 종교문화가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면서 “종교와 정치는 때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지만 지나치게 유착되는 것은 종교에도 국가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교회, 거수기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그렇다면 교회가 견지해야 할 정치적 스탠스는 무엇일까. 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 남오성 목사는 ‘예수님이 지향했던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 목사는 “예수님 당시는 로마 정권과 그 아래 하수인인 헤롯 정권이 지배하던 시대였다. 당시 유대인 사회는 헤롯 정권의 하수인을 자처하던 성전그룹과 투쟁적 반체제집단인 열심당이 있었다”며 “그러나 예수님은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남 목사는 “그렇다고 예수님이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예수님의 관심은 이 땅에 정치적으로 구현되는 하나님의 나라가 아닌 궁극적으로 이뤄지는 우주적인 하나님 나라였다”며 “예수님은 인간의 영원한 구원에 관심이 있었지 로마 정권의 타도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분명한 것은 예수께서 반체제 인사를 죽이던 형벌, 즉 십자가형으로 돌아가셨다는 점입니다. 당대의 기득권에게 위협적인 인사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렇게 보면 예수님은 유대교라는 종교권력에게서 버림을 받고 로마라는 정치권력에게도 버림받았습니다. 예수님은 당대 사람들이 이해 못할 제3의 길로 갔습니다.”

남 목사는 “혼탁한 이 시기에 기독교인 목회자들도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를 생각하면서 좌우 여야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이라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더 발전시킬까 생각하면서 가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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