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은혜에 감사한다면, 이웃과 기쁨을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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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은혜에 감사한다면, 이웃과 기쁨을 나누자
  • 천안=김성해 기자
  • 승인 2016.11.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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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목사에게 듣는 추수감사절의 의미

        농사짓는 기쁨의 교회 정석호 목사, 자급자족하며 감사하는 생활

       추수감사주일 맞아 성도들과 함께 이웃사랑 실천하는 것이 중요해

11월 셋째 주는 추수감사주일이다. 1600년대 청교도들은 영국 국교회의 박해를 피하고자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들은 새로 개척한 땅에서 역경을 딛고 이뤄낸 첫 수확에 감사하며 예배를 드렸다.

이후 지방 행정관이었던 브래드포드(Bradford,W.)는 이 날을 국경일로 제정했고, 한국교회 역시 미국의 영향으로 11월 셋째 주를 추수감사주일로 지키게 됐다. 또 구약에서 나오는 유월절, 맥추절과 함께 3대 절기로 지키던 수장절이 추수감사절의 기원이기도 하다. 


추수감사주일을 맞아, 직접 농사짓고 수확하는 농부 목사를 찾아가 추수감사의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충남 천안 성거읍에 위치한 ‘기쁨의 교회’ 담임인 정석호 목사는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은혜이기 때문에 늘 감사하다”며 소박하게 웃어보였다.

▲ 천안 기쁨의 교회 담임인 정석호 목사는 “모든 순간이 하나님의 은혜”라며 감사하는 삶을 살고있다. 그는 농사를 지을 때 수확물의 많고 적음 역시 하나님의 은혜라며 만족할 줄 아는 농부 목사이다.

인천에서 천안으로 오기까지
천안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대중교통으로 20여분 정도 이동하면 도로가 2차선으로 좁아지면서, 논밭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거장에서 내려 주변을 돌아보니 반쯤 얼어버린 논두렁과 수확해서 한쪽에 쌓아올린 채소들이 대부분이었다. 

길 건너에 위치한 기쁨의 교회는 2층으로 지은 건물이다. 옆에는 교회의 약 3배 정도 되는 크기의 논밭과 감나무, 수확한 배추들이 줄지어 있었다. 추운 날씨에 배추들이 얼까봐 천으로 그 위를 덮어뒀다. 

기쁨의 교회 담임인 정석호 목사는 천안에서 목회한 지 올해로 13년째다. 천안에서 거주하기 전 인천에서 개척교회로 섬겨왔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됐다. 예배당의 임대료를 부담하기 어려워지자 교회 장소를 옮겨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몇몇 성도들이 거리가 멀어진 교회를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결국 정 목사는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며 사역할 수 있는 새로운 곳을 찾게 됐다. 

충남 논산에서 농부의 아들로 자란 정석호 목사는 농촌 목회를 결심했다. 아내와 함께 기도로 간구했고, 의논 끝에 천안으로 향했다. 다행히 땅 주인에게 자리를 빌리게 되어 지금의 교회가 세워졌다. 교회 건물 옆에 작은 밭이 있는데 정 목사는 그 밭에서 고구마, 배추 등 각종 채소들을 길렀고, 밭 주변에는 감과 매실, 대추나무를 심었다. 그는 도시보다 농촌에서의 사역이 더욱 감사하다고 말했다.

“비록 농부 아들 출신이긴 했지만, 막상 농사를 지으려니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농사짓는 어르신들과 주민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친분을 쌓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목회자는 어떻게 보면 정신적인 노동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천에서 목회 사역을 할 때는 잘 움직이지 않았죠. 그런데 시골로 내려와 농사 지으면서 신체를 사용하니까 절로 운동이 되면서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농촌에서 성장한 개척교회
1년에 1명씩이라도 좋으니 하나님을 모르는 영혼들이 교회로 나아와서 주님을 믿길 바란다는 것이 기도제목이라는 정석호 목사. 농촌이면서 읍지역이다보니 대부분의 주민들은 70세 이상, 90세에 가까운 고령자들이며, 마을이 띄엄띄엄 있어서 전도할 대상자 수가 적다.

하지만 정 목사는 마을회관, 경로당 등을 방문하며 전도 사역을 꾸준히 이어왔다. 비록 교회 성도들 중 3분의 2가 노인이지만 개척교회로 섬긴 지 13년째인 지금 기쁨의 교회는 성도 재적수 30여 명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정석호 목사는 천안에서 개척할 때 제사에 대한 노인들의 인식을 깨뜨리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교회 성도들 중에서도 아직까지 제사를 지내는 노인들이 2~3명은 된다. 이들은 교회도 열심히 나오며 하나님을 믿는다는 고백도 한다. 하지만 제사도 계속 지낸다.

“제사를 지내는 성도들에게 끊임없이 우상숭배라고 이야기도 하고, 권면도 했습니다. 그러나 고정관념은 쉽게 깨지지 않았어요. 또 어떤 어르신은 장남인데,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다른 가족들이 의절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어찌됐든 하나님을 믿는다고 나온 사람들인데, 교회 다니면서도 제사 지내는 모습을 보면 속상하죠.”

어려움 속에서의 감사
정 목사가 사역하는 천안 성거읍에는 아파트와 공장이 세워져 있다. 동시에 포도와 쌀을 길러냈던 밭들도 즐비하다. 한마디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정 목사는 농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 10명 중 7명은 농사 자체가 본업이 아닌 부업임을 설명했다.

예전과 달리 농사를 지어도 큰 이익이 없기 때문에 겸직하지 않고서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 정 목사가 사역하는 교회 성도 중 한 부부에게도 농사는 부업이었다.


“과거 농사를 지을 때는 모를 심는 것부터 수확까지 사람이 직접 했습니다.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이었죠. 이후 대부분의 농기구들은 기계화됐고, 그로 인해 농사를 짓는 일이 수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형편은 더욱 어려워졌어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수입된 저렴한 가격의 쌀들이 국내 시장이 진열되면서, 한국에서 자란 쌀보다 더 잘 팔리게 됐죠.

결국 농민들은 농사를 부업으로 삼게 됐습니다. 저희 교회에 출석하는 한 부부도 주로 공장에 가서 일하고, 틈이 날 때 농사를 짓습니다. 실제로 논밭에 가서 보면 잡초가 곡식과 함께 자라는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정석호 목사는 비록 농업의 현실이 어렵지만, 농작물을 수확하는 기쁨은 자녀가 잘 자라나는 것과 동일하다고 표현했다. 정 목사는 땅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피 땀 흘려 가꾼 만큼 농부에게 기쁨의 결실을 주는 것이 농사임을 밝혔다.

“농사는 자녀를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수확물이 자라나는 모습은 마치 내 자녀가 잘 자라서 유치원도 다니며,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서 자기 스스로 앞가림 할 줄 알게 되는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기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농작물을 잘 길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맺힌 결실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하고 감사하죠.”

그는 또 우리에게 모든 것을 베푸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늘 감사해야 한다고 고백했다. 아무리 농부가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올해처럼 비가 지나치게 많이 내리면 수확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목사는 비와 햇빛을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라며 수확물이 많든 적든 감사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추수감사주일이 되면 성도들에게 하나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우리임을 깨닫고 감사하는 삶을 살길 바란다고 설교한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하늘이 농사를 짓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긴 하지만, 결국 날씨도, 농사도,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거죠. 그래서 저는 교회 성도님들에게 사람은 하나님의 은혜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설교를 합니다.”
 

이웃과 함께 하는 추수감사주일
정석호 목사의 교회는 조금 특별하게 추수감사주일을 보낸다. 각자 추수한 수확물 중 일부를 가지고 와서 감사예배를 드린 뒤, 모인 과일과 곡식 등을 나눠 들고 교회 주변에 머물고 있는 독거노인 혹은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 찾아가 조금씩 나눠주는 시간을 보낸다. 

정 목사는 어린 시절 농촌에 있는 지역교회가 추수감사주일을 이웃 주민들과 함께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다. 당시 지역교회 성도들은 자신이 수확한 곡식의 10분의 1을 교회에 냈다. 그러면 그 지역교회는 성도들이 가지고 온 소산물을 어려운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지역교회의 나눔 행사가 정 목사가 섬기는 교회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추수감사주일이 되면 성도들은 자신이 직접 지은 농산물을 가져옵니다. 혹 농사를 짓지 않는 성도들은 적당량의 과일을 직접 사오기도 합니다. 성도들과 함께 11시 예배를 드린 후 그들이 가져온 음식들을 분배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줍니다.

이 지역에는 독거노인이나 한부모가정이 많습니다. 교인들과 함께 그들에게 찾아가 추수감사주일 의미를 전하고 음식을 나눠줍니다. 그러면 받는 사람들도 감사의 인사를 해주시더라고요.”


정석호 목사는 한국교회가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해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의 손길을 베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추수감사주일을 감사 예배만 드리고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추수감사주일을 맞이해 교회 성도들끼리 모여서 하나님께 감사하며 예배드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고 끝내기 보단, 그 감사함을 나눔의 기쁨으로 변화해서 이웃들에게 전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수확한 곡식들도 좋고 일정의 후원금도 좋습니다. 중요한건 나눈다는 마음입니다. 한국교회가 감사함을 이웃과 함께 하는 나눔을 실천하면서 더욱 풍성한 기쁨을 누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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