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디자인’을 만나면 이렇게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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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디자인’을 만나면 이렇게 바뀐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6.11.1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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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디자인을 만나다 (1) 분당우리교회

디자인팀, 기획단계부터 대화와 공유...로고-CI 적극 활용


지난해 성탄절을 한 달여 앞둔 즈음, 분당우리교회 교인들은 깜짝 놀랐다. 서현드림센터의 엘리베이터 출입문이 열리자 방금 태어난 아기 예수가 말구유에 누워있고,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이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문 밖에는 동방에서 경배하러 온 박사들과 양을 치는 목동이 기쁨을 함께하고 있었다.

새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교인들은 이 시도와 기발한 아이디어에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분당우리교회 디자인팀(팀장:정성진 집사)이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한 성탄 장식이었다. 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다른 교회들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어떻게 하는 거냐?” “우리 교회에도 해줄 수 없느냐?”는 등의 문의와 격려, 요청이었다. 디자인 하나가 바꾼 혁신이었다.

▲ 지난해 분당우리교회 서현드림센터 엘리베이터에 설치됐던 성탄절 장식. 디자인팀장 정성진 집사가 고안한 이 작품은, 교인들은 물론 이웃 교회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면 아기 예수를 볼 수 있다.

# 고유의 ‘디자인 트랜드’ 개발

교회가 ‘디자인’을 만나면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세련됨을 입는다. 환골탈태(換骨奪胎) 수준이다. 보이는 것을 넘어 그렇게 바뀐다는 것이다. 교인들의 의식이 변하고, 디자인을 대하는 자세도 바뀐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교회 안에 있는 모든 것에서 디자인의 향기가 느껴지고, 결국에는 디자인을 비롯한 교회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진다.

분당우리교회(담임:이찬수 목사)가 그랬다. 디자인팀장이면서 문화공작소 엘리(EL利)의 대표이기도 한 정성진 집사가 이 교회로 오기 전까지 분당우리교회는 디자인에 민감한 교회는 아니었다. “우리 교회는 학교 안에 있는 교회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교회의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할 수 없었다”고 정 집사는 말한다. 주일예배를 위해 설치한 시설물들은 예배 후에는 걷어내야 했다. 그래서 교회를 홍보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디자인이 교회와 접목되자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매주 발행되는 주보가 변했고, 각 부서의 홍보용 팸플릿이나 행사용 현수막이 달라졌다. 걸게 그림으로 걸리는 현수막의 글씨체도 이제 손글씨체인 캘리그라피로 바뀌었다.

▲ 디자인팀장 정성진 집사. 문화공작소 엘리(EL利)의 대표이기도 하다.

“과거 우리 교회의 인쇄물들은 모조지에 2도 인쇄를 하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4도 인쇄를 합니다. 사용하는 서체도 기본으로 제공되는 서체보다는 캘리그라피를 도입하는 등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교인들이 변화를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교역자들이 먼저 ‘캘리그라피를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등 디자인에 대한 요구를 합니다. 이제 우리 교회만의 디자인 트랜드가 생긴 거죠.”

가장 큰 변화는 강단 뒤에 걸리는 현수막. 분당우리교회만의 트랜드를 고민하던 정 팀장은 교인들이 바라보는 정면, 강단 뒤편에 프레임을 짜서 설치하고 거기에 현수막을 걸었다. 고난주간 특별새벽기도회를 위해 일주일 정도 사용하려고 했던 것이 지금까지 내용을 바꾸면서 몇 년 동안 이어져오고 있다.

영향력과 파급력은 대단했다. 분당우리교회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른 교회들로 퍼져 나갔고 우리교회가 이미지를 바꾸면 다른 교회들도 이어받았다. 새로운 이미지가 도입될 때마다 다른 교회에서 전화가 온다고 한다. 이미지는 어디에서 구했는지, 현수막은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서는 이미지를 공유해 달라는 요청까지….

# 디자인에 대한 목회자의 ‘신뢰’ 중요

교회에서 적용할 수 있는 디자인의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교회 로고에서부터 매주 발행되는 주보, 전도지, 교회 신문, 성경공부 교재, 성경구절 암송카드 등 교회에서 생산되고 배포되는 모든 것에 디자인이 적용될 수 있다.

디자인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 정성진 집사는 “내가 생각한 것들을 디자인에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충분히 대화하고 내용을 공유하면서 모든 것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제 디자인은 교회의 한 부분이며, 문화”라고 강조한다. 과거 교회당을 장식하던 스테인드글라스와 독특한 건축양식 등 교회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이었고 아이콘이었음을 생각하면, 오히려 교회가 디자인의 흐름을 끌어가는 곳이 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분당우리교회는 교회 안에 디지인 팀이 있는 몇 안 되는 교회 중 하나. 그리고 “교회 디자인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교회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찬수 목사님의 지지와 디자인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정 집사는 말한다. 그러나 팀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교회 간사나 관리자를 뽑을 때 디자인 감각이 있는 직원을 뽑으면, 그게 디자인으로 가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쉽게 접근하라는 말이다.

디자인팀장 정성진 집사는 “교회가 디자인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디자인 파워’가 대단하기 때문”이라며 디자인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교회에서 사용하는 이미지와 서체, 프로그램 등은 정직하게 대가를 지급하고 사용해야 한다는 강조도 빠뜨리지 않는다. 교회에서 활용되는 디자인에는 담임 목회자의 목회철학이 담기고, 기독교적인 세계관과 복음이 담기는 것인 만큼, 어떤 이유에서건 교회는 정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 분당우리교회가 올해 성탄절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크리스마스 리본'. 크리스마스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 올해 성탄절 프로젝트는 ‘크리스마스 리본’

분당우리교회는 올해 성탄절을 ‘크리스마스 리본’으로 꾸민다. 성탄절 장식 중 하나로 사용되는 ‘리본(Ribbon)’과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리본(Re Born)’이 함께 들어있는 프로젝트.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께서 우리 곁으로 오신 크리스마스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하자는 취지를 담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리본을 하트 리본 모양으로 로고화하고 디자인해서 무브먼트를 일으키려고 한다.

반응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주위 교회들이 벌써 이 소식을 듣고 동참을 제안해오고 있다. 정 팀장은 “분당우리교회에 맞게 제작된 로고나 디자인들을 다른 교회의 상황에 맞게 바꿔서 사용할 수 있게 적용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면서 “다른 교회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성진 집사는 ‘디자인 파워’를 말한다. 디자인이 교회와 성도들의 건강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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