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와 ‘정치’의 공생, 그 결과는 ‘공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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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와 ‘정치’의 공생, 그 결과는 ‘공멸’이다
  •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 월간 현대종교 이사장)
  • 승인 2016.11.08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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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최순실 사태로 본 사이비 최태민과 정치 권력의 결탁

유사 무속인 가짜 목사 최태민 

최태민을 직접 만난 선친 탁명환 소장(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 1937~1994)은 그를 “신흥종교단체의 교주”, “유사 무속인”, “권력 그늘 속의 종이호랑이”, “권력의 시녀”, “고려 말 괴승 신돈”, “정식 신학교육도 받지 않은 (돈거래로 목사직을 산 것으로 보이는) 가짜 목사”라고 묘사했다. 탁명환 소장의 자료와 증언들을 통해 최태민은 누구였는지 그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 최태민

첫째, 최태민은 신흥종교단체의 “교주”였다. 자신을 “영세계 칙사관”이라고 주장했다. 즉 스스로를 “조물주로부터 보내심을 받아, 불교의 깨우침, 기독교의 성령강림, 천도교의 인내천을 이룰 칙사님”이라고 칭한 것이다. 혼합 종교적 배경을 가지고, 자신의 영험함을 주장했던 전형적인 비주류 신흥종교의 교주였던 것이다. 

둘째, 최태민은 “유사 무속인”이었다. 각종 기성 종교의 교리를 차용해 활동했으나, 기본적인 그의 성격은 무속적이었다.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으면, 인생의 불행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가 한 일은, “벽에다 둥근 원을 색색으로 그린 후 이를 응시하면서 ‘나무자비조화불’이란 주문을 계속 외우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하지만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무속인, 그것도 전통적인 한국 샤머니즘에 기초한 무속인이 아니라, 온갖 종교들을 혼합한 유사 무속인이었다. 

셋째, 최태민은 “권력 그늘 속의 종이호랑이”였다. “권력의 시녀”였으며 “고려 말 괴승 신돈”과 같은 인물이라고 탁명환 소장은 설명한다. 최태민은 한국 사이비종교 역사에서 그 누구보다도 가장 권력 핵심에 근접한 인물이었다. 체계적인 교리와 치밀한 조직을 갖춘 통일교도 하 지 못했던 일을 비주류 사이비종교 교주인 최태민이 해낸 것이다. 구국의 명분으로, 정치권력 핵심의 비호를 받으며, 또한 그 권력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자신의 사욕을 채운 인물이었다.

넷째, 최태민은 “가짜 목사”였다. 1973~74년 기간에 만난 ‘무속인 원자경’이 1975년 ‘목사 최태민’으로 변신한 것이다. 최태민이 주최한 육영수 여사 1주기 추모예배에서, “목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나 기독교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순서에서 제외되고 근혜 양 주변을 맴돌던 가짜 목사였다”고 탁소장은 기록하고 있다. 언론이 최태민에게 목사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은 그렇기에 어불성설이다.  

▲ 최태민은 “가짜 목사”였다. 1973~74년 기간에 만난 ‘무속인 원자경’이 1975년 ‘목사 최태민’으로 변신한 것이다. 최태민은 1975년 구국십자군을 창군식을 개최했으며, 여기에는 정통교회 목회자들이 호응하며 참석했다. 사진은 당시 교계 신문에 나온 창군식 광고. 사진제공= 현대종교

권력의 시녀들이었던 최태민의 측근들
탁명환 소장은 최태민과 그 측근들을 “부끄러운 권력의 시녀 목사들”이라고 불렀다. 최태민은 물론이고, 그를 통해 정치권력 핵심에 접근해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최태민을 이용한 이들에게 탁명환 소장은 더욱 주목했다. 심지어 ‘가짜 목사’ 최태민 마저도 자신을 이용해 권력 핵심에 접근하려는 ‘진짜 목사들’을 경멸했다고 한다. 

탁명환 소장은 최태민 주변에 몰려든 “해바라기성 아부파들이 최태민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일을 하고 있다”고 염려했다. 최태민도 그들이 무엇을 노리는지를 알았지만 그들은 최태민에게도 불가원불가근의 필요악이었다. 최태민은 이들에 대해 “더러운 xx들. 평신도들 아니 시장 바닥의 술주정꾼만도 못한 인간들. 싹 쓸어버려야 하는데”라고 환멸을 느끼고 있었다고 탁명환 소장은 기록하고 있다. 과연 한국교회는 이번 최태민과 최순실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탁명환 소장은 이들 “권력의 시녀들”에 대해 비판하면서 “언젠가는 이 사건이 실제로 기독교 역사에 실명으로 기록될 때가 올 것이다”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그의 믿음은 30여 년이 지난 후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권력지향 사이비종교 옆 ‘목사들’ 존재, 최태민조차도 경멸 

고 탁명환 소장, “언젠간 이 사건 실명 기록될 것” 예측

권력 지향 사이비종교 재벌 2세 최순실
최태민의 3남 6녀 중 다섯 번째 딸인 최순실에게 최태민의 영향력이 고스란히 이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종교가 가지고 있는 최순실에 대한 자료는 최태민의 가계보(家系譜)가 전부이다. 가계보가 보여주는 것은, 최순실의 위로 오빠가 3명이고, 언니가 4명이며, 최순실은 다섯 번째 부인의 자녀라는 사실이다. 

한국 이단사이비운동 역사에서 최순실이 가진 조건으로 후계자의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예외적인 일이다. 한국에서 발흥한 이단사이비 조직들은 예외 없이 권위적인 가부장제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최순실이 그녀의 부친 최태민이 하던 역할을 승계했다는 것은, 최순실의 능력과 영향력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최순실의 나이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태민 일가가 박근혜 대통령의 고비마다 전적으로 도와준 것은 박 대통령도 밝힌 바 있다. 최태민의 자녀들 중 박 대통령에게는 바로 아래 4살이 적은 최순실이 (박 대통령과 동갑인 최태민의 4녀보다) 가장 편한 상대였을 수 있다. 즉 최순실은 능력과 연배 면에서 부친 최태민을 도울 수 있는 최적의 조건들을 갖춘 자녀였을 수 있다. 

후계 지명을 위한 행사를 치른 것은 아니지만, 최태민의 영향력이 최순실에게로 이어졌다면, 최순실은 부친 최태민의 역할을 이어받은 후계자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치적 영역에서는 후계 역할이 분명해 보인다. 정치권력 핵심을 위해서 최태민이 하던 역할을 최순실이 그대로 했으니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최태민은 ‘대통령의 딸’을, 그리고 최순실은 ‘대통령’을 이용해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 "최태민은 신흥종교단체의 “교주”였다. 자신을 “영세계 칙사관”이라고 주장했다. 즉 스스로를 “조물주로부터 보내심을 받아, 불교의 깨우침, 기독교의 성령강림, 천도교의 인내천을 이룰 칙사님”이라고 칭한 것이다. 사진은 1973년 '영세계 칙사관' 이름으로 영세교를 알리는 전단지.사진 = 현대종교 제공

하지만 최순실에게 그녀의 부친 최태민이 노출했던 사이비 종교적인 모습보다는, 부와 권력을 향유하는 사이비종교 재벌 2세의 모습이 더 뚜렷해 보인다. 다수의 이단사이비종교 교주의 후계자들이 재벌 2세의 모습으로 살다가 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최순실도 예외는 아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다른 2세들은 주로 돈과 성을 탐닉했다면, 최순실의 경우에는 권력에 집착했고 그 권력을 실제로 누렸다는 것이다. 최순실은 정치적으로도 비선(秘線) 실세였으나, 부친 최태민의 종교적 라인에서는 엄연한 계선(系線) 실세였다. 

사이비, 권력 위해 ‘멸공’ 주창
 특히 한국전쟁 이후 집중적으로 발흥한 이단사이비 종교들은 정치권력에 유착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정치권력은 종교적 후발주자인 자신들을 보호하고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최적의 필요조건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반공을 국시로 내건 군사정권을 위해, 이단사이비 종교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승공과 멸공을 외치게 된다. 최태민의 구국십자군과 구국선교단이 내세운 기치도 멸공이었다. 이러한 특징의 원조는 통일교였다.

최태민과 관련해 주목할 점은, 조직력과 경제력을 동시에 갖춘 통일교도 권력 핵심에 들어가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돌면서 가정당 창당을 통해 정치권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난데 반해, 허술한 사이비종교의 교주였던 최태민과 그 가족은 단숨에 권력 핵심으로 들어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다는 사실이다. 

사리사욕을 본질로 하는 사이비종교와 명분을 중요시하는 정치는 함께 ‘공생’해서는 안 된다. 한국 근현대사는 공생의 위험성을 여실히 증언하고 있다. ‘공생’이 불가한 이유는, 그 결과가 ‘공멸’이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개혁주체인가, 개혁대상인가
탁명환 소장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거짓말하는 아이와 같이 정권유지를 위해 부단히 북괴의 남침위협을 이용하였으며 기독교마저 목사로 둔갑한 계룡산 교주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고 비판한다. 또 최태민의 구국십자군 활동을 보며, ‘가짜 목사’ 최태민에게 수많은 ‘진짜 목사들’이 자발적으로 이용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탁 소장은 “권력의 언저리를 넘겨다보고 기생하기 위해서 성직자들이 앞을 다투어 근혜 양에게 접근하기 위하여 최씨 앞에서 설설기는 모습은 참으로 가관이었다”고 한탄한다.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거짓 목사 최태민을 맹종하던 진짜 목사들의 초상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목전에 두고 터진 최태민과 최순실 사건. 전직 무속인 교주 출신의 가짜 목사와 그를 이용해 권세를 누렸던 진짜 목사들의 이야기가 한국교회를 참담하게 만든다. 우리는 피해자이기 이전에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점을 하나님과 역사와 민족 앞에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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