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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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목소리
  • 박유미 사무총장
  • 승인 2016.11.0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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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미 사무총장 / 성경인문학연구소
▲ 박유미 사무총장

에스더 4장의 “죽으면 죽으리라”는 에스더의 고백은 에스더서의 내용을 잘 모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이 말은 에스더가 죽을 위기에 처한 유다 민족을 구하기 위해 왕 앞에 나가겠다고 결심하면서 한 것이다.

에스더가 말을 하기 위해 왕 앞으로 나가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유는 페르시아는 왕의 호의를 받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왕 앞에서 말을 할 수 없고 바로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그런 곳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페르시아 궁전의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예가 에스더 1장의 와스디 왕후 폐위사건이다. 이 사건은 왕 아하수에로가 술에 취해 왕후 와스디를 오라고 하였으나 와스디가 오지 않자 현자들에 의해서 폐위된 사건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왕비 와스디이다.

에스더 1장에서 보면 어디에도 와스디의 목소리는 없다. 아하수에로왕은 왕후 와스디에게 왜 그 자리에 오지 않았는지 전혀 묻지 않았다. 그리고 현자라는 사람도 왕후의 위엄을 지키려고 했던 와스디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와스디의 말을 들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즉, 페르사아 왕궁의 누구도 와스디의 말을 들어보려고 하지 않았다.

약자이며 여성이며 당사자인 와스디에게는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 아예 와스디에게는 목소리를 주지 않았다. 오직 남성들과 권력자들이 그녀의 행동을 판단하고 심판할 뿐이다. 목소리는 오직 남성과 권력자들의 것이었다. 이것은 페르시아 왕궁이 가부장적이며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페르시아 궁전의 상황이기 이렇기 때문에 에스더는 말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죽으면 죽으리라”고 결심하며 목숨을 걸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혹은 부당함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어야하고 부당한 일을 당할 각오를 하는 사회는 비정상적인 사회이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사라지게 하는 교회와 사회는 지금 우리가 본 것같이 페르시아 궁정같이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이다.

오랫동안 교회는 여성에게 잠잠하라고 강요하였다. 교회에서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자 하면 이 성경구절을 들며 여성들의 발언을 막고 여성들이 교회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자리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그리고 2000년 역사동안 그 일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 일이 얼마나 여성들에게 폭력적이고 억압적인지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 여성들조차 교회에서 여성이 잠잠하는 것이 성경적이라고 생각하며 자기 검열을 하며 살았고 나이든 여성들은 젊은 여성을 검열하며 여성이 말하는 것을 막는 것이 신앙적인 행동이라고 믿고 지냈다. 하지만 이렇게 여성들의 목소리를 지워버린 교회는 여성에게 억압적인 곳이지 결코 하나님 나라도 진정한 교회도 아니다.

여성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말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경력을 걸어야 하고 많은 비난을 받을 것을 각오해야 하는 곳은 더 이상 올바른 복음이 전해지는 곳이 아니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지우고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 교회는 더 이상 하나님의 나라라고 할 수 없다. 이곳은 페르시아 왕궁으로 대변되는 힘의 세상이며 권력자들의 세상일 뿐이다.

이와 반대로 예수님께서는 귀신들린 여인도 자신에게 올수 있도록 허락하셨고 누구도 말하기기를 꺼려하는 수가성의 여인과도 말씀을 나누시고 그녀에게 구원을 베푸시고 복음을 전할 기회를 주셨다. 또한 모든 남종과 여종에게 성령을 주시고 복음을 전하라는 사명을 주셨다.

이렇게 하나님 나라는 누구나 왕이신 하나님 앞에 나가 말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여성도 자신의 목소리를 언제나 낼 수 있는 곳이며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이제 한국교회도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갖기 위해서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으로 변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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