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몸은 출산 도구가 아니다” vs “태아는 여성의 것이 아니다”
상태바
“여성 몸은 출산 도구가 아니다” vs “태아는 여성의 것이 아니다”
  • 김성해 기자
  • 승인 2016.11.02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낙태죄 폐지’ 찬반 논란 한국교회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여성이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69조, 제270조)

▲ 여성 단체 측은 "낙태죄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여성들은 본인의 몸,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여기는 국가의 정책과 형법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22일 낙태를 포함한 비도덕적 진료 행위를 저지를 경우 의사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현행 1개월에서 최대 12개월로 늘려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자 ‘의료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것을 밝혔다. 그러자 여성 단체들은 서울을 시작해 전국 일부 지역에서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고, 보건복지부는 해당 개정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계획을 바꿨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활동가 정슬아 씨는 “낙태죄 폐지에 대해 반대하는 여성들은 본인의 몸, 여성의 몸을 출산의 도구로 여기는 국가의 정책과 형법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장애를 가진 여성이나 미혼 여성 등이 아이를 출산했을 때 사회적인 시선, 혹은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분에 있어서 사회가 어느 정도 지원을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없이 법으로만 규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은 낙태를 불법이라 규정짓지만, 모자보건법에 해당이 되는 경우에는 낙태 수술이 가능하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르면 부모에게 유전적 질병이 있거나 임신으로 인해 여성의 건강이 위독한 상황, 강간, 혈족 혹은 인척 간의 임신 등은 합법적인 낙태 수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예외사유를 제외하고는 여성이 임신했을 때 이들이 낙태를 받는 것을 불법이다. 

미혼 여성인 김씨의 사례가 있다. 만 26세인 김씨는 지난 4월 경기도에 위치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았다. 당시 태아는 6주 미만이었으나 산모의 생명이 위독해서, 혹은 태아가 질병에 걸려서도 아니었다. 김씨는 미혼모가 아이를 낳았을 경우 받게 될 사회적인 시선과 차별, 여건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에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택한 것이다. 

그는 “아이를 낳은 뒤 책임질 형편도, 사회적인 여건도 마련되지 않았다. 수술을 받는다는 선택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수술 후에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사실을 밝히지 못했고, 심지어는 아직도 꿈 속에 아이가 나와서 하루하루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며 낙태한 여성의 고통스러운 심정을 호소했다.

하지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시위가 한창인 가운데에도, 낙태를 더욱 엄격하게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18일부터 20일까지 조사한 ‘낙태 관련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낙태를 엄격하게 금지해야 하는 이유 중 41%가 ‘생명 존중’을 꼽았으며, 2위로는 인구 감소 우려가 35%, 3위로는 낙태 남발, 무분별, 무책임이 9%로 꼽혔다. 

▲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낙태죄를 폐지하자고 외칠 것이 아니라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원인을 해결하는데 목소리를 모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김현철 자문위원은 “태아는 이미 여성의 자궁 속에서 수정란으로 착상되는 순간부터 여성의 것, 남성의 것이 아닌 독립적인 생명체”라며 “여러 가지 문제를 태아가 책임지도록 하며 생명을 끊어내는 일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한국갤럽에서 밝혔듯이 낙태를 금지하는 이유 중 1위는 ‘생명 존중’이었다. 실제로 임신한 지 20일이 되면 뇌에서 신경세포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또 22일에서 24일이 되면 크기는 5mm정도이지만 태아는 이미 뇌, 척수, 심장 등 감각기관이 형성되고, 태아의 심장은 박동치기 시작한다. 

모자보건법 시행령 제15조에 따르면 낙태 수술은 임신 24주 이내인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명시됐다. 그러나 이미 4주가 되면 태아의 인체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뇌와 혈액이 온 몸속을 돌게 해주는, 사람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심장이 형성된다. 이는 곧 태아가 단순히 몸속의 세포 중 하나가 아닌 또 하나의 생명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태아가 자궁 속에서 자리를 잡았을 때부터 생명체라는 주장은 기독교 성경구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편 139장 13절에서 16절은 태아의 생성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주께서 내 내장을 지으시며 나의 모태에서 나를 만드셨나이다…내 형질이 이루어지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루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

성경은 시편 외에도 이사야, 욥기, 아모스, 누가복음, 갈라디아서 등을 통해서 태아가 자궁 속에 있을 때부터 이미 독립적인 생명체임을 주장하는 구절들을 찾아볼 수 있다. 또 성경은 예수님이 마리아의 몸에 잉태된 직후부터 태아를 향해 ‘주님’이라고 칭했다(눅 1:41~44). 

김현철 자문위원은 “만약 우리나라에서 낙태죄가 폐지된다면 결국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에게 유리한 사회가 된다.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책임을 남성과 함께 지는 것이 아니라 여성 홀로 모든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다수의 여성들이 낙태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과, 아이를 낳았을 때 그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제적인 여건 등이 있다. 실제로 미혼 여성이 아이를 낳을 경우 미혼 여성과 아이를 돌봐줄 미혼모 시설의 수가 많은 편도 아니며, 시설 기관이 골고루 분포되어 있지 않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미혼모자가족복지시설은 임산부를 위한 기본생활지원형과 아기를 가진 미혼모를 위한 공동생활지원형으로 나뉜다. 기본생활지원형 시설은 전국 21곳에, 공동생활지원형은 39곳에 설치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설은 서울에 밀집됐고, 대부분의 지역은 1~2곳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결국 미혼 여성을 보호해 줄 시설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며, 그들은 낳은 아이를 유기하게 되는 또 다른 문제로 꼬리를 물게 된다. 

실제로 일반에도 잘 알려진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의 이용자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주사랑공동체가 밝힌 통계에 의하면 2010년에는 4명이었던 아이 수가 2014년에는 280명으로 늘어났다. 

베이비박스 관계자는 “경제적 혹은 사회적 어려움으로 인해, 미성년, 미혼 부모 자녀의 경우는 시설에서 요구하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유기되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며 “만약 베이비박스가 없었더라면, 이 아기들은 어디로 갔을지 생각해봐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낙태죄 폐지 운동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을 비롯한 진주,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에서 검은 시위를 진행했다. 여성의 생식권과 선택권 박탈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검은 옷을 입고 거리로 나온 여성들은 “여성의 권리를 온전히 되찾으려면 쉬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가야 한다”며 형법상의 낙태죄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김현철 자문위원은 “낙태죄를 폐지하자고 외칠 것이 아니라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원인을 해결하는데 목소리를 모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의 낙태 형법은 여성과 의사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낙태죄를 폐지하고 선택의 권리를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여성과 의사만 거론된 형법에 낙태교사죄를 추가해 남성에게도 책임을 지우게 한다든지, 태아에 대한 공동책임을 지게 하는 법의 소송 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요구해야한다”고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