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점 사장-청원경찰 “나는 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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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점 사장-청원경찰 “나는 목사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6.10.2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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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직-전업 목회를 말한다

목회는 성도들의 삶을 내가 살아내는 것

분식 체인점으로 ‘청소년 자립 기반’ 조성

 

두 명의 목사가 만났다. 하지만, 한 사람은 분식점 사장, 다른 한 사람은 은행 청원경찰. 마흔세 살의 분식점 사장 강훈 목사는 7년 전 침례교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서른네 살의 청원경찰 김디모데 목사는 기하성에서 올해 5월에 안수를 받은 새내기 목사. 넓은 의미에서는 이중직 목회이지만, 전업(專業)이 목회가 아니라 분식점과 청원경찰이다. 공통점은 목회로는 한 푼의 사례비도 받지 못하고, 이들의 생활을 책임져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 ‘이중직 목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강훈 목사(왼쪽)와 김디모데 목사(오른쪽)는 다양한 상황과 방향에서의 목회를 말한다. 그리고 그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인터뷰는 강 목사가 운영하는 분식점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에서 진행됐다.

# 분식점은 또 다른 목회적 대안

강훈 목사는 목사 안수를 받기 14~5년 전부터 CCM 힙합을 했고 지금도 프로듀서 일을 병행한다. 보다 나은 힙합사역과 프로듀서 일을 위해 목사 안수를 받았지만, 현재 전업은 분식점. 두 달여 전 일산에서 분식점을 시작하기 전에는 푸드트럭을 했었다.

분식점을 연 이유는 굳이 건물 목회를 고집하지 않기 때문. 분식점이 교회와 다름없는 목회 현장이고, 사역의 지향점과 흐름을 같이 하는 이유에서다.

“이혼 가정이나 조손 가정의 아이들, 가출한 청소년들, 고아원을 나와 독립해야 하는 청년들이 생활하고 자립할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저의 관심사입니다. 이들을 고용해 일하게 하고, 결국 분점이나 체인점을 통해 자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한 초등학교 앞에 자리잡은 분식점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는 강 목사의 생계를 책임지는 방편이지만, 이런 이유에서 목회요 사역이기도 하다. “이 일이 내 비즈니스이자 목회입니다. 주일에는 여기서 예배를 드리는데, 여기서 개척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 강훈 목사는 분식점이 주업이다. 목회를 하지는 않지만, 분식점이 그의 목회 현장이다. 이 분식점을 통해 갈 곳 없고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청소년들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강 목사가 청소년들에게 집중하는 이유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가장 먼저는 자신이 아이들의 롤모델이 되는 것. 그리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자란 청소년들이 이 분식점을 통해 자립하는 좋은 모델을 만들고, 그 모델이 자립을 위한 또 다른 역할 모델(Role Model)을 지속적으로 생산해 내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기 위한 사역이다.

강 목사는 분식점을 하면서 아이에서부터 어르신들까지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있다.

“사람들이 예수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믿는 사람들을 싫어합니다. 이것이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입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예수님과 교회를 매력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 거죠.”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 강 목사는 ‘분식점 목회’가 초중고등학생들을 비롯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목회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직접적인 목회로 이어가는 것보다는 청소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자립기반 조성을 위한 대안적 목회의 모델로는 충분한 경쟁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분식점 경영을 통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매력 없는 예수와 교회에 대한 개념을 서서히 바꿔나가려고 한다. 자립 모델 생산을 통한 선순환의 힘을 믿기 때문이고, “목회는 성도들의 삶을 내가(목회자)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 돈 천 원 때문에 서러워하고, 돈 만 원 때문에 떨어보았다

김디모데(대현) 목사는 ‘은행 청원경찰’이 전업이지만, 강 목사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선배가 담임으로 있는 개척 교회에서 협동목사로도 사역한다. 하지만 교회에서 받는 월급은 없다. 그런데도 택한 사역.

“개척 교회에 가서 교회가 부흥하고 성숙해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고, 그 사역을 하는 목회자를 섬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김 목사가 전도사 때부터 섬겼던 교회는 대부분 개척 교회였다.

청원경찰로 일하고 받는 월급은 아내와 일곱 살 아들이 있는 가정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남들이 꺼리는 웬만한 아르바이트는 다 해봤다. 광고 전단지 배포, 기타 레슨, 주유소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외부 강연과 공연 등 부르는 곳에는 어디든 달려가고, 할 수 있는 일은 다해야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다.

김 목사는 목회자가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중직 목회의 긍정성을 말한다. 친구 목사들에게 권하기까지 한다.

“목사가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좋습니다. 성도들이 어렵고 힘들게 사는 것을 안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인데, 저는 돈 천 원 때문에 서러워하고, 돈 만 원 때문에 떨어보았습니다. 남들이 꺼려하는 직업들은 두루 거쳤고, 일용직 근로자들의 심정도 그래서 잘 압니다. 그러다 보니 교인들이 낸 헌금을 쉽게 쓸 수 없습니다.”

김 목사는 청원경찰을 하면서 목사로서 남들에게 대접 받을 때는 몰랐던 섬기는 자리에서의 비애를 종종 맛보았다고 말한다. 목사로서 무심코, 그리고 입만 열면 내뱉었던 ‘섬김’을 직접 실천해야 하는 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이웃’, ‘함께’라는 단어는 김 목사가 특히 강조하는 부분.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관계가 신앙의 주된 목적이지만, 이웃과 함께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김 목사가 말하는 공동체이고 교회다. 이런 이유로 김 목사는 세월호 사건 당시 단원고 생존 학생들과 함께 안산에서 서울까지 행진했다.

“아이들을 전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강도 만난 사람들을 돌보는 심정으로 기독교 신앙을 담은 가치로 이들을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냥 옆에서 함께 걸었고, 울었다. 물과 먹을 것을 주면서 격려했다. 이게 김 목사가 목회하고 청소년들을 품는 방법이다.

▲ 김디모데(대현) 목사는 올해 5월에 목사 안수를 받은 새내기 목사다. 개척 교회 협동목사로 사역하면서 은행 청원경찰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김 목사는, 목회자들이 성도들의 삶을 이해하고, 이웃과 함께하면서 성경말씀을 삶으로 살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은 불신자들도 다 압니다. 그리고 착하게, 바로 살아야 한다는 것은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 누구나 다 압니다. 교회가, 목회자가 해야 할 일은 교인들이 삶의 모범을 보이는 윤리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목회적 차원에서 강조하고 따르게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기독교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신앙과 생활을 일치시키고 현실을 돌아보는 것, 이것이 바로 신앙이라고 김 목사는 강조한다. 김 목사는 담임 목회를 거부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목회적 관점을 소화하는 교회여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런 목회적 구상과 행동을 뒷받침하는 것이 김 목사가 대표로 있는 예수그리스도와하나님나라운동선교회. 예하운선교회를 통해 청소년들을 품고, 이들을 위한 공연과 문화사업, 그리고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이슬람 강연을 진행한다. 그리고 국내에 들어온 종교 망명 외국인들을 돕는 사역도 예하운선교회를 통해 이어간다.

# 헌금은 선교-구제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마땅

강 목사와 김 목사는 “목회자 가족의 생계는 목회자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목회자의 이중직과 다른 직업을 전업으로 하는 것을 찬성한다. “교인들의 헌금은 목회자 가족의 생계보다는 선교와 구제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이것이 헌금을 바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한목소리로 말하는 게 있다.

“내가 직접 돈을 벌어 보면 교인들에게 헌금하라는 소리를 못합니다. 그리고 주일에 교회에서 봉사하지 않는 사람을 보더라도 이해하게 됩니다. 교인들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생활하면서 돈을 버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김 목사나 강 목사 모두, 목사라는 사실을 동네 사람들은 잘 모른다. 언젠가는 알려지겠지만 아직까진 그냥 분식점 사장, 은행 청원경찰이다. 그렇다고 알려지는 걸 부담스러워 하지도 않는다. 목사이기에 앞서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먼저고, ‘더 안전한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할 일이라는 게 강 목사와 김 목사의 생각이다.

“누구나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바른 먹거리를 아이들에게 주는 게 더 중요하고, 그리고 은행을 찾는 고객들에게 최상의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동네에서 분식점을 하고 청원경찰인 우리 두 목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강 목사와 김 목사는 “이것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목회이며, 더 바른 목회”라고 말한다. 일산에서 만난 두 목사는 멋졌다. 목회를 잘해서가 아니라, 일을 잘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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