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신㉗“타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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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신㉗“타인의 삶”을 사는 사람들
  • 김창범 목사
  • 승인 2016.10.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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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목사/더미션로드 대표

2013년 국내에 개봉된 독일 영화 “타인의 삶”(도너스마르크 감독)은 동독의 정보기관 슈타지의 요원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감시하고 도청하며 살아온 한 남자의 인생을 조명한다. “난 그들의 삶을 훔쳤고 그들은 내 인생을 바꿨다”는 주인공의 고백이 많은 의미를 우리에게 전달한다. 동독이 무너지기 5년 전 무렵, 동독에는 10만의 비밀경찰과 20만의 밀고자가 있었으며 당시 권력자는 인민의 모든 것을 알고자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반역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캄캄한 세월이었다. 북한동포들이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가를 이 영화는 잘 전한다.

북한사회는 서로를 속고 속이는 악순환의 현장이다. 누군가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또 감시당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지만, 진실을 감추고 거짓으로 포장하지 않으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세력에게 이용당한 채 한 생을 마쳐야 하는 무섭고 비극적인 체제가 바로 북한이다. 그래서 북한 사람들은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그 내면은 들끓는 용광로와 같다. 양심은 사라지고 오로지 생존하기 위한 절박한 요청에 쫓기며 최선의 거짓을 꾸며야 살 수 있다. 이런 비상식적 환경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양산한다. 북한 사람들은 누구나 이 같은 인생을 살도록 버려져 있다.

중국 연변 일대에서 오래 북한선교를 해온 한 장로님이 교회를 다니며 간증을 했다. 그 간증은 많은 감동을 안겨주었고 큰 후원을 만들어냈다. 그가 전한 얘기는 이러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친척방문을 온 한 가족을 은밀하게 만났다. 부부와 아들, 딸. 모두 4식구가 놀랍게도 하나님을 믿었다. 그들은 매일 가정 예배를 드린다며, 어느 날 나를 초청했다. 나는 그 예배에 감격하였고 그들을 후원하여 평양 지하교회를 넓혀가는 일을 하고 있다.”는 요지의 간증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 가족은 전형적인 외화벌이 일꾼들이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가정은 보위부의 공작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된 위장된 기독교 일가였다. 이런 사실은 간증을 들은 다른 탈북자에 의해 확인되었다. 동일한 형태의 외화벌이를 한 경험이 있기에 상황을 간파할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교회를 이용하여 후원금을 뜯어내는 일은 보위부의 공작 중 하나로서 “전리품”이라고 명명한다. 사실, 네 식구가 한 마음으로 예배 형식을 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 탈북자는 이렇게 말한다. “북한 지하교회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남한 교회가 기대하는 모양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예배를 기대하는 남한 교회라는 수요자들 때문에 ‘전리품’을 뜯어내는 거짓 공급자들이 존재한다”고 증언했다.

북한의 현실은 실제보다 복잡하고 교묘하게 꼬여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를 파악하기가 힘들다. 북한 사람들은 누구나 정권의 계략에 의해 철저히 이용당하고 있다. “거짓 자기”를 통하여 “거짓 인생”을 살아간다. 그 결과 양심과 윤리가 손상되고 이른바 “체제 트라우마”라는 병리적 현상을 앓게 된다. 영화 “타인의 삶”은 그나마 한 가닥 희망을 던져주는 긍정의 스토리를 전개한다. “거짓 자기”라는 보자기에 덮여진 인생을 하나 둘 걷어내는 치열한 자기 고백과 반성으로 자아 본래의 빛을 만나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평생 “타인의 삶”을 살며 자기 자신의 삶을 상실한 사람들이 북한에는 무려 2,400만에 달한다. 이들이 마음의 고향을 회복하도록 돕는 일을 누가 감당할 수 있는가?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며 두려움에 떠는 3만의 탈북형제는 누가 도울 수 있는가? 십자가 위에서 우리 죄를 위해 피 흘리신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가 없이는 그 누구도 이 일을 감당할 수 없다. 성령의 초월적 은혜가 이 민족 위에 베풀어지는 통일의 그날, 모두가 “타인의 삶”에서 깨어나 거짓을 회개하고 자기 삶을 되찾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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