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헤아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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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헤아리는 사람
  • 김학중 목사
  • 승인 2016.10.1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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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꿈의교회

10년 동안 기르던 반려견이 무엇에 놀랐는지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이전에도 가끔씩 그랬던 개였기 때문에, 잠시 후면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개는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아차 뭔 일이 났구나’ 싶었던 주인은 반려견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온 마을을 다니며, 이웃들에게 수소문했습니다. 애타는 마음으로 전단지를 뿌리며, 찾으면 알려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주인은 경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경찰로부터 소식을 들은 주인은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습니다. 경찰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실종된 반려견이 옆에 있던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에게 잡아 먹힌 것 같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가족과 같았던 반려견을 주검으로 맞을 수 밖에 없었던 주인은 살인과 똑같다고 하면서 매우 분노했지만, 결국 그 개를 잡아먹은 주민들은 남이 흘린 물건을 신고하지 않고 가져간 “점유물이탈횡령죄”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우선 반려견 주인들은 “어떻게 가족과 같은 반려견을 죽일 수 있냐”고 분노하며, “주민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은 안타까워하면서도 이런 반려견 주인들의 주장에 반대합니다. 사람과 개는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사람이 아닌 개의 죽음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이 사건에 분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이 사건 안에서 이웃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채, 자기 배만 채우는 이기심을 봤기 때문입니다. 피의자로 잡힌 마을 주민들은 개를 의도적으로 먹은 것이 아니라, 그 개가 길가에 죽어 있었기 때문에 잡아먹어도 되는 줄 알았다고 주장합니다. 가령 그 말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이기적이었다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이 개를 주인이 얼마나 애타게 찾고 있었는지 그들이 모를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죽은 개라도 발견했다면 주인에게 알려주었어야 맞지만, 그들은 애타는 주인의 마음을 무시한 채 자기 배만 채웠습니다. 이러한 이기심에 주인도 분노하고, 사람들도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 사건은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주변을 보면, 억울한 사람, 답답한 사람, 심지어 그 답답함을 견딜 수 없어서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긴 사람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웃을 배려하고 헤아리는 정은 고사하고, 오히려 자기의 목소리를 높이며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를 이끈다는 지도자들 간에, 일반 사람들과 지도자들 간에, 그리고 이제는 옆이나 위에나 아래에 있는 이웃과 이웃 간에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이처럼 이웃 간에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충돌하는 것에는 ‘한번 봐주면 한없이 밀린다’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보다 먼저, 남보다 빨리, 남보다 많이 얻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우리 세상을 꽉 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한 명만 먼저 남을 헤아린다면, 그런 절박함은 조금씩 바뀔 것입니다. 그 사람을 찾기 전에, 내가 먼저 헤아리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요?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 명, 한 명을 사랑하셨던 예수님처럼, 우리도 작은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에서부터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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