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는 것’에 대한 목회적 고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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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는 것’에 대한 목회적 고민 필요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6.10.12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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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웰 다잉’은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

‘기독교 장례예식에 관한 표준지침서’ 제정 필요

‘노인 성도 증가’ 추세 – 교회적 대비 서둘러야

 

‘죽음’. 기독교인들에게는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가는 길이며, 성경 또한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는 문제이지만, 썩 달갑잖은 데다 교회라고 해서 죽음과 관련한 특별한 준비가 돼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사회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상태. 노인 성도의 비중이 증가하는 교회로서도 피해 갈 수 없는 이슈가 됐다. 웰 다잉이 목회의 한 부분으로, 현실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 죽음목회는 목회의 한 부분

이제 죽음의 문제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다소 생소하지만 ‘죽음목회’가 목회의 한 부분이 돼야 하고, 가이드라인 또한 제시돼야 할 때다. 지난 7일 열린 ‘죽음과 기독교 장례문화를 위한 공개 세미나’는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목회적 측면에서 고민하게 했다.

곽혜원 교수(21세기교회신학포럼)는 “신앙인으로서 잘 사는 것 못잖게 잘 죽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건전한 죽음목회가 한국 교회 목회 현장에 절실히 요청된다”면서 죽음목회를 현실화시켰다. 죽음에 대한 성찰은 기독교 역사 내내 기독교를 지탱해나가는 중심축이었고, 그리스도인이 성도로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이었다는 주장도 했다.

교회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곽 교수는 “죽음을 앞둔 이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영육간에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나님의 사명을 부여하고, 교회생활에 동참시켜야 하며, 모든 연령층의 성도가 건강할 때부터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와 함께 연령별로 세분화해서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기독교 상장례(喪葬禮) 예식에 관한 표준지침서’를 만들어 기독교적 예전이 생활 전반에 정착될 수 있게 목회적 배려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제 죽음 문제는 사회적 문제인 동시에 목회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됐다. 죽음목회에 대한 목회자들의 관심과 적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 교회가 죽음이나 자살, 그리고 구원의 문제에 대해 너무 등한시 해왔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이와 관련, “신앙이나 신학에 기댄 판단보다는 이념이나 사회적 환경에 기댄 판단을 하고, 그것을 신학화하려고 했다”고 지적하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구원이 무엇이고, 죽음과 그 이후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라며 폭넓은 스펙트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조 교수는 “죽음이 신의 영역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가 된 현재의 상황에서, 기독교는 죽음과 생명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르쳐야 할 필요가 있다. 생의 가치와 더불어 죽음에 대한 가치도 만들어 나누어야 할 때”라며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의 적극적인 준비를 주문했다. 또한 “이런 시대에 한국 교회가 바른 구원관과 죽음에 대한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죽음이 생과 사를, 선함과 악함을, 구원과 패망을 가르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창조 안에서 하나 되어 그분 안에서 다시 죽을 수 없는 존재로 이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임종 준비는 교회 전체의 사역

죽음이 전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새롭게 보아야 할 부분.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실천신학)는 ‘다잉(Dying)’의 복음 제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회에서 죽음에 대한 접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공동체 전체가 죽음을 배우며 함께 준비하고, 또한 그 죽음을 부활의 소망으로 기억하는 문화를 조성한다면 전도로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죽음을 거부하며 죽어가는 자와 늙어가는 자를 소외시키는 이 시대에, 죽음을 친숙하게 여기고, 임종 환자를 사랑으로 돕는 공동체는 강력한 전도의 도구로 기능할 것”이라고 말한 김 교수는, “이것은 초기 기독교로부터 전해져 온 고유한 전도의 모델이며, 이런 의미에서 다잉의 복음 제시는 삶과 내세를 넘어서는 제3의 역설적 전도이며, 공동체적이며 문화적이고 의례적이면서도 통시적인 전도”라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죽음을 예비하고, 죽음을 기억하는 기독교적 의미와 의례체계를 통한 전도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한 “이제 한국 교회에는 죽음을 건강하게 부활 소망 안에서 대면하며, 복음 증언의 기회로 삼는 사역의 실체가 필요하다. 눈으로 보여줄 수 있고, 직접 경험할 수 있고, 또한 미리 예비하고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는 과정으로서의 죽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교회가 죽음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갖고, 기독교적으로 좋은 죽음, 부활 소망을 간직한 죽음을 표현하고 경험할 수 있는 사역 모델을 제시한다면 이는 현세와 내세 사이에 끼었으나 그 사이를 잇는 역설적인 복음의 전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선일 교수는 “죽음의 준비는 임종 환자만을 위한 사역이 아니라, 기독교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는 사역이자 동시에 모두가 언제라도 사역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해주는 훈련”이라면서, 이제 죽음목회가 목회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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