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복 교수의 설교학교 28]한편의 설교가 나오기까지의 절차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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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복 교수의 설교학교 28]한편의 설교가 나오기까지의 절차를 본다
  • 정장복 교수
  • 승인 2016.10.0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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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결한 설교자로 강단에 서기 위한 열 한 단계
▲ 정장복 교수(장신대 명예교수,한일장신대 명예총장)

한 편의 설교를 완성하기까지 거쳐야 할 절차는 어떠해야 하는가? 설교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설교자라면 설교준비에 앞서 한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질문이다. 설교의 이론을 다룬 책마다 이 절차에 대한 가르침이 매우 빈약하다. 그러나 필자는, 설교자가 한 편의 설교를 완성하기까지는 거쳐야 할 과정이 있고, 그 과정마다 좋은 성적으로 통과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럴 때 하나님이 인정하신 쓰임받는 말씀의 운반자가 될 수 있다. 첫째는, 설교자는 자기점검이 있어야 한다. 성스러운 말씀 사역의 종으로서 자신의 정결을 위해 주의와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한다. 혼탁한 정신과 육체의 소유자는 진리의 발견, 힘 있는 선포, 회중의 시선을 모을 수 있는 자신력, 성령님의 역사에 대한 의존도와 확신 등이 모자란다. 그래서 리처드 박스터는 “설교자의 죄 속에는 다른 사람의 범죄보다 더욱 많은 위선이 내포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주님의 말씀이 올바로 설교자에게서 살아있지 않는다면 “하나님께서 어떻게 당신을 사용하여 거룩하고 복된 하나님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

둘째는, 설교의 목적을 세우는 일이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어떤 설교를 해야 하는가의 목적을 설정해야한다. 설교자는 목적이나 방향도 없이 떠나는 여행객이 될 수 없다. 목회의 현장에서 보고 느끼면서 평소에 생각해 두었던 문제를 설정하고, 거기에 필요한 설교의 목적과 그 테두리를 세우고 구체적인 주제를 찾아나서기 시작해야한다.

셋째는, 본문과 주제의 설정이다. 설교자가 설교의 큰 틀을 구상하면서 해야 할 일은, 메시지의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 엎드려 목적에 필요한 메시지를 달라는 간구이다. 66권의 말씀 가운데 자신이 설정한 목적에 적합한 메시지를 찾아 나선다. 때로는 성경을 매일 읽은 가운데 메시지와 설교의 방향이 보이는 경우도 많다. 그 순서의 전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넷째는, 석의 과정이다. 본문이 확정되었을 때 설교자는 바로 그 본문의 뜻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설교자는 원어사전을 비롯, 각종 사전과 주석 책을 펼쳐놓고 그 말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한다. 주석성경에 의존하는 수준의 석의는 옛말이다. 지금은 평신도들이 설교 전에 주보를 손에 들고 본문을 읽고 성경에 딸려 있는 간이 주석을 읽는다. 설교자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석의작업을 펼쳐야 한다. 지금은 PC전용 주석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이 석의에서 그 날의 본문이 언제 어떤 환경에서, 어떤 대상들에게, 무슨 목적을 가지고, 그러한 말씀을 하셨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본문의 원어를 섬세하고도 충실히 살펴 깊은 뜻을 깨닫게 한다. 다섯째는, 주해와 적용에서 설교의 메시지를 찾는다. 설교자가 본문 석의를 통하여 말씀의 깊은 뜻을 알게 되었을 때, ‘이 말씀에서 나의 양들에게 무엇을 말해야 합니까? 메시지를 지금 주시옵소서.’ 하는 것이다. 즉 말씀의 현장화이다. 이 시대에 주신 영적인 뜻이 무엇이며 회중들이 처한 어떤 현실이 이 메시지를 필요로 하는지를 간구하는 단계이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성령님의 섭시(讘示)를 간구하는 지점이다.

여섯째는, 명제적 진술로서 원하는 설교의 핵심을 간결하게 정리해 본다. 마치 한편의 작품과도 같은 긴글을 한 장에 요약하는 것처럼 설교의 내용을 간추려, 설교의 전체 방향과 내용을 일차적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본 설교가 목적하는 메시지의 핵심과 그 전개의 틀을 간결하게 정리함으로, 설교를 체계적으로 전개해 나갈 때 엇나감이 없는 질서정연한 설교를 작성하게 된다.

일곱째는, 설교의 개요와 자료를 배열한다. 앞에서 본 명제적 진술을 한 다음에 이제 구체적으로 설교의 주안점(대지)들을 설정하여 손질을 한다. 그 주안점들은 자신의 말이 아니라 성삼위 하나님이 주어가 되는 문장으로 정리하고, 거기에 해당된 구절을 배열하며, 우선적 석과 예화를 비롯한 적용의 자료를 배열한다.

여덟째는, 원고작성의 단계에 임한다. 설교를 원고에 빠짐없이 담는 이 작업은 설교자가 설교현장에 서 있는 시간과 동일한 긴장과 성실을 요구한다. 이 부분은 설교자가 성령님의 섭시(讘示)를 받아쓰는 자세와 심정으로 임할 것을 권장한다. 아홉째는, 메시지의 최종 점검과 성육화 작업이다. 원고화 작업이 끝난 다음에 설교자는, 원고를 몇 번이고 읽어 성육화 작업에 몰입하여야 한다.

특별히 그 설교에 성삼위 하나님이 얼마나 분명하게 나타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설교자 자신이 보이는 부분이 없는지를 살피고 삭제하는 점검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열 번째는, 원고를 다시 요약하여 원고 없이도 원고대로 설교할 수 있는 작업에 들어간다. 인간이란 암기한 내용도 원고를 손에 들고 있으면 그 기능이 작동을 멈추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원고에서 눈을 떼면 설교를 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기 때문에 설교를 10분의 1로 줄인 메모지를 가지고 설교단에 서도록 한다.

끝으로, 설교자 자신을 겸허한 도구로 바친다. 완벽한 준비와 만족한 설교란 매우 드문 일이다. 돌아서면 언제나 모자람과 아쉬움이 가득하다. 여기에 설교자의 겸허가 필요하다. 최선의 준비가 끝나면 오직 성령님의 도구로 쓰임 받는 것이 모두이다. 그러하기에 설교자는 말씀의 주인님이 쓰시는데 불편함이 없는 정결한 도구(Instrument)로 바쳐지도록 준비해야 한다. 하나님 앞에 부끄러움이 없고, 자신이 섬기는 회중 앞에 거침이 없는 종이 되었을 때, 성언운반일념(聖言運搬一念)의 사역은 은혜의 결실을 맺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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