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잘 살자고 내려온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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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잘 살자고 내려온 건 아니니까요”
  • 이성원 기자
  • 승인 2016.10.05 15:3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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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출신 1호 변호사를 꿈꾼다…뉴코리아네트워크 강룡 대표
▲ 탈북민 강룡 씨는 지금 서강대 로스쿨 졸업반에서 공부하며 앞으로 변호사가 되어 탈북민들을 위해 일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또 뉴코리아네트워크의 대표로서 탈북민들의 권익과 통일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힘든 학업에도 주일이면 가족과 만나 교회에 가는 일이 가장 행복한 그는 지금까지 인도해주신 하나님과 도움을 준 모든 ‘천사’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어느 덧 졸업반이다. 그러나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탈북민으로는 처음으로 서강대 로스쿨에 들어갔을 때만해도 감격스러웠던 강룡 씨(뉴코리아네트워크 대표). 하지만 마지막 두 학기를 남겨놓는 여기까지, 길은 멀고도 험했다. 

1천만 원에 가까운 한 학기 등록금은 늘 그에겐 천문학적인 숫자. 게다가 가장으로서 경제활동을 못하는 현실도 두 아들 현민, 현준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렸다. 서울대, 연고대 법대 출신에 사법고시 1차 합격자들이 즐비한 친구들과 공부 경쟁도 숨 막히는 일이었다. 그만 둘까, 여러 번 고민했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로스쿨에 들어간 것 자체가 그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이니, 포기도 그 맘대로 할 수가 없었다.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천사처럼 나타나준 고마운 분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또 생각하면 가슴 저미는 얼굴들, 북한에 묻고 온 가족들.

목숨 건 북한 ‘출애굽기’
한 겨울이었다. 28세의 청년 강룡은 두만강을 건넜다. 가슴에 서린 한 때문일까. 얼마나 추웠는지, 두만강을 건너자 물에 젖은 발에 돌들이 쩍쩍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뒤에선 북한 경비대 군인들이 언제 총질을 할지 몰랐다. 몸과 마음이 덜덜 떨렸다.

한평생 당과 수령을 위해 헌신했지만 굶어서 돌아가신 부모님. 군복무 도중 다쳐서 제대해 온 여동생을 관도 없이 헌 이불에 싸서 땅에 묻고 밤새 오열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두려움을 거칠게 밟으며 무조건 중국을 향해 걸었다. 중국 경비대의 검색에 걸리지 않으려고, 산을 탔다. 잡히면 죽음이라는 생각에 밤새 정신없이 걸었다. 연변시내에 도착하면 고생길은 끝나나 싶었는데, 아니었다. 

중국에 사는 친척에 기댔던 탈북이었다. 그러나 정작 온갖 고생 끝에 찾아간 그곳은 또 다른 지옥이었다. 제대로 월급도 주지도 않으면서 파출부처럼 부려먹었다. 집안 일 뿐만 아니라 가게 일까지, 게다가 저녁에는 안마와 발 씻는 일까지 시켰다. 심지어 나이 어린 친척들까지 그를 종놈 취급했다.

“무척 힘들었죠. 그런데 그때 ‘인간수업’이 사실 남한살이에 큰 도움이 됐어요. 그때 강하게 연단된 거죠. 그리고 감사한 건, 중국에서 은인을 만나게 됩니다. 한국 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그 사장님께서 저를 무척 사랑해주셨어요.

그분 신임을 받아 공장장으로 일했죠. 물론 저도 열심히 일했고요. 그 사장님께서 1천만 원을 들여 저를 한국으로 보내주신 겁니다. 불법체류자로 있는 것보다 한국에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해서요.”


처음 계획은 중국에서 돈 많이 벌어 북한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보란 듯이 살며 맺힌 한을 풀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한으로 오게 되면서 밤마다 절망 같은 외로움에 짓눌리게 된다.

어둠 속에 귀가한 빈방은 무서울 정도로 적막했고, 꿈에 나타나는 그리운 고향은 이내 악몽으로 끝을 맺었다. 눈을 뜨면 홍건이 젖어있는 베개. 밤마다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아이스크림을 먹기 전에 두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두 아들 현민, 현준이.


신앙으로 남한에 정착
“북한에선 기독교를 접한 적이 없어요. 지하교회가 있어 몰래 숨어서 가정예배 드린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기독교는 인민의 아편’이란 교육만 받았죠. 남한에 와서 기독교 신앙을 권유받았습니다.”

밤새는 올빼미 체질이었던 그는 그렇게 해선 남한에서 살아남지 못하겠다는 마음에 새벽형 인간으로 변화를 꾀했다. 그 시작이 바로 새벽기도회. 매일 새벽마다 말씀을 들으면서 머리가 끄덕여지고 마음이 열렸다. 새신자교육에 제자훈련까지 받게 되면서 하나님을 만났다.

그는 2008년 연세대 교육학과에 편입했다. 나이 차이가 10년 이상 나는 띠 동갑들과 공부 경쟁을 해야 했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총장 이름의 성적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생계를 꾸려나가느라 공부에 소홀해지면서 성적은 다시 곤두박질치기도 했지만 탈북민을 위한 변호사의 꿈은 기적처럼 로스쿨의 문을 열어주었다.

공부만 집중해도 힘겨울 형편에 그는 ‘뉴코리아네트워크’ 대표로 있다. 북한 이탈주민의 권익과 한반도 통일을 위해 모였는데,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고, 경로당이나 장애인 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매년 성탄절에는 연탄 배달 봉사를 하고 있다.

“통일을 위해선 남한과 북한이 서로를 더 잘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측의 입장에서 북한을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탈북민들을 통해서입니다. 탈북민들은 ‘통일선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처지더라도 탈북민들이 얻어먹고만 살아선 안됩니다. 섬기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통일이 되면 좋겠다는 인식을 탈북민들이 보여줘야 합니다.”


지난 추석 때에도 탈북민들이 북한 가까운 지역에 모여 통일세미나를 가졌다. 모두들 고향 간다고 설레는 때, 탈북민들은 더욱 쓸쓸하다. 혼자 집에서 술 마시다 자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명절 때는 함께 모여 서로를 위로한다. 재정이 부족해서 한정된 인원만 선착순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게 늘 안타깝다. 

▲ 연탄봉사 중인 강룡 대표.

탈북민은 ‘통일선교사’
“지금은 로스쿨 공부 때문에 예전처럼 많은 활동을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로스쿨 다니면 이런 건 전혀 할 여유도 없고 해서도 안됩니다. 저보다 뛰어난 친구들도 다른 건 다 접고 공부에만 전념하거든요. 저는 사실 더 열심히 공부해야 되는데요. 그러나 우리만 잘 살자고 내려온 건 아니니까요.”

그가 변호사가 되려는 꿈은 그 혼자만 ‘잘먹고 잘살자’는 마음이 아니었다. 목숨 걸고 이곳까지 와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친구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깝던 빚을 갚고 싶었다. 여기서 그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발견했다.

“북한에서는 평양 김형직사범대학을 다녔습니다. 한국에 와서 연세대 교육학과에 편입했죠. 그때만 해도 교사를 꿈꿨습니다. 그런데 주변에 친 형제처럼 지내는 신앙의 선배들이 있었는데요, 그분들이 저에게 변호사의 길을 조언해주셨습니다."

그후 미국에 단기연수를 갈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난민들이 법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걸을 보게 됐다. 탈북민의 처지가 생각났다. 그건 강력한 하나님의 사인이었다. 변호사가 되어 탈북민들을 위해 일하라! 그가 순종했을 때, 하나님께선 그 길을 열어주셨고, 여기까지 인도해 주셨다.


그는 ‘주사랑선교교회’의 집사로 교회를 섬기고 있다. 교회에서 통일을 위한 기도와 주방봉사, 예배 안내 등을 맡고 있다. 주중엔 기숙사 생활을 하는 그는 주일날 가족과 만나고 교회도 나갈 수 있으니 주일은 정말 그에겐 행복한 날이다.

“한국교회에서 탈북민들을 많이 돕고 있어서 참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교회 공동체 내에서 탈북민들을 도와줘야할 대상으로만 인식하면 서로에게 유익하지 못할 것 같아요. 탈북민 교인들을 나와 평등한 인격체로 또 동역자로 바라보면서 교제할 때에 통일을 우리 가운데에서 이루는 좋은 만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학기를 잘 마치고 졸업하여 변호사 시험을 거쳐 변호사가 되기까지 아직도 많은 난관들이 그의 앞에 깔려있다. 그러나 지나온 세월, 그 절망의 철망을 뚫고 인도해주신 하나님을 생각하면 염려 없다. 그저 기도할 뿐이다. 그의 인생역정이 하나님의 은혜를 생생히 보여줄 수 있는 삶이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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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9-11-26 14:54:49
평화복음통일을 위하여 강룡님 기도하겠습니다~!!!!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 2016-10-07 11:36:54
강룡집사님 대단합니다. 눈동자가 살아있네요. 큰 일 하실 것입니다.
아니 하나님이 쓰기 위하여 남한에 보내신 것입니다. 힘내십시요. 꼭 변호사가 되십시오.
억울한 사람들 많이 도와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