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실 칼럼] ‘에고 에이미’,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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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칼럼] ‘에고 에이미’,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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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0.0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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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청소년을 믿음으로 키우는 빵과 기도-28

이번 연휴 때였습니다. 올 여름, 유럽여행을 하고 온 지인들과 만났지요. 지인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유럽탐방기(?)를 한껏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쉬운 것은 ‘쳐다보는 것 모두가 달력의 한 장면 같은’ 그 아름다운 유럽의 풍광은 별로 드러나지 않은 사진들이었습니다. 

파리의 에펠탑과 베르사유 궁전도, 바르셀로나의 안토니 가우디의 성당과 건축물도, 스위스 인터라켄의 융프라우도, 로마의 콜로세움도, 오스트리아의 모짜르트 하우스도! 역사의 숨결이 생생히 살아있는 곳이나 아름답기 그지없는 곳도!

그 건물과 장소가 주인공이 아니라 대부분 여행 간 당사자들이 주인공인 사진들이었다는 점이 아쉬웠다는 것입니다. 이뿐이겠나요. 들린 식당마다 음식 앞에서도 넓적한 얼굴들이 늘 등장했답니다! 바로 여러분들의 모습이기도 할 겁니다.

이런 ‘나의 등장’과 ‘나의 존재 알리기’를 큰 즐거움으로 삼는 경우는 온갖 SNS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심지어는 잔혹한 범인들조차 ‘내가 어떤 사람이며, 내가 무슨 일을 했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이며, 나는 지금 얼마나 근사한 데서 놀고 있으며…’ 라고 SNS로 알릴 정도이니까요.

이 글을 쓰는 나는 다 끊었습니다.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만 사용하지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한동안 시달렸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당신 때문에 우리가 불편해서 못 살겠어요!’ 라는 원망을 들었지요. 그러나 3개월, 9개월, 1년, 2년이 지나니까 뭐라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이런 나에게 맞추어서 생활을 하지요. 

물론 나는 얼마나 자유로운지 모릅니다. 눈도 덜 피곤하고, 답장을 했다, 안 했다, 편지를 읽었다, 안 읽다, 이런 시시비비에 얽히지도 않으니까요! 주위에 SNS 때문에 헤어진 연인이나 원수처럼 된 친구관계가 꽤 있더라고요. 부모자식 사이는 말 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사람들이 꿈속에서조차 하는 SNS의 기본 정신(?)은 무엇인가요? 바로 ‘나!’입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 ‘나,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나, 무시하지 마!’ 뭐 이런 것이지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노래는 불러주지만 사실은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공주(왕자)이거든! 까불지 마!’ 하는 것과 마찬가지 심리이지요.

그런데 만약 모든 SNS를 치우고, 스마트폰도 손에 들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너는 누구이냐? 라고 질문이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나는’누구라고 말하겠습니까? 근사한 옷이나 신발이 없는 나, 멋진 곳에 놀러가지 않은 나, 화려한 식당의 테이블 앞에 앉아 있지 않은 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선물이나 프러포즈를 받지 않은 나, 자랑할 정도로 잘 생긴 남친이나 여친이 없는 나. 

사실은 대부분 위에서 말한 ‘나’인데, 이러한 ‘나’를 뭐라고 설명하겠습니까? 멋지고, 화려하고, 근사하며, 남들 부러워할 만한 것이 없으면 ‘나’를 설명할 방법이 없는 듯한 세상입니다. 그러다보니 훔치거나, 거짓 사진을 도용해서까지 자신의 부유함, 잘남을 뻐기거나 떠들어댑니다.

예수님을 생각해보십시오. 예수님은 단 한번도! 단 한번도! 물건이나 사람으로 자신을 자랑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은 그저 ‘예수님’만을 자랑했지요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야고보 사도는 ‘이제도 너희가 허탄한 자랑을 하니 그러한 자랑은 다 악한 것이라(약4;16)’라고 말씀하셨지요. 이러한 고백은 결국 ‘에고 에이미.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주님만 자랑한다!’로 이루어지지요.

빵과 기도
빵>>>ego eimi(헬라어) - I am(나는…이다) 또는 I exist(로 존재한다)로 말할 수 있다.

기도>>>예수님의 7가지 ‘에고 에이미’ (나는 생명의 떡이라.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는 양의 문이다. 나는 선한 목자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는 참 포도나무다)는 모두 요한복음에서 찾아 볼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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