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후 호텔행사 취소 등 달라진 교계 풍경

기독언론포럼 열린포럼서 "사회통념 지키자" 강조 이현주 기자l승인2016.10.05 15:01:47l수정2016.10.05 17:10l13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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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 시행 후 기독교계에 검소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0일 기독교언론포럼 주최로 열린 김영한법과 한국교회의 응답 토론회 전경.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교계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호텔행사가 관행이었던 기독교계는 대체할 장소를 찾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교계 일각에서는 “온정주의를 핑계로 교계 안에 팽배했던 사치와 편법을 떨쳐버릴 기회가 왔다”고 환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관례적으로 해오던 행사를 갑작스레 취소하거나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당분간 상당한 혼란을 비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6일 앰버서더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한국교회연합 신임교단장 초청 축하행사가 김영란법 시행으로 인해 기독교연합회관으로 장소를 옮겼고, 당초 6만원대의 호텔 석식에서 3만원 이하 저녁식사로 메뉴도 변경했다.

같은 날 오전에 열릴 예정인 기독교지도자협의회 신임교단장 축하행사는 코리아나호텔에서 예정대로 진행하지만 김영란법에 위배되지 않도록 오찬 식대를 3만원 이하로 대폭 하향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직전에 취소된 여러 행사들도 있다. 모 관광청은 기독교계 언론을 대상으로 ‘팸투어’를 준비했다가 취소했다. 언론사 초청 행사에 항공료와 숙박료, 식비 등을 지원하게 될 경우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김영란법은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교연 김훈 홍보실장은 “김영란법에 적극 동참하는 취지로 호텔행사를 취소하고, 앞으로 열릴 모든 행사도 김영란법 테두리 안에서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호텔행사를 피하고 남은 예산은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에 사용하기로 했으며, 화환도 쌀화환으로 받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풍속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점심시간 혹은 저녁식사 시간대에 주로 하던 기자회견은 간단한 다과를 할 수 있는 시간대로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공식행사로 인정되는 출입기자 간담회는 실시할 수 있지만 3만원 이상의 식사는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교단과 연합기관들은 홍보 방법을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김영란법이 혼란을 부추기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임직식과 입당예배 등 교회 행사에서 언론을 특별 대우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정’에 사로잡혀 “먼 길 오셨는데 차비라도 하라”며 교통비를 주었다가는 ‘김영란법’에 바로 저촉된다.

그동안 교계는 무분별한 ‘촌지’ 관행으로 몸살을 알아왔다. 또 특정 목회자들에게는 사회 통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사례비’를 지불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모 교단의 경우, 총회장이 설교에 초청받으면 통상 ‘400만원’의 사례비가 책정됐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단이 총회장직을 맡으면 교단 신학교 당연직 이사에 취임하거나, 교단 언론에 관계하게 되어 있어 ‘김영란법’이 정한 강의료 이상을 받는 것은 불법이 될 수 있다. 강의료 최고 수준은 언론인과 교수에 한해 1회 1시간 당 100만원까지 허용된다.

물론, 학교나 언론관련 직위로 초청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목사 혹은 교단장 자격으로 교회행사에 초청됐다면 김영란법 적용과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교계 일각에서는 “김영란법이 ‘사회통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면서 “교단장들 사례비도 사회통념에 맞게 조정될 필요가 있다. ‘상식’을 지키고 사회보다 검소한 교회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 지난달 28일 시행된 김영란법이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는 좋은 길이 될 수 있다는 데 전문가들은 공감했다. 다만 여전히 법의 모호한 부분과 악용 가능성에 대한 개선은 과제임을 밝혔다.

지난 30일 기독교언론포럼 주최로 열린 ‘김영란법과 한국교회의 응답’ 포럼에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정재영 교수는 “이 법이 직접적으로 종교를 통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않지만, 기독교 언론인뿐만 아니라 기독교를 포함한 많은 종교단체나 종교인들이 학교 시설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 법의 적용 대상자에 포함되고 있다”며 “인심 쓰기를 좋아하고 선물을 주고받음으로써 온정을 나누던 일종의 미풍양속까지도 법에 의해 제동이 걸리게 됨으로써 우리 삶에 일대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교계에서는 교회를 성역이라고 여겨 사회법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보다 청렴 수준이 더 뒤처지고, 교계 선거에서는 여전히 금권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교회와 기독교인들은 법의 모호성이나 쟁점과 상관없이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에 따라 투명하고 정직한 삶의 태도를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윤덕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김영란법의 핵심골자는 3·5·10만원이 아니라 부정청탁의 금지와 금품 등의 수수금지이다. 이것을 이해하고 법 적용이 될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상식적인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 변호사는 “김영란법이 죄형법정주의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명확성의 원칙’에는 한계가 있어 지금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이사장 김지철 목사는 “담임목사이기도 하지만 신학교 이사장이기 때문에 당장 김영란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게 된다.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교회가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법을 악용해 다른 사람들을 위협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고 전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도 김영란법 발효 후 논평을 통해 “청탁금지법의 기준에 어긋나는 기독교인과 교회의 관행들을 찾아 개선함으로 청탁금지법이 사회 전반에 퍼져나가는 일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기독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이 최근 현직교사 697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10명 중 7명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좋은교사운동은 “김영란법 제정이 투명하고 신뢰받는 교직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기대한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충분한 토론을 통해 시행착오를 개선하고 새로운 질서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현주 기자  hjlee@igood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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