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정이 낙수(落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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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정이 낙수(落穗)”
  • 강석찬 목사
  • 승인 2016.09.2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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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예따람 공동체

푸른 가을 하늘이 높아지고 있다. 산하를 곱게 단장하는 단풍이 등산객을 부른다. 노랗게, 붉게 물든 산을 찾으며,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주신 하나님을 찬양하는 계절이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를 마음에 담던지, 피아노 연주로 autumn leaves를 들으면서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시구(詩句) 한 구절을 읊어보는 것도 어울리는 좋은 계절이다.

그래도 누가 무엇이라고 해도 가을의 꽃은 추수(秋收)이다. 이 가을에, 이삭이 고개 숙인 황금벌판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이 되어본다. 이 가을에, 주렁주렁 열려 영글어가는 열매를 바라보는 과수원주인의 마음을 나누어 본다. 한 해 농사에 대한 긍지, 1년 동안 애태우며 수고했던 날들에 대한 안심, 가족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었음에 대한 감사와 보람, 자신이 노력하여 여기까지 왔다고 하는 보람이 차곡차곡히 쌓이는 계절이다. 물론 때를 따라 단비와 적당한 햇볕, 필요한 만큼의 시련을 주며 추수에 이르게 하신 하나님 은혜에 대한 감사도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이 황금벌판의 이삭들이 쭉정이라면? 달린 열매가 ‘빛 좋은 개살구’라면?
각 교단의 총회가 한창이다. 2017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이기에, 올 해의 총회는 나름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는 총회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총회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각 교단의 총회가 9월에 열린 것은 어떤 뜻이 있을까? 일 년 동안 열심히 복음의 씨앗을 뿌려 농사하여 얻은 추수한 것으로 하나님께 영광돌리라는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그래서 각 교단의 총회가 끝난 밭에 나가 낙수(落穗) 줍기를 한다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을까? 하여, 총회 뒷마당을 다녀보았다.

각 교단의 총회가 열리기 전, 한국의 개혁교회 전체의 분위기는 ‘위기’라는 생각과 판단이 팽배해 있었다. ‘한국 개신교회의 위기설’의 이유들은 많다. 교세의 감소, 가나안교인의 증가, 교회학교 교육의 위축, 교회의 분열, 대형교회든 작은 교회이든 성직자들의 타락, 교회의 불법과 비리, 그 속에서도 끊임없는 교권추구의 이전투구 현상, 존경을 상실한 목사들, 권위만 앞세우는 당회, 세속주의 빠진 교인들 등등,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들은 ‘이것이 교회인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엎친 데 덮친다고 ‘이단들’의 공격이 성공하는 현상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교회가 정치의 제5중대가 되었다는 비판과 비난도 빠질 수 없다.

이런 ‘위기설’에 대한 총회들의 대책은 어떤 것이 있었나? 500주년 종교개혁 정신이라도 찾아 볼 수 있을까? 낙수(落穗)를 얻을 수 있을까? 하면서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그 밥에 그 나물’이었다. ‘주님의 교회’를 ‘사람의 교회’로 만든 사람들의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떠난 뒷자리는 씁쓸하기만 하다. 십 수 년 동안 ‘주님의 교회’를 진흙탕으로 만든 그들만의 리그로,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긴 꼴이니 누구를 탓할 형편도 되지 못했다. 개혁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하는데도, ‘감투 전쟁’만이 중요한 일이 되었고, 성도들의 생명이 담긴 ‘거룩한 헌금’이 너무나 많은 총회구경꾼이 되어 거수기 노릇만하고 떠난 총대들의 뒷바라지로 쓰인 일에 분노가 일어나기도 한다.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보는 눈도 없고, 들을 귀도 포기하고, 아무런 생각이 없는 무뇌(無腦) 총회라는 밭을 어떻게 하실까? 화내시는 농부이신 하나님을 상상하면서 두려움에 떤다. “내가 이 밭을 갈아엎으리라! 귀 있는 자는 들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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