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신 ㉔북한 해방구가 된 함경도 수해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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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신 ㉔북한 해방구가 된 함경도 수해지역
  • 김창범 목사
  • 승인 2016.09.2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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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범 목사 / 더미션로드 대표

한 탈북자로부터 수해를 입은 함경도 소식을 들었다. 북한당국의 발표로는 이번 홍수로 530여 명이 죽거나 실종되었다고 하는데, 그 며칠 뒤 북중 접경지역의 북한 경비대 막사가 홍수에 휩쓸리어 수백 명의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하룻밤 사이에 적어도 800명이 넘는 소중한 생명이 큰 비에 휩쓸려갔다고 보인다. 참 기막힌 일이다. 더구나 이재민은 12만 명에 달하고 수천 채의 가옥과 공공시설이 무너지거나 흙더미에 묻혔으니 장차 겨울은 어찌 보낼 것인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올 만하다.

그런데 이런 절망적 상황에도 수해현장에서는 두 가지의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두만강 일대의 국경마을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실종된 가족의 생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애타는 심정은 외면하고 급류에 넘어진 김일성 부자의 동상을 복구하는 일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흙더미에 묻혀있을 주민들의 시신은 외면하고 오로지 위대한 수령님의 동상을 찾아내어서 반짝반짝 닦는 일에 온 힘을 쏟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군인들이 단잠을 자던 막사가 갑자기 물에 쓸려간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은 군인의 시신들을 먼저 찾기보다는 총과 탄약을 찾는 일을 먼저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주민이나 군인의 생명보다 김 부자의 동상을 소중히 여기고 무기와 탄약을 더 귀하게 여기는 북한의 생명경시사상을 다시 확인하면서 참으로 허탈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느 누가 이들에게 인도적 지원을 하려는 마음이 생기겠는가? 참으로 기막힌 세상이다.

가난하지만 비바람을 막아주던 보금자리를 하룻밤 사이에 잃어버린 사람들은 저마다 생존하기 위해 산으로 바위 밑으로 찾아들어가 우선 쉴 곳을 만든다고 한다. 이 동네, 저 동네 야산에는 이런 수재민들의 임시 거처가 집단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가 임시막사라도 제공해주어야 하지만, 그런 호사는 아예 기대할 수도 없다. 스스로 꿋꿋하게 자기 앞에 닥친 재난을 저마다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 움막서라도 지친 몸을 서로 기대어 잠을 청한다.

그런데 이 기막힌 형편에도 이들은 스스로 사는 법을 터득했다. 다행히 쌀이 넉넉한 집에서는 밥이나 죽을 준비하여 이웃들을 불러 함께 나눈다고 하니 이런 인정이 이들을 살리는 힘이 아니겠는가? 저마다 처지를 불쌍히 여기고 서로를 돕는 애틋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들 사이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북한 해방구”가 생겼다는 얘기가 떠돈다. 수해 덕분에 억압이나 감시를 받지 않고 순수한 인정과 자유를 누릴 수 있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북한 정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보위부를 비롯한 각 기관에서 보낸 감시원들이 산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오면 사람들은 서로 연락하는 일을 잊지 않는다. “저기 개들이 올라오고 있다”고 속삭인다. 이것은 북한 민심의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다. 함경도 회령에서 온 한 탈북자는 소식이 없는 가족 때문에 애가 탄다고 하면서 “홍수 전과 홍수 후의 김정은에 대한 민심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수해현장에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 김정은이 수재민에게 베푸는 은혜에 대해 떠드는 북한 매체들을 보며 민심을 대표하는 인민반장조차 혀를 찬다. “제 낯짝이 있으면 저렇게 할까?” 이번 폭우를 통해 북한 정권도 한꺼번에 쓸려갔다. 많은 인명과 함께 민심도 휩쓸려 간 것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대량 탈북의 소문도 들려오고 있다. 북한이 무너질 날이 그다지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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