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D-7 “교계, 사각지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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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D-7 “교계, 사각지대 아니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9.2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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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 대상 아니지만 겸직 목회자 등 유의해야
▲ 김영란법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법 시행으로 교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학교·언론 관련 목회자도 김영란법 적용 대상
목회자 호텔 모임도 사라질 듯…3만원 이상은 ‘더치페이’

 

김영란법 시행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공직사회와 언론계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속하는 이들은 김영란법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교계 역시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 시행 초기 애매모호한 적용 기준 탓에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많은 경우 자신이 법 적용 대상인지 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많은 목사와 장로들이 미션스쿨이나 교회에 속한 유치원, 교단 산하 신학교 등의 대표나 임직원을 겸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교계 방송사나 신문사(온라인 포함) 역시 당국에 허가를 받았거나 등록돼 있다면 김영란법 적용의 대상이 된다. 법 적용 대상을 배우자에게까지 확대하고 있는 만큼 목사 장로 뿐 아니라 사모들도 법안의 핵심 내용 정도는 숙지하는 것이 좋다.


김영란법의 기본 내용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오는 28일부터는 법인 소속 임직원이 업무 관련 부정청탁을 하면 해당 임직원은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하고, 해당 법인이 상당한 주의 및 감독을 다 하지 않은 경우에도 양벌규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 등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 직무와 관련성이 없더라도 한 사람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 원 이상이나 연 합계 300만 원 이상을 받으면 3년 이하 징역과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 처벌을 받게 된다. 즉 대가성이 없어도 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김영란법과 관련해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숫자가 있다. 바로 ‘3·5·10’이다. 접대를 할 때 식사는 3만 원 이하, 선물은 5만 원 이하, 경조사비는 10만 원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28일 이후부터 기독사립학교 교장이나 임직원, 교회 소속 유치원 대표나 교사, 교계 언론사 기자를 포함한 배우자는 직무와 관련해 3만 원 이상의 식사를 제공받거나 5만 원 이상의 선물, 10만 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받아선 안 된다. 

초등학교 교사를 사모로 둔 A목사는 이같은 내용을 전해들은 뒤 “내가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지 꿈에도 몰랐다”면서 “앞으로 성도와 밥을 먹어도 3만 원 이상 식사를 대접 받으면 안 되는 것이냐. 뜻하지 않게 성도까지 법을 어기게 만들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것도 법률 위반이에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본래 이름처럼 부정청탁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법 적용 초기 애매한 법안의 내용으로 인한 잡음도 예상된다.

가상의 예를 들어보자. 교단 신학교 B의 총장을 맡고 있는 C목사가 상을 당했다. B학교 소속 직원들은 각각 부조금을 냈다. 이때 이들이 낸 금액의 합이 10만원을 넘는다면 오는 28일부터는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경조사 금품 수수 규제 대상에 자연인 뿐 아니라 법인도 원칙적으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조직에 속해 있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공직자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의 경조사에 부조금을 제공한다면 경조사비 상한액인 10만원을 넘을 경우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상황을 가정해보자. D목사는 최근 교단 언론사 이사장에 취임했다. D목사가 시무하는 교회 성도는 취임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10만원 상당의 시계를 선물했다. 이 경우에도 김영란법에 저촉된다. 김영란법에서는 취임을 경조사로 보지 않기 때문에 언론사 임직원에게 5만 원 이상의 선물을 할 경우 위법이 된다. 경조사로 인정되는 행사는 사망과 출산 결혼, 입양으로 한정된다.

앞으로 교계 단체에서 종종 시행하는 기자회견의 풍경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의 사안에 따라 과거에는 깊이 있는 설명을 위해 특정 매체를 선별해 집중적인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전체 기자를 상대로 한 모임만 가능하다. 공식적인 행사이면서 참석자 전원에게 통상적인 범위 내에서 제공하는 경우에만 식사 대접이 허용되기 때문에 식사를 겸한 기자회견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목사들끼리의 호텔회의나 간담회 등도 앞으로는 사라질 전망이다. 대부분의 식사가 3만 원이 넘는 고가의 호텔 식사를 하면서 만날 경우, 일행 중 한 사람이라도 김영란법에 적용되는 위치에 있다면 각자가 ‘더치페이’를 하지 않는 이상 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례 쌓일 때까지 되도록 만남 주의해야
국민권익위에서는 200여쪽 분량의 매뉴얼을 내놓고 직군별 설명회를 여는 등 홍보와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매뉴얼에 나타난 대표적 위반 사례를 교계 상황에 대입해보면 이렇다. 기독교계 사립학교 임직원이라면 비상임이사나 계약직 직원도 적용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기독교계 사립학교 임직원이나 배우자는 ‘3·5·10’룰을 어긴다면 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

신대원의 경우 논문 심사를 받는 학생이 논문을 시사한 교수에게 식사 또는 여비를 제공해서도 안 된다. 또 휴직 중이더라도 교수가 사전 신고 없이 교회 등에서 외부 강의를 할 경우, 강연료를 받지 않았어도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이밖에 기독교 공연을 홍보 할 때 기자에게 홍보 목적으로 5만 원 넘는 티켓을 공짜로 제공할 경우에도 제재 대상이 된다. 

예외도 있다. 방과후 학교 교사나 학교법인의 수익사업체 직원은 김영란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겸임교원이나, 명예교수, 외래교수, 시간강사 등도 적용 대상이 아니다. 교사가 직무 관련성 없는 지인으로부터 10만원이 넘는 경조사를 받는 경우도 예외 규정으로 뒀다.

김영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금품은 금전을 포함한 유가증권, 부동산, 물품, 숙박권, 회원권, 입장권, 할인권, 초대권, 관람권, 부동산 등의 사용권이 포함된다. 이밖에도 편의를 제공하는 금품으로 음식물과 주류, 골프 등의 향응과 교통 및 숙박 등을 비롯해 채무 면제와 취업 제공, 이권 부여 등도 금지 금품으로 분류했다.

한편 매뉴얼 배포와 강연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법안의 내용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법률 전문가들은 판례가 쌓여 법의 적용 범위가 보다 명확해 질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나 판례가 쌓인다는 것은 곧 그만큼 처벌받는 사례가 쌓여야 한다는 의미여서 당분간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아예 청탁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되도록 만남을 회피하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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