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작은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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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작은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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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21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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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목사/음성흰돌교회

서양속담에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수는 돌에 새긴다”는 말이 있다.
연약한 인간의 속성이란 동서양 어딜 가나 같은 모양인가 보다. 은혜를 돌에 새기고, 반대로 원수를 향한 감정은 물에 던지면 개인은 얼마나 행복하고, 사회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만 달란트의 사랑과 용서를 지속적으로 받는다. 만 달란트를 애써 현재의 화폐로 대강 계산한다면 노동자가 6천만 일을 계속 일해야 벌 수 있는 거액이다. 상상이나 되는가? 우리들이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아니 죽을 때까지 받을 이 뜨거운 사랑은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은혜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런 은혜를 물에 던지며 산다. 엄청난 은혜를 받았지만 다 어제의 일이고 과거의 사건이다. 현실은 항상 메마르고 궁핍하다. 가끔 성도들에게 ‘받은 바 은혜를 이야기해 보자, 감사할 것을 나누자’고 말하면 매우 당황해 한다.

깊은 고민에 빠지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 그리곤 건강 주신 은혜, 자식들 잘 자라게 해주신 은혜, 사업 잘 되게 해 주신 은혜 등을 이야기하는 게 고작이다. 심지어는 감사할 게 아직 없다는 양심선언(?)을 하기도 한다.

우리 교회 앞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는 곳에 신작로가 있는데, 가끔 과속을 하거나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생긴다. 한 번은 추운 겨울에 자동차 한 대가 ‘쿵’ 소리를 내면서 꽤 깊은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허겁지겁 달려가서 보니 승합차 한 대가 하늘을 향해 네 바퀴를 들고 누워 있고, 튕겨 나온 운전자는 자기 자동차 밑에 깔려서 의식을 잃어가는 중이었다. 어떻게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가까운 집들을 쫓아다니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대략 12명 쯤 되는 인원으로 승합차를 들기로 했다. 생각 같아선 승합차 무게도 상당하기에 들릴 것 같지 않았지만 사람을 살려내야 한다는 간절함이 하나가 되면서 그 무거운 자동차가 들려지고 깔린 사람은 살아났다. 얼굴은 많이 일그러졌지만 생명엔 전혀 지장이 없는 모습으로 그 운전자는 연실 허리를 굽히며 눈물로 인사했다.

“이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꼭 다시 찾아뵈고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더 지난 지금, 단 한 번의 전화도 없다. 상처는 돌에 새기면서 은혜는 물에 쉽게 던지고 만다.

리우올림픽이 얼마 전에 끝났다. 4년여 동안 피와 땀을 쏟아내면서 처절한 훈련을 잘 감당하던 선수들은 자신들의 최선을 현장에 쏟아 부었다.

그 중에서도 영화 “우생순”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여자핸드볼 팀의 탈락 모습은 너무 가슴이 뭉클했다. 생각보단 좋지 않은 결과 앞에 통한의 눈믈을 쏟아내는 고참선수들의 모습은 차마 눈을 뜨고 보기가 민망할 만큼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핸드볼여자팀은 어떤 팀이었나? 그 작은 체구로 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거의 골리앗 수준의 동유럽 선수들과 맞서서 메달을 따내는 팀이 아닌가! 그 가녀린 여인들이 메달이라도 따고 오면 공항은 잠시 환영인파가 밀물처럼 찾아들다가 얼마의 시간만 지나면 신속하게 그 아름다운 추억을 지우고 만다. 우리의 삶이 고단한 것은 자초한 면이 적지 않다. 태어나면서 받았을 수많은 은혜와 사랑의 빚을 컴퓨터에 저장하듯이 우리의 뇌와 가슴에 저장하고 살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풍요로울까! 하나님의 사랑과 인간의 사랑을 심장에 저장하고 살 수만 있다면 지구촌 곳곳은 얼마나 평화로울까! 서로의 실수를 긍휼의 심정으로 보듬어 주고, 그로 인한 상처를 물에 던져 보자. 서운함과 분노, 아픔 등은 이내 흘려보내자. 대신 서로의 작은 섬김과 헌신, 이웃에게 받은 작은 고마움이라도 그것은 돌에 새기듯 가슴에 새겨보자.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작은 고마움을 서로 나눈다면 거기가 작은 천국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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