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예장 통합의 특별사면과 교단 우월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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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예장 통합의 특별사면과 교단 우월주의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6.09.20 2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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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회 총회를 맞아 ‘화해’를 주제로 내걸고 ‘특별사면’을 선포한 예장 통합총회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지난 12일 베푼 예장 통합 임원회와 특별사면위원회의 ‘통 큰’ 은혜로 인해 그동안 ‘이단’ 꼬리표를 달고 살았던 4개 교회는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며 기뻐했다.

심지어 교단 내 책임있는 인사의 입에서는 "이들을 받아들이면 35만 성도가 늘어난다"는 믿기 힘든 발언도 나왔다. 이단 굴레로 고통받는 수십만의 성도들에게 새빛을 선사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러나 후폭풍은 심상치 않았다. 현직 총회장에 대한 탄핵설이 나돌았고, 총회에는 상소문이 전달됐다. 급기야 증경총회장단이 모여 임원회에 사면 취소를 권고했다. 그야말로 폭풍 같은 일주일이 아닐 수 없다.

논란이 심화되자 통합 임원회와 이번 사면을 주도한 특별사면위원회는 지난 19일 해명서를 통해 “사면은 했지만 이단 해제는 아니라”며 한 발을 뺐다. 이들은 “인신공격이나 정치적 진영논리로 총회의 권위와 존엄 및 결의가 훼손되지 않도록 전국교회와 성도들이 깊이 헤아려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통합 임원회의 강조점은 ‘사면’에 있다. 애초부터 “이단을 사면한다”는 말에는 논리적 모순이 존재한다. 사면은 ‘지은 죄에 대한 형벌을 면제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단 규정과 그에 따른 교류단절은 사실상 ‘외교적’ 결정이다. 그런데 자신의 법 테두리 밖에 있는 타 교단 인사들에 대해서 혹은 이단으로 규정한 외부 인사들에 대해서 ‘사면’을 선포했다. 한마디로 월권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시혜를 베풀테니 누구든 감사한 마음으로 여기에 응하라”는 예장 통합의 우월주의가 저변에 깔린 결과물이다.

통합의 사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아 총회 차원에서 대사면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통합은 기장총회 설립자이자 신학적 기둥인 김재준 목사에 대해 특별사면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기장에서는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통합이 '사면'을 운운함으로써 김재준 목사가 '죄가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기장총회는 "통합총회가 당시 파면 결정에 유감을 표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선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해 이 일은 없던 일이 됐다.

예장 통합은 에큐메니칼을 교단 정체성으로 내세운다. 에큐메니칼은 다양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에큐메니칼 교단들은 이단규정을 잘 하지 않는다. 기장이나 감리교에 이대위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통합은 교단 정체성과 달리 그동안 무차별적으로 이단규정을 해왔다. 자기 신학에 대한 우월주의와 소위 경찰교단으로 교계의 질서를 잡겠다는 패권적 사고가 뿌리깊게 자리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인정하고 이단 연루자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겠다는 시도자체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정말 이단 굴레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을 돕고자 했다면, 무분별한 이단규정 행태부터 반성하고 사과했어야 순서가 맞다. 그리고 이단 관련자들이 건강한 신학으로 거듭나도록 지도 교육 후 재기의 기회를 주자고 총회에 읍소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이런 모든 과정을 생략하고, '선포'로 끝내는 정치적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임원회가 예정대로 특별사면을 고수한다 해도, 증경총회장단의 압박으로 인해 사면을 취소한다 해도 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이는 순전히 정치를 우습게 본 ‘오만과 무지’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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