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로 점철된 합동 목사부총회장 선거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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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점철된 합동 목사부총회장 선거 '점입가경'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6.09.2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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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원칙 실종…사상 최초 후보 없는 정견 발표 '촌극'
▲ 지난 8월 26일 대치동 총회본부에서 열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선거관리위원회 9번째 전체회의.

국내 최대 교세를 자랑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총회장:박무용 목사, 이하 합동)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총회를 앞두고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총회의 모든 이목이 차기 목사 부총회장 선거로 몰입되면서 ‘정책총회’에 대한 기대감마저 희석시키고 있다.

지난 8일 대전 중구 계룡로 대전중앙교회에서 열린 제101회총회 임원후보 정견발표회에서는 교단 역사상 처음으로 목사 부총회장 후보 없이 정견발표회가 치러지는 촌극이 벌어졌다. 목사 부총회장 선거는 당선자가 이듬해 자동으로 총회장으로 추대되는 사실상 차기 교단 수장을 뽑는 중차대한 행사다. 그럼에도 합동 선거관리위원회는 총회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현재까지도 후보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말은 유권자로 하여금 차기 교단을 이끌 리더를 뽑으면서 후보의 정책과 비전이 무엇인지 파악할 시간조차 갖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선관위에 있다. 후보 자격과 관련한 논란은 지난 6월 10일 후보 등록 마감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면 진작에 마무리 될 일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좌충우돌 하고 있다.

선관위는 앞서 7월 22일과 28일, 8월 26일 세 차례에 걸쳐 후보 확정을 미룬바 있다. 지난 8일 열린 정견발표회에서 또 한 차례 후보 확정을 미루면서 부총회장 후보 문제는 벌써 100여일 넘게 지지부진 하고 있다. 교단 관계자는 선관위원들이 김영우 후보 측과 정용환 후보 측으로 갈라져 내부 갈등을 빚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목사 부총회장 후보로 나선 두 목사에게도 책임이 있다. 현 총신대 총장으로 재임 중인 김영우 목사의 경우 자신이 담임하고 있는 서천읍교회와 총신대 총장을 함께 역임하고 있다. 목사 부총회장에 당선된다면 경우에 따라 ‘삼중직’을 겸하게 된다. 예장합동 총회 선거규정 제4장 제13조에 의하면 ‘기관장은 입후보함과 동시에 사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현재까지 김 목사는 총신대 총장직을 사임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도 총회 선거규정 제3항 제11조 ‘등록일까지 동일교회 또는 동일노회에서 무흠 만15년 이상 된 위임목사’라는 입후보 요건에 충족하지 못한다. 김 목사는 앞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관위가 후보로 확정한다면 총장직을 내려놓을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사표를 낼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말대로라면 후보 확정이 선거 당일까지 계속 미뤄질 경우 김 목사는 총신대 총장직을 내려놓지 않고도 선거에 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선거에 진다해도 최소 총신대 총장직은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지금의 후보 확정 연기가 김 목사에게는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으로 비쳐지는 이유다.

정용환 목사의 경우 금품살포와 관련해 선거법 위반으로 상대후보인 김영우 목사로부터 고발을 당한바 있다. 문제는 고발 당사자인 정 목사가 금품살포 의혹이 나온 이후 김영우 목사와 상호 고발을 취하하고 동반 입후보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각서에 사인을 했다는 점이다. 정용환 목사의 이같은 합의는 스스로 혐의를 입증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지난달 28일 선관위가 정 목사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 의아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두 후보는 양측은 고발을 취하하고 ‘동반 입후보 또는 동반 사퇴’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합의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담합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예장 합동 목회자 모임인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대표:이건영 목사, 교갱협)은 부총회장 후보등록 과정의 문제를 꼬집고 제동을 걸었다. 교갱협은 예비후보자 간 합의에 대해 “총회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담합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예장 합동 총회선거법 제6장 선거에 대한 규제 26조 2항은 ‘설득, 회유, 압력, 담합’에 대하여 엄격히 금하고 있다.

한편 20일 총회 개회를 불과 6일 앞두고 모인 합동 선관위는 부총회장 후보 확정을 놓고 논쟁을 거듭하다 결국 파행됐다. 회의에서 선관위원들은 겸영우 목사의 이중직 문제, 두 후보간의 담합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백남선 위원장이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며 총회 현장에서 가부를 묻자며 회의를 정회하자, 10명의 선관위원원들은 위원장의 독단적 회의진행을 문제삼으며 긴급 해임안을 올려 통과시켰다.

백남선 위원장 없이 진행된 속회에서 10명의 선관위원들은 찬반투표 결과 정용환 목사와 김영우 목사 모두 만장일치 후보로 확정을 지었다. 또한 두 부총회장 후보의 경우 정견발표 없이 제101회 총회에서 바로 투표를 진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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